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들에게만 "How are you?"
인종 차별인가요?
에드먼튼으로 이사오고나니 상점에 갈 때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런던에 살 때는 한번도 해보지 못한 경험입니다)
가게에 들어가면 보통 Hi, How are you? 라고 직원이 묻게되죠? 그런데 이 곳에서는 모든 경우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꽤 많은 경우 How are you?라는 질문을 하지 않는 것을 느꼈답니다.
사실 속으로는 좀 편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여전히 이 질문에 자연스럽게 대답하는게 참 쉽지 않고 익숙해지지 않는 인사 방법이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어느 날 근처 빵집에 빵을 사러 갔는데 좀 묘한 기분을 느끼게 되었어요. 들어갔을 때 역시 점원이 Hello라는 인사만 하더군요. 그래서 인사를 하고 빵을 고르고 있는데 뒤에 다른 백인 손님이 들어오니 Hi, How are you? 라고 인사하는 것이었어요.
다른 경우에도 관찰을 해보니 아시아 사람들에게만 그냥 Hello, Hi 라고 인사하는 경우를 볼 수 있었어요. 이게 무슨 차이가 있냐고 생각하실 수 있을텐데, 영어권에서는 How are you?가 가지는 의미가 좀 크죠? 특히 서비스를 받는 경우는 친절함의 척도?로 느껴지기도 하니 저는 인종차별이 흔하지 않은 캐나다에서 이 사실이 흥미로웠습니다.
처음에 제 스스로 내린 결론은 보통 아시아 사람들에게 How are you?라는 인사를 건네면 불편해 해서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많은 분들은 How are you?라고 물어도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해 그냥 넘어가거나 대답을 안 할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경우 사실 더 어색해지기만 하니 그냥 질문을 안하는 것이다. 라는 결론을 내렸어요.
그러다가 런던에 있는 캐네디언 친구와 통화를 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흥미로운 가능성을 이야기 해 주더라고요.
" 어떤 캐나다 현지인들은 일부 아시아 사람들에게 그렇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을 수 있다. 그 이유는 벤쿠버에서 잘 살고 있던 자신들의 땅에 와서 집값을 터무니 없이 올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녀들이 커서 가정을 꾸리고 집을 사려고 할 때 집값이 너무 비싸니까 사지 못하고 가족들을 떠나 알버타주로 이사해야 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은 아마 아시아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는 말을 하더라고요. 친구의 개인적인 의견이니 확실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저 역시 런던에서 집값 대란을 겪어 보았고 그 참담함을 몸소 느껴보았기에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어쨌든 인종 차별은 거의 상상하지 못할 캐나다이기에 어린 점원들이 고의적으로 그렇게 한다고 저는 생각되지는 않고, 워낙 이민자가 많은 곳이니 How are you? 가 익숙하지 않은 것을 알고 그냥 그런 문화 차이를 파악하고 인사 정도만 하는 것 같아요. 먼저 물어봤는데 대답을 못 들으면 자신들도 민망하지 않을까요ㅎㅎ
캐나다 살면서 저는 인종차별이라고 느꼈던 일을 겪은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제가 둔해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 하지만 제 지인은 은행에서 그런 일을 겪어서 나중에 리포트를 하였고 은행 본사 측에서 연락이 와서 사과를 했고 직원에 대한 조처가 취해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습니다.
캐나다에는 정말 다양한 나라에서 온 이민자들과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곳이기에 일반적으로는 그에 대해 존중하고 인정하는 문화가 자리잡힌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결론은 How are you? 를 백인들에게만 묻는 것은 인종차별이 아니다. 라고 저는 생각합니다.ㅎㅎ 문화 차이를 빨리 파악한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응대 방법? 정도로 결론이 날 것 같습니다.
사실 글로 이렇게 적어서 그렇지 저는 그에 대해 불쾌하다고 느낀 적은 없습니다. 아쉬우면 제가 먼저 물어보면 되고 그러면 아시아인에게도 여전히 아주 친절한 직원들을 만날 수 있으니까요. ㅎㅎ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캐나다 영주권과 캐나다 이민 생활이 궁금하신 분들은 저의 책을 추천드립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