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항상샬롬 Jun 13. 2021

서울로 3일 동안 출퇴근하다

이런저런 이야기 108

  3일 동안 강남 쪽으로 업무교육을 다녀왔다. 경기도에 사는 내가 딱히 서울로 다닐 일은 가끔씩 시부모님 댁에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다녀오는 것을 빼고는 거의 없었다. 그래서 혼자 대중교통으로 서울을 다녀오는 것은 실로 오랜만의 일이었다.


  교육을 앞두고 며칠 전부터 그 먼 거리를 왕복하는 것 자체가 피곤하고 힘들 거 같아 진작에 지친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괜히 쓸데없이 걱정들을 많이 했다. 


  3일 동안 5살 둘째 아들은 내가 아닌 아빠와 유치원에 등원을 잘 할 수 있을까? 4학년 딸아이는 혼자서 줌 수업을 하고 준비해둔 점심을 챙겨 먹으며 잘 지낼 수 있을까?(이번 주는 등원하지 않는 주간이었음) 두 아이 모두 유치원에서, 집에서 별 탈 없이 잘 지내겠지?


  10시까지 회사에 도착해야 하는데 출퇴근 시간에 고속버스를 타면 막히지 않을까? 전철로 가면 2시간이 넘게 걸리는데 과연 앉아서 갈 수는 있을까? 노트북을 들고 다녀야 하는데 아픈 손목에 무리가 가지 않을까라는 별의별 걱정들이 다 들었다.


  강남에 있는 회사로 어떻게 가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지 이리저리 검색을 하다가 교육가기 전날 내가 사는 지역 카페 엄마들에게 질문해서 물어보니 많은 분들이 친절하게 답변을 해주셨다. 거의 대부분의 엄마들이 고속버스를 타고 가는 것이 제일 빠르고 편하다면서 고속버스 타는 시간까지 캡처해서 댓글로 달아주신 분도 있었다.


  그리고 버스전용차선으로 가니 사고가 아닌 이상은 막히는 일이 거의 없다고 했다. 그래 고속버스를 타고 가기로 결정. 마지막으로 버스 어플도 깔고 전철 노선도 검색해서 캡처해두고 회사 쪽으로 나가는 전철역 출구번호도 저장해 두었다.


  드디어 교육 첫날. 6시에 일어나 씻고 아침을 준비해두고 둘째의 유치원 가방과 등원 옷들을 챙겨두고 큰 딸아이의 점심도 준비해두고 나는 국에 밥을 후다닥 말아먹었다.


  오랜만에 화장을 하고 세미 정장을 입고 노트북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섰다. 음, 오랜만에 느껴보는 출근하는 기분이 나름 좋았다.


  집 근처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20분 정도를 기다렸다가 고속버스를 탔다. 내가 마지막 표를 구매했는지 마지막 좌석번호였고 자리는 맨뒤 가운데였다.


  맨 뒷자리는 신기하게도 모두 여성분들이라 더 마음 편히 앉아 갈 수 있었다. 버스 안에 빈자리 없이 꽉 차서 앉아있는 분들을 보니 모두 열심히 바쁘게 사시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카페 엄마들의 말처럼 거의 막히지 않고 시원하게 달려 강남 고속터미널까지 딱 1시간이 걸렸다. 도착한 시간이 8시 20분. 10시까지 회사로 가면 되고 지하철로  정거장만 가면 되는데 시간이 너무 남았다.


  고속터미널 1층을 이리저리 걷다 보니 일찍 오픈한 카페가 보인다. 내 사랑 아이스 아메를 주문하고 30분을 앉아 시간을 보냈다.


  이 시간에 혼자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는 것도 참으로 오랜만이다. 역시 좋다. 비록 몸은 긴장되고 피곤하지만 애들 없이 혼자 버스를 타고 혼자 커피를 마실수 있다니 기분 좋고 행복하다.


  9시쯤에 지하철을 탔다. 고속터미널역은 3,7,9호선이 있어 엄청 사람들이 붐비는 곳이다. 수많은 출근 인파들 속에 있는 나는 낯설고 안 어울리는 느낌이 든다. 30년을 서울토박이로 살았는데도 경기도에서 오래 살다보니 서울로 다니는 일은 참 적응이 안된다.


  9시 15분에 1등으로 회사 도착. 직원분들이 반갑게 맞아주시면서 하는 말. "역시 멀리 사시는 분이 제일 일찍 오시네요. 오시느라 고생하셨어요."


  3일 동안 그렇게 오랜만에 느껴보는 출퇴근 활동은 비록 몸은 피곤하고 힘들었지만 재미있고 기분 좋고 뿌듯했다. 역시 나는 일을 해야 힘이 솟는 체질인듯하다.


  재택근무 프리랜서 말고 회사로 출퇴근하면 좋겠다. 흐흐.



  1등으로 도착한 교육실에서 

https://brunch.co.kr/@sodotel/423


  

작가의 이전글 대통령 꿈 덕분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