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딸아이가 태권도 학원에 다녀와서 집에 들어오는데 다녀왔습니다는 목소리가 심상치가 않았다. 목소리가 왜 그러냐고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으니 마스크를 벗자마자 엉엉 울면서 하는 말.
"엄마, 관장님이 나보고 발이 크다고 해서 속상해서 울었어."
"그랬구나. 관장님은 너를 놀리려고 한 게 아니고, 딱 보니 발이 커 보이니까 그냥 하신 말씀이지. 너무 속상하게 생각하지 마."
초등학교 4학년 딸아이의 발 사이즈는 245센티미터이다. 신발이 크게 나온 건 240도 맞긴 하다. 내 발 사이즈는 250이고 남편은 310이다. 쿨럭. 그리고 5살 둘째 아들은 210이다. 허허허허.
'미안하다. 딸아. 발이 큰 건 아빠, 엄마 닮아 유전이란다. 특히 아빠를 닮아서 말이지. 그래도 발만 큰 게 아니라 키도 크잖니.'
아무튼 딸아이도, 둘째 아들도 어릴 적부터 발이 컸다. 그래서 나는 첫째 딸아이의 신발을 엄청 자주 샀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첫째가 신다가 작아진 신발을 둘째에게 물려주니 첫째 딸아이 때보다는 둘째의 신발을 덜 사게 되었다.
어릴 적부터 발이 컸다는 게 딸아이한테는 나름 스트레스였나 보다. 작년부터 발이 크다는 말에 엄청 예민해졌다. 사춘기라 더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그날 저녁 태권도 관장님께 전화가 왔다. 발이 크다는 말에 ㅇㅇ이가 많이 속상해했는데 괜찮냐고 말이다. 조금 울긴 했는데 발이 크다는 소리에 좀 예민한 편이라고 말씀드렸더니 죄송하다고 거듭 얘기하시더니 앞으로는 딸아이 앞에서 발 얘기는 절대 하지 않겠다고 하시면서 아이들 앞에서 더욱 말조심도 해야겠다며 다짐하셨단다.
두 아이 모두 남편 닮아서 어릴 적부터 발도 크고 키도 크지만 그래도 다행인 건 남편의 평발은 닮지 않아 천만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