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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라우니 Oct 13. 2018

제주 협재 맛집 돼지와 바다의 만남

쫄깃한 흑돼지는 자꾸만 땡기는 매력이 있다.

제주 협재 맛집 바다를본돼지 본점

오랜만에 글을 적는것 같다.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다시한번 어깨쭉지를 펴고 김해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오랜만에 친구녀석들을 만나러 물건너 제주로 향하게되었다.


멀리 보이는 비양도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모습을 자아내고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바닷가는 안구정화의 시간을 나에게 안겨준다.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끝 수평선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레 마음이 평온해지는 기분이랄까~ 부산보다는 맑은 빛으로 빛나고 있는 저 바다는 내가 제주도를 오고싶어하는 이유중 하나이기도하다.

그런 아름다운 전망을 가지고 있는곳 바로앞에 흑돼지 고기집이 하나 보인다.

바다를 본 돼지라는 말 자체가 이미 바닷가앞이라는걸 제대로 말해주고 있다. 드라이브를 하다보면 분위기있는곳을 찾아가던지 아니면 내눈앞에 보이는 이곳이 어떤곳인지 그냥 느낌으로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오늘은 맛보다는 분위기에 한껏 취해 편한 마음으로 한번 들어가보기로했다.


메뉴판을 살펴보니 특이하게도 스페샬 메뉴가 눈에 띈다.

흑돼지를 맛볼수있는 고기집 중에서 요런 구성으로 나오는곳은 극히 드문것으로 알고있다. 사실 차려나오는것도 귀찮을뿐만 아니라 식자재 보관이라든지 운영적인 부분에있어서 어느정도 로스를 감수해야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구성이다. 게다가 괜히 어설프게 저렇게 했다가는 죽도 밥도 안될수도 있는 어려운 구성이 궁금해서 제주 협재 맛집만의 구성을 한번 믿어보고 주문을 해보기로했다.


추가반찬은 셀프코너를 이용해서 먹을 만큼만 담아서 먹으면 되겠다.

고기를 먹을때는 그래도 고기에 집중을 하는편이라 나에게는 큰 해당사항은 없었지만 야채를 많이 먹는 분들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코너이기도하다. 직원분을 자꾸 불러서 주문할 필요없이 내가 먹고싶은 만큼 담아서 먹으면 되니까 눈치 볼 필요도 없다.


파절이

올 여름 너무 더웠던 탓에 파값이 많이 올라서 잘 내주지 않는곳이 많은데 아낌없이 나오는 파절이는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다보니 몇번이나 리필을해서 먹었다. 부드럽게 잘 손질이 되어있어서 고기와 함께 먹기에 딱 좋았다. 양념도 자극적이지 않아서 알싸한 대파만의 맛을 제대로 느낄수가 있었다.

기본적으로 필요한 야채들도 모두 갖추고 있다.

씻은 김치는 묵은지를 씻어놓은것이라 끝맛이 사이다 처럼 시원한 느낌을 준다. 쫀득거리는 흑돼지 한점을 싸서먹으면 자연스레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쌈채소 역시 계륵같은 존재라고 해야하나~ㅎㅎ 없으면 아쉽고 있으면 막상 잘 안먹어질때도 있지만 없으면 아쉬운쪽에 가까운 야채쌈이다.


다른 메뉴들이 나오기전에 먼저 나오는 흑돼지

흔히들 제주도에서는 굵직한 고기를 근고기라고 한다. 한근 두근 할때 "근"을 붙인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 정도로 사이즈가 생각보다 어마어마하다. 생고기다 보니 이렇게 두툼해야 제맛이라고 하듯이 냉동이라면 이렇게 두껍게 했다가는 큰일나겠지~ㅎㅎ 꽃분홍빛 색으로 곱디고운 느낌을 안겨주는 흑돼지는 두껍기 때문에 겉면이 너무 타기전에 미리 가위소 손질을 해주는게 좋다.


잠시뒤에 한상가득 차려지는 스페셜 메뉴!

이건 뭐 딴데 갈 필요도 없이 그냥 여기서 한방에 끝장을봐도 될것 같은 분위기다. 흑돼지가 지글지글 익어가는동안에 메뉴판에 적혀있던 키조개야채볶음,전복,새우,광어회가 나왔다. 여러군데 다니면서 배터질때까지 먹는것 보다는 찰진구성으로 되어있는 이 음식들을 천천히 맛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수있을것 같다.

양도 제법 많아서 둘이먹기에도 차고 넘칠것 같다.

예비역들이 흔히들 이야기하는 육,해,공 다모였네? 그런 분위기를 자아낸다. 여기서 빠진건 닭고기네~ㅎㅎ 만약 닭고기까지 있었다면 진짜 육,해,공 다 모였다고 할수있겠다.

노릇 노릇 잘 익어가고 있는 고기
손질은 나의 몫이었다.

불판 한가운데에있는 멜젓소스는 보글보글 끓여서 먹어야 비린맛을 어느정도 잡아주기 때문에 그냥 먹는것 보다는 끓여서 먹는것을 추천한다.


윤기가 촤르르 흐르는 흑돼지는 보기만해도 먹음직스럽다. 육지에서도 목살이나 삼겹살을 구워먹을때 요런 때깔이 나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괜시리 육지에서는 이런 느낌으로 제대로 먹을수가 없다는것이 여운으로 남아버릴것만 같다.

쫄깃한 이맛에 사로잡히는것은 정말 순식간이다.

두툼해서 고기가 질긴건 아닐까? 하고 그런 생각을 처음에 많이 하지만 막상 먹어보면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는 부드러운 육질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들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제주 여행을 올때 항상 흑돼지를 먹는것이 아닐까? 육지에 비해서 다소 비싸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는데 가격비교를 해보면 사실 큰 차이도 없다.

광어회 그리고 전복구이

흑돼지가 메인인데도 기대이상으로 괜찮았다. 요즘은 사람들이 메뉴가 너무 다양하면 뭔가 2%부족하다 라고 생각을 하는경우가 많은데 모든곳이 다른것은 아닌듯하다. 숙성도 제법 잘되어있는것 같고 부드럽게 입안에서 씹히기 때문에 왠만한 횟집못지 않은 훌륭한 맛이었다. 전복도 버터에 구웠는지 고소한 향이 진동하면서 쫄깃한 식감을 그대로 느낄수가 있었기에 전복마니아인 내 입맛까지 사로잡았다.

키조개 야채구이 & 새우

키조개 관자 같은경우 손질을 잘못하거나 그냥 구워버리면 질겨서 먹기 싫을때가 많았는데 얇게 슬라이스를 쳐놓으니 입안에서 걸리는것도 없고 흑돼지와 같이 먹어도 맛있는 궁합을 자랑했다. 새우구이도 버터에 구워서 전복구이와 마찬가지로 향이 좋았다.


느끼한 속을 달래줄 해물된장찌개

고기를 어느정도 먹고나면 기름진맛 때문에 속이 늬글늬글 거리는것을 느낄수가 있는데 그 타이밍이 느껴지기 전에 미리 찌개 하나 주문해서 먹는다면 먹방의 흐름에도 전혀 지장을 주지 않고 편안하게 식사를 할수가 있다. 해물도 한가득 들어있어서 국물맛도 시원하고 속풀이용으로도 으뜸이다.


식사후에는 가볍게 산책을 하면서 소화를 시킬수가 있다.

걷기 귀찮아서 차안에서만 계속 있는것보다는 잠시 이렇게 소화도 시키고 짭조름한 바다향을 맡아가면서 쉬어가는 시간도 제주여행의 또 다른 묘미가 아닐까?


요즘은 해가 짧아져서 금방 노을이진다.

숙소로 돌아가기전 이글거리는 노을을 바라보고 있으니 마음도 평온해지는 기분이다. 내일은 또 어디가서 뭘 먹나.. 그런 고민은 잠시 접어둔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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