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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Sep 08. 2020

귀뚜라미 공포증

이런저런 이야기 32

  나에게는 두 살 위 오빠가 한 명 있다. 그래서 어릴 적에는 오빠랑 늘 함께 놀곤 했다. 엄청 개구쟁이였던 오빠 때문에 나는 크게 다칠뻔한 적도 있고 집을 잃어버려 고아가 될 뻔한 적도 있는 등 나름 오빠와 겪은 사건사고들이 많다. 흐흐.


  어제 브런치 이웃님의 귀뚜라미 글을 보다가 오빠와 겪었던 귀뚜라미 사건이 떠올랐다.


  내가 7,8살 즈음 어느 여름 막바지였던 때로 기억한다. 하도 더워서 오빠와 나 둘 다 집에서 메리야스와 팬티만 입고 있었던 때였다.


  오빠가 갑자기 "귀뚜라미다!" 하더니 손으로 냉큼 잡니 "던진다. 받아라." 하면서 나에게 던지려는 시늉을 했다. "오빠, 하지 마. 무서워."


  오빠는 계속 던질까 말까 하며 자꾸 약올리자 나는 짜증이 나서 "그래, 던져봐라."라고 말해버렸다.


  그러자 오빠는 진짜로 귀뚜라미를 나에게 던졌다. "으악!" 소리를 지르며 팔로 온몸을 감싸면서 나는 눈을 감았다.


  잠시 후 눈을 떠보니 귀뚜라미가 내 주변에 없었다. 아무리 둘러봐도 없다.


  뭐야, 또 장난친 건가. 한숨을 내쉬며 다행이다 싶었는데 왼쪽 어깨에 느낌이 이상했다. '뭐지?' 하며 고개를 왼쪽으로 돌렸는데 나는 정통으로 마주쳤다. 귀뚜라미의 시커먼 눈과 말이다.


  "끄악!" 소리를 지르며 귀뚜라미를 털어내고 나는 온 집안을 도망 다녔다.


  왼쪽 어깨에서 귀뚜라미가 움찔되던 그 생각에 자꾸 소름이 끼쳤다. 계속 내 몸에 귀뚜라미가 붙어있는 것 같았고 기다란 더듬이와 징그러운 다리들, 그리고 그 시커먼 눈이 자꾸 생각이 났다.


  그 뒤로 나는 귀뚜라미 공포증이 생겼다. 귀뚜라미를 제일 무서워하고 비슷하게 생긴 메뚜기, 여치 같은 종류들도 다 무서워한다.


  요즘 귀뚜라미 소리가 슬슬 들리는 듯하다. 가을은 좋은데 귀뚜라미는 다.



자세히 보면 진짜 무섭게 생겼다는.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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