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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단 Jan 28. 2024

캐나다에 살수록 깊어지는 고민

마트에서 왜 자꾸 말 거는거야?


 캐나다에 살면서 깊어지는 고민 중 하나는 영어인 것 같아요. 기본적인 회화 가능하고, 여러가지 업무 전화로 하는 정도면 괜찮지 않나요?(전화 할 일도 잘 안해진다는 건 비밀ㅎ) 그래도 살수록 영어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를 말씀드려 볼께요.


캐나다에서는 마트에 가면 모르는 사람들이 자꾸 말을 겁니다. 한국에서도 캐쥬얼하게 대화를 거는 분도 계시죠? 저는 그렇게 흔한 경험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요. 캐나다에서는 마트에서나 길을 지나가거나, 혹은 화장실에서도 사람들과 간단한 농담 섞인 대화를 잘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특히 관용어나 속담이 들어간 말들도 많이 사용하고, 뭔가 캐네디언 사람들의 일상 캐쥬얼한 스몰토크라고 하는 대화의 흐름이 있는데요. 정말 그 흐름에 따라 대화하기가 힘들더라고요.


여기 사람들은 화장실 가서도 모르는 사람이 베스트 프랜드가 되어 나온다는데(이건 모든 여자 화장실 이야기인가요?ㅎㅎ) 저는 그런 상황이 되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어떤 말을 해야 할지, 혹은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힘들 때가 많아 여간 난처한 것이 아닙니다. 


마트 계산대에서도 계산하다가도 (특히 나이 지긋하신 분들) 한번 대화가 터지면 가지 않고 계속 이야기를 하십니다. 뒤에 사람들 줄 서 있는 경우도 서두르지 않습니다. 뭔가 여유가 있고 사람 사이의 대화가 있어서 좋긴 한데.. 아직 그런 대화 기능을 익히지 못한 터라 여전히 적응은 잘 안되는 것 같아요.


한가지 사례를 말씀드리자면,

남편과 아들이 킥보드를 타다가 넘어지는 일이 있었어요. 다행히(?) 남편이 넘어졌는데 내리막길에서 바퀴가 빠지면서 넘어진 것이라 모양새가 좀 많이 안좋아 보였나 봅니다. (저는 나무에 가려서 보지 못했어요)

뒤늦게 달려가 상태를 체크하는데 산책하시던 노부부가 다가와서 말을 거십니다.

"캐쥬얼티?"

"????"

"캐쥬얼티?"

아니, 아유 오케이가 아니고 웬 캐쥬얼티? 티셔츠 걱정해주는 건 아닐테고..

벙찐 저희 표정을 보던 옆에 할아버지가 한마다 하십니다. "엑시던트"

아, 뭐 사고가 있었냐?고 물으신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되어 궁금했던 저는 나중에 캐네디언 친구에게 물어봤습니다.

그 단어의 정체는 "casualty" 찾아보니 사상자수, 불상사 등으로 나와있더군요.


그 친구 역시 흔하게 사용하는 표현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이렇게 지나가면서 하는 말들, 농담들이 여기 사람들에겐 삶의 윤활제와 같은 역할을 한다면 저에게는 처음엔 긴장의 시간의 연속이더군요.


조금씩 배워가고는 있지만 여전히 가장 어려운 부면인 것 같아요. 특히 언어는 그 단어의 뜻 만이 아닌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문화, 스포츠, 정치, 티비쇼와 같은 많은 것들이 포함되어 있기에 현지에서 태어난 사람처럼 영어를 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그래서 포기할 건 포기하고 받아들이고 살지만 한번씩 언어 속에서 느껴지는 이방인이라는 감정이 외롭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또 너무 고민하지 않으면 발전도 없기에 스트레스 받지 않는 선에서 고민해보며 재미로 천천히 배워가는 마인드를 가지는 게 좋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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