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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Oct 04. 2021

똥밭에서 먹는 아이스크림?

15년 차 동갑내기 부부의 결혼생활 이야기 35

  어제 오랜만에 집에서 남편과 함께 녹차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녹차향이 진한 것이 참 맛있었다. 그리고 남편과 서로 마주 보며 씩 웃었다. 남편과 나에게는 녹차 아이스크림에 대한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남편과 사귀기 전 친구사이였던 어느 날, 서울 명동에서 만나 내가 밥을 사기로 했다. 돈가스를 먹고 후식으로 남편이 아이스크림을 사준다며 근처 아이스크림 전문 매장으로 갔다.


  그 당시 유명한 팥빙수 가게여서인지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남편은 나보고 먹고 싶은 아이스크림을 주문하라고 했고 나에게 자리를 맡아 놓으면 가져가겠다고 했다.


  2층 빈자리를 찾아 자리에 앉았는데 갑자기 확 이상한 냄새가 났다. 잠시 후 남편도 아이스크림을 들고 자리로 왔는데 앉자마자 하는 말.

"어휴. 웬 똥냄새 같은 게 나."


  주변을 둘러보니 이상하게도 우리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거의 다 녹차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주문한 아이스크림도 역시 녹차 아이스크림이었다. 남편은 "똥밭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 같다."라며 같이 엄청 웃었던 기억이 난다.


  녹차향이 이렇게 이상한 냄새로 느껴질 수도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아마도 우유와 다른 재료들이 어우러져 녹차 아이스크림 향에서 이상한 향이 난 것 같았다.


  그 이후 남편과 나는 녹차 아이스크림을 당분간 먹지 못했는데 어제 오래간만에 먹은 녹차 아이스크림은 역시 맛있었다. 그리고 역시나 살짝 똥냄새가 났다.




  남편과의 추억을 떠오르게 해 준 녹차 아이스크림에게도 감사를.

https://brunch.co.kr/@sodotel/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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