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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Sep 28. 2020

효자손의 다른 용도

이런저런 이야기 41

  내 나이 딱 마흔 중반. 그리 많은 나이라 생각하지 않았는데 내 몸은 안 그런가 보다. 나이를 먹다 보니 왜 이리 등이 자주 가려운지 모르겠다.


  특히나 남편이 더 심해졌는데 작년부터 갑자기 등이 막 미친 듯이 가렵다며 나보고 긁어달라고 할 때가 많다. 아니면 집안에서 튀어나온 모서리에 자기 등을 대고 긁기도 한다. 내 손보다 그게 더 시원하단다.


  그러자 남편은 안 되겠다 싶었는지 효자손을 두 개나 사 왔다. 하나는 집에서, 하나는 차 안에 두고 쓴다. 이래서 어르신

들이 효자손을 다 갖고 계시나 보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도 늘 갖고 계셨고 친정

아버지도 항상 효자손을 옆에 늘 두고

계신다.


  나이가 들긴 들었나 보다. 부모님들의 행동이 똑같이 나오는 걸 보니 말이다. 우리 부모님이 40대일 때는 나이가 엄청 많다고 생각고 나이를 많이 드신 것처럼

느껴는데 내가 40대가 돼보니 그게 아니었구나 싶다.

   



  그 효자손이 또 생겼다. 아주 이쁘고 블링블링한 효자손인데 네 살 둘째 아들이 어린이집에서 어버이날 선물로 만들어 온 것이었다.


  둘째가 자기 사진도 붙이고 스티커로 이쁘게 꾸며서 가져왔는데 기분이 너무 좋았다. 효자손을 어버이날 선물로 보내 주시다니 재미도 있고 웃기기도 하고 어린

 선생님들의 센스에도 감탄했다.


  그 이쁜 효자손을 요즘 나는 다른 용도로 쓴다. 바로 맴매로 말이다. 쿨럭.


  둘째가 진짜 진짜 말을 안 들을 때

"엄마, 맴매한다."라며 그 효자손을 들고 나온다. 손에 어쩜 그리 촥 잘 붙는지 맴매 용도로 딱이다. 엄마가 화가 났다는 것으로만 알려주는 용도인데 제발 진짜로 쓸 일이 없기를 바란다, 아드님아.

 


사랑의 효자손이 사랑의 맴매가 되어 참 씁쓸하다.


  https://brunch.co.kr/@sodotel/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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