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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Nov 19. 2020

남편복은 없어도 시부모님 복은 있잖아

15년 차 동갑내기 부부의 결혼생활 이야기 24

   결혼하고 남편이 늘 하던 말이 있다. "당신은 남편복은 없어도 시부모님 복은 있잖아."라는 말이다. 진짜 나는 시부모님 복이 많다. 물론 나는 남편도 잘 만났다고 생각하는데 남편은 농담 식으로 자주 저 말을 하곤 했다.


  어머님은 무녀독남인 남편 하나를 키우셨다. 그래서인지 어머님은 나를 딸 같다며 처음부터 좋아하셨다. 내가 남편과 친구사이일 때 가끔 남편의 집에 다른 친구들과 함께 놀러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참 잘해주시고 이뻐해 주셨다.


  연인 사이가 되었을 때부터는 말할 것도 없이 친딸처럼 대해주셨다. 연락도 자주 하시고 늘 목걸이, 귀걸이, 옷 등 자주 선물을 사주셨다. 맛있는 것도 많이 만들어주시고 가끔 어머님과 둘이서 쇼핑을 가기도 할 정도였다.


  결혼해서는 완전히 엄마와 딸처럼 지냈는데 진짜로 친정엄마보다 어머님과 통화하는 시간이 더 많을 정도로 자주 전화통화를 오래 한다.(친정엄마가 무뚝뚝하게 통화하시는 이유도 있지만) 오죽하면 내가 어머님과 통화를 하고 있을 때 옆에 같이 있던 지인

이 "친정엄마야?"라고 물을 정도였다.


  지금도 어머님과 통화하면 기본통화가 30분 이상이다. 이런저런 얘기, 애들 얘기

등을 편하게 하는데 어머님과 남편 흉도 자주 본다.


  그러면 얼마나 통쾌하고 기분이 좋은지. 흐흐. 진짜 내가 느끼는 남편의 단점을 너무나 잘 알아주시고 공감해주시니 말이다. 어머니는 결혼초에 혹시 부부싸움을 하면 친정으로 절대 가지 말고(친정부모님이 걱정하실 테니) 시댁으로 오라고까지 하실 정도로 내 편을 잘 들어주신다.


  결혼초 2,3년은 걸어서 15분 정도 거리의 시부모님이 사셨는데 갑자기 불쑥 찾아오신

다거나 시댁으로 갑자기 오라는 등의 일들을 하신 적이 절대 없으셨다. 꼭 시간 약속을 하시고 오시던지 거의 우리 집으로 오신 적이 없다. 대부분 우리가 시간이 나고 편할 때 들르라고 하셨다. 두 분 모두 매사에 생각하시는 게 젊으시고 배려와 센스가 많으신 분들이시다.


  아버님은 엄청 자상하시고 선하시고 알뜰하신 분이신데 며느리인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거, 먹고 싶어 하는 것은 무조건 다 들어주실 정도로 나를 이뻐해 주신다.


  그래서 어머님은 아버님이 안된다고 하는 걸 설득하실 때 나를 이용하실 정도셨다. 특히나 남편과 연애 중일 때 내가 초등수학

강사로 7-8년째 근무 중이었는데 수학 강사

라는 직업에 완전 나를 너무 똑똑하게 잘 보셔서 더 이뻐하신 듯하다. 실제로는 그리 똑똑하지 않은데 말이다. 흐흐.


  시댁은 제사를 지내지 않아서 명절이면 우리가 먹고 싶은 음식만 해서 먹곤 하는데 어머님은 항상 명절 1,2주 전에 잡채며, 녹두, 동그랑땡, 만두 등의 음식들을 미리 조금씩 다 만들어 두시고 지퍼백에 담아 냉동실에 가지런히 넣어두셔서 명절에 시댁에 가면 내가 할 일이 전혀 없다. 오히려 내가 죄송해서 시부모님이 좋아하시는 음식 중 내가 잘하는 음식들 몇 가지를 만들어서 간다.


  어머님은 또 음식 솜씨가 워낙 좋으셔서 나는 아직도 김치를 내손으로 한 번도 담가본 적이 없는데 시집와서 김장을 도와드린 적이 결혼 15년 중 4-5년 밖에 없다. 애들이 어리고 내가 바쁘다는 이유로 김장하는 날도 알려주시지 않고 늘 두 분이서 후다닥 김장을 하시니 죄송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게다가 우리가 경기도에서 진주로 내려가서 작년

까지 4년을 살았을 때는 김장김치를 택배로 보내주시기까지 하셨다.


  올해는 이제 다시 경기도로 올라와 시댁과 가까워져 이번 김장은 꼭 도와드리러 가려했는데 내가 요즘 인구조사 아르바이트

를 한다는 소리에 바쁘니 안 도와줘도 된다고 하시면서 며칠 전 김장을 두 분이서 또 해버

셨다. 너무 죄송해서 전화는 드렸지만 마음이 편치가 않다.


  암튼 나는 이렇게 너무나 좋으신 시부모님

을 만나서 너무 편한 며느리인 듯하다. 전생에 진짜 나라를 구했나 보다. 친구들을 만나서 수다를 떨다 보면 시댁 쪽(시부모님, 시누이 시 올케 등) 흉보는 수다가 필수인데 나는 시댁 흉 볼일이 하나도 없어서 늘 조용

하게 듣기만 한다.


  어머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들은 기억이 나는데 어머님은 시어머니한테 시집살이를 제법 하셨다고 하셨다. 그래서 나중에 며느리가 들어오면 나처럼 시집살이

 절대 시키지  않고 잘해주겠다고 생각하신 적이 있으시단다.


  그냥 나는 두 분께 항상 감사할 따름이다. 넘치는 사랑을 가득 받아서 말이다. 그리고 늘 죄송하다. 더 잘 해 드려야 되는데 내 자식 키우느라 부모님들께 소홀하게 해 드렸기 때문이다.

 

  두 분 모두 지금처럼 늘 건강하시고 남편과 내가 효도를 더 많이 할 수 있게 오래 함께

하시기를 기도해본다.


시부모님과 큰 딸아이

  


https://brunch.co.kr/@sodotel/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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