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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단 Feb 29. 2024

'나'이해하기

예민한 사람에 대한 이해와 오해

육아가 힘든 것은 사실 아이때문도, 건강 때문도, 경제적인 문제도, 외로운 육아 환경도 아니다. 이러한 것들이 원인 제공이 되기도 하겠지만 그 힘듦의 가장 본질적인 원인에는 '나'가 있다


이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힘들어 하는 '나'에 대해 잘 알아야 나를 더 잘 도울 수 있다. 앞으로 한 발 나아가려면 현 위치를 알아야 하는데, 그 가장 시작점이 '나에 대한 이해' 인 것이다.


나는 스스로 상당히 원만한 대인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고, 왠만한 일에는 하하 호호 웃어 넘기며 좋은게 좋은거라는 생각을 가졌다. 둥긍둥글하게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어느 날, 연륜이 있으신 할머니 의사분과 교제를 할 기회가 있었다. 남편 팔뚝 어딘가를 만져보시더니 하시는 말씀이 "성격이 참 좋네." 라고 하신다.


비슷한 진단?을 들을 것 같은 기대감으로 슬쩍 내밀은 내 팔을 만져보시더니 "많이 예민하네~."라고 하시는 것이 아닌가.


솔직히 그 때 좀 충격을 받았다. 내가 예민하다고? 내가?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런 말을 들은 적도 없을 뿐더러 나는 사람들과 특별히 마찰을 일으키는 타입이 아니었다.


한국에서 보통 "넌 왜그렇게 예민하게 구니?" 

라는 말을 들으면 특이한 성격을 가진 부정적인 말로 느껴진다. 


정말 그럴까?


미국의 심리학자 일레인 아론 박사에 의하면 인구의 15-20프로가 하이 센스티브 펄슨(High sensitive person) 매우 예민한 사람에 속한다고 한다. 그만큼 예민한 성격은 특이한 성격이 아니라 흔히 접할 수 있는 성격 유형이라는 것이다.


자가체크를 한번 해보도록 하겠다. 


1) 불안도가 높다.

2) 주변 자극에 남들보다 더 예민하다.(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 포함)

3) 어린 시절 가정환경에서 기인한 예민함이 있다.

4) 특별한 신체 증상이 있다.(오감이 예민, 공황 장애, 공황 발작, 답답함, 어지러움, 높은 불안감 등)


사실 결혼 전에 나는 새로운 나라를 혼자 겁없이 다니고 도전을 즐기며 위험에 아주 둔감한 편의 사람이었다.

그런데.. 결혼하고 나서, 아이를 가지고 나서 체크해 보았더니 이 모든 항목들에 다 해당이 되는 것 같다.


아.. 나 예민한 사람 맞네...


예민한 성격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그 시절도 나는 예민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괜찮은 척 하면서 받아 넘기고 포장하려고 했던 것 같다. 결국에는 그렇게 예민함을 잘 다스리지 못하면 신체적 현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하는데 나에게는 그게 자가면역 질환으로 나타났었다.


나는 결국 내 몸이 못살겠다고 신호를 보내고 나서야 나의 예민함에 대해 돌아보게 되었고, 나의 한계를 인정할 줄 알게 되었고, 나를 돌볼 줄 알게 되었던 것이다.


또한 이 예민함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도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예민하다는 것은 그만큼 모든 감각과 감정이 섬세하다는 것이고, 그로 인해 다른 사람이 잘 캐치하지 못하는 것들을 감지할 수 있어 다른 사람의 필요나 감정에도 더 공감하는 장점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이 예민함, 섬세함을 다루는 방법이다. 


주기적인 수면 주기를 지키는 것, 운동하는 것, 호흡하는 것 등이 예민함을 다스리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거기에 더해 나는 내가 나 스스로에게 가지는 기대치를 낮추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한계를 아는 것, 좀 못해도 괜찮은 것,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것 역시 불안을 낮추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언젠가 성인이 되고 나서 엄마에게 어린시절 부모님의 불화로 힘들었다고 이야기를 했더니

"오빠는 그런 말 안하는데, 넌 왜 그렇게 예민하니? 그때는 다 그러고 살았는데"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사랑하는 가족으로부터 감정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은 참 가슴아픈 일이다. 공부를 하다 알게 된 흥미로운 사실 중 하나는 예민한 사람들이 빨리 안정을 찾는 방법 중 하나가 가족으로부터 빨리 자신을 독립시키는 것이라고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의 성향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살피며 사랑해야한다. 


오늘 하루도 화가 나는 일들이 있었다면, 한번 적어 볼 수 있다. 내가 어떤 상황에 화가 나는지.. 어떤 특정한 말들이 나의 감정이 상하는지를 적어보자. 거기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그 이유는 종종 어린 시절의 나의 모습과도 관련이 있다.

이제 현재 '나'의 모습을 마주했으니 '어린 시절 화를 내고 있는 나'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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