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립주택 앞에서

by 소똥구리

신호대기 중, 무심코 오른편에 빨간 벽돌로 지어진 낡은 연립주택이 눈에 들어온다. 회색 블록 담장에 마당은 별다른 나무도 화초도 없이 회색빛 시멘트 바닥이다. 입구에 한 여자분이 서 있다. 무표정한 얼굴이 낡은 연립주택과 함께 쓸쓸해 보인다.


연립주택 앞에 노란 학교 버스가 멈췄다. 열 살 즈음의 남자아이가 노란 버스에서 내리니 무표정했던 여자분의 얼굴이 순간 환해진다. 엄마는 아들의 손을 잡고 버스기사에게 인사를 건넨다. 모자는 정답게 손을 맞잡고 연립주택 안으로 들어간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이 풍경에 마음이 흐뭇하면서도 가슴 한쪽이 아려온다.


엄마의 손을 잡은 아이는 조금 발달장애가 있어 보인다. 저 아이의 엄마 아빠는 평생 저 아이를 돌볼 것이다. 장애가 있더라도 엄마 아빠가 함께 있는 저 아이는 안전하고 행복할 것이다. 부디 엄마 아빠가 건강하고 돈도 많이 버시기를 빌어본다.


엄마와 아이가 사라진 연립주택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15.4.28)



연립주택.png 군산 조촌동, 15.4.28©soddongguri





거의 십 년 전의 글과 사진이다. 그때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래도 이렇게 글과 사진이 있으니 그때 그날이 영화처럼 되살아난다. 이렇게 흔적을 남겨 두고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여행작가처럼 카메라를 들고 다시 찾아보겠다 생각했었다. 십 년이 다 되어 가지만 아직 삶이 바쁘다. 그럼에도 그 꿈은 유효하다.(23.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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