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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Oct 08. 2021

밥 한 끼 사주고 혼나다

15년 차 동갑내기 부부의 결혼생활 이야기 36

  남편과 친구사이였을 때의 일이다. 퇴근 후 서로 근처에 있길래 내가 저녁을 사 줄 테니 만나자고 했다. 무얼 먹을까 하고 고민을 하다가 주변을 둘러보니 맛있다고 유명한 돈가스 집이 있길래 들어가자고 했다.


  일식 돈가스 집이었는데 메뉴를 보고 내가 주문을 했다. 잠시 후 남편도 메뉴를 다시 보면서 하는 말.

"나는 밖에서 밥 한 끼 먹는데 5천 원 이상 되는 밥은 못 먹겠더라. 그냥 돈이 아깝더라고."


  우리가 시킨 메뉴 두 가지의 가격은 대략 개당 7,8천 원 짜리였다. 아무튼 남편의 그 말을 듣는 순간 민망하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했다. 사실 나도 평소에는 그리 비싼 음식은 잘 먹지 않는데, 오랜만에 친구에게 맛있는 밥을 사주려고 큰맘 먹고 한 거라 억울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또 드는 생각이 '남자애가 뭐 이리 쪼잔하지?'라는 것과 마지막으로 든 생각은 '그래도, 이런 남자랑 살면 나중에 굶어 죽지는 않겠네. 의외로 알뜰한가 보다.'라는 것이었다.  


  남편이랑 연인이 되고 부부가 되어보니 역시나 남편은 알뜰살뜰한 편이었다. 그렇다고 구두쇠는 아니고 쪼잔하지도 않았다.


  돈을 쓸 때는 또 쓰는 편인데 오래 쓰는 물건들은  발품을 팔아 이리저리 잘 비교해서 꼼꼼하게 선택을 하고 잘 사곤 한다.


  이번에 산 얼음정수기 냉장고도 일주일을 여기저기 다녀보고 고른 제품이었다. 옛날에는 그렇게 쇼핑 다니기 싫어하더니 몇 년 전부터는 나보다 더 쇼핑을 좋아하고  사는 듯하다.


  오죽하면 냉장고 매장 직원분이 남편분이 엄청 꼼꼼하시고 자상하시다고. 보통은 아내분들이 그렇게 하시는데 우리 남편 같은 사람은 의외로 보기 어렵다는 말까지 할까.


  아무튼 밥 한 끼 사주고 혼났다고 느껴졌던 남자는 처음이라 그때 당시 나름 신선한 충격이라 그랬는지 눈에 콩깍지가 씌워서 그런 건지 이렇게 부부가 되다니 참 신통방통하다.


https://brunch.co.kr/@sodotel/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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