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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단 Feb 07. 2024

캐나다 와서 달라진 것들...

캐나다 이민 9년차의 고백


오늘은 '캐나다 와서 달라진 것들'이라는 주제로 글을 한번 써보려고 합니다. 



1. 외모 


캐나다 사는 분들이라면 공감하실 것 같은데.. ㅎㅎ 

캐나다에 살면 많은 옷이 필요가 없습니다.(저만 그런거 아니죠ㅎㅎ) 지역마다 좀 차이가 날 수 있는데

추운 겨울에는 패딩 하나 있으면 별로 아쉬울 것이 없고요, 

한국에서 봄, 가을이면 지갑을 열게 만들었던 옷 구매 충동이 이 곳에서는 거의 없답니다.



저도 쇼핑을 많이 하지는 않아도 즐겨 하는 편이었는데, 캐나다에 와서 제대로 옷을 사 본 지가 언제인지 모르겠어요. 마음에 드는 옷을 구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사고 나서도 한국 의류와 가격대비 질이 떨어져 돈이 아깝더라고요.



또 옷을 안사게 되는 한가지 이유는 내가 어떻게 하고 다니든 사람들이 별로 관심이 없답니다. 

(꾸미고 나가면 코멘트를 하지만 허름하게 다녀도 별로 신경쓰지 않습니다.)


이렇게 살다가 한국에 나가게 되니 정말 집 앞에 나가는데도 캐나다에서 하던 것처럼 못나가겠더라고요.

뭔가 하나라도 좀 더 차려입어야 한다는 압박감? 이 드는데 이 곳에서는 그런 부담이 좀 없습니다.


물론 차려입어야 할 곳에 갈 때는 여기 사람들도 잘 꾸미고 옵니다. 그리고 사람에 따라서 멋을 내는 사람도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개인의 취향이지 남을 의식해서 꾸미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옷을 잘 입는 사람들에게 칭찬도 서슴없이 하지만 행색이 허름하다고 그에 대한 따가운 시선을 느끼거나, 그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하고 말하는 경우도 잘 없답니다.


그러다보니 화장품도 정말 없고, 옷장도 헐빈해서 때로는 꾸미고 나가고 싶은 날에는 현타가 옵니다ㅎㅎ 


다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 외모를 가꾸게 되는 곳이 캐나다가 아닌가 싶어요. 




2. 웬만한 병은 집에서 참기



캐나다 의료 시스템을 아시는 분들은 익히 아시겠죠? 의사를 만나도 별로 해결되는 것이 없습니다. 진통 소염제 처방밖에는요.


아주 프레시한 경험담을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주말에 있었던 이것 저것 일들 중 하나는 갑자기 남편이 목이 삐긋 한 것입니다.

담이 온 것인지, 뭐가 삐긋한 것인지 이전과는 다른게 심한 통증을 호소하면서 움직이기가 힘들었어요. 


약도 잘 안먹는 사람이 아드빌을 먹고 811에 전화를 했더니 의사를 만나보기를 권하더군요. 

(811 은 24시간 항상 의료 서비스를 전화로 받을 수 있는 곳입니다.)



응급실 가면 기다리다 병이 더 날 것 같아 버티다가 가까운 워크인을 갔습니다.

(거의 마치는 시간이라 다행히 기다림이 길지 않았습니다. 보통 기다리는것도 엄청나죠) 

의사가 정말 대충 보더니(2분정도? 걸린듯) 근육 이완제 약을 처방해주더군요ㅎㅎ

예상은 했지만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다음날 예약한 카이로프렉터에게 가서 더 만족스러운 진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의료 시스템에서 필요한 도움을 받기는 하지만, 정말 심각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집에서 기다림으로 해결되는 병이 더 많습니다ㅎ


그래서 아프면 병원을 가기 보다는 집에서 자연 치유가 되기를 기다리는 인내심이 더 상승한 것이 캐나다 와서 변한 것들 중 하나입니다.




3. 배려 문화



코스코에 가면 푸드 코트가 있는데 자리가 많지 않습니다. 그럼 보통은 어떻게 할까요?

음식 주문하는 사람 따로, 자리 잡는 사람 따로겠죠.


음식을 먹으며, 다른 사람들을 보는데, 한 엄마가 저학년 아이들 2명을 데리고 열심히 음식을 받아서 음료수를 받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신기했던 것이 그때까지 엄마는 단 한번도 자리가 있는지 확인을 안하더군요.(아이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음료수까지 다 받고 나서야 아이들과 자리가 있는지 쓰윽 둘러보더니 자리가 없으니 그냥 음식을 가지고 나가더군요.


그 뒤로도 코스코에 갈 때 보면 자리를 잡고 있는 사람들은 아시아계 쪽이나 이민자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각 문화마다 장점과 단점이 있지만 캐나다 사람들의 이런 배려 문화는 저는 좀 배우고 싶더라고요. 

사실 자리 못잡는다고 음식을 못 먹는 것은 아니니까요. 차에 가서 먹어도 되고요.


또 그렇게 저도 마음을 먹으니 자리 잡아야 할 일도 없고, 상황이 흘러가는데로 하자고 생각하니 조급할 필요도 없고 마음도 편한 것 같아요.




4. 기다림의 미학에 대하여...



앞서 언급했던 2번의 요소와도 비슷하데요, 비단 병원 뿐 아니라 사실 캐나다의 모든 시스템에 적용되는 말입니다.


흔한 예를 한번 들어보면, 이 곳은 비지니스라고 전화를 항상 재깍재깍 받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뭐가 있을까요? 자동응답기가 있습니다. 


자동 응답기에 간단한 용건과 전화번호를 남기면 꼭 전화가 옵니다.

단지, 기다려야 할 뿐입니다.


은행에도 어떤 안건에 대해서 문의를 할 수 있는데, 때로는 이메일로 하기도 합니다.

재깍 답이 오지 않으나 꼭 답이 옵니다.

단지, 기다려야 할 뿐입니다.



이렇게 뭔가를 문의할 때는 바로 해결되는 일이 잘 없습니다. 이것은 공공 서비스 뿐 아니라 생활 전반에 광범위하게 적용됩니다. 혹시 일처리가 아주 빠른 곳이 있다면 이민자 계열의 회사일 확률이 높습니다.


아까 문화마다 장점과, 단점이 있다고 했는데 이렇듯 다양한 문화의 장점과 단점을 볼 수 있는 곳이 캐나다입니다.


하지만 또 생각해 볼 수 있는 점은,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편한다는 것입니다. (캐네디언 회사의 경우입니다)


내가 고객이 원하는 무언가를 당장 해결해 줄 필요가 없습니다. 혹은 담당자가 자리를 비운 경우 내 일이 아니기에 그냥 기다리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빨리 해달라고 재촉을 한다면 오히려 그 따지는 사람이 이상한 사람이 되는 나라이죠.


한국에서 나고 자란 저에게 다름으로 다가왔던 캐나다의 문화들이지만 

단편적으로 봤을 때는 불편한 점도 있고 입체적으로 보았을 때는 또 배울 점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주말에 '이것 저것' 일 들 중 또 하나는 지금 쓰고 있는 스몰토크의 원고를 마감하는 일이었습니다.


이로서 <캐나다 이민 경험자> 와 <스몰토크 17>이 마무리 되었네요.

캐나다 이민과 자연스러운 영어 회화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들려보시기 바랍니다.





그럼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좋은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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