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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May 03. 2020

인공수정 10번 그리고 6번의 유산

파란만장 난임극복 이야기 네 번째

  자궁내막증이 있고 배란이 불규칙해서 결혼 후 2년 동안 임신이 되지 않으니 시술을 시작하자고 병원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래서 제일 먼저 인공수정을 하기로 했다. 인공수정을 할 때마다 과배란 주사, 난포 터지는 주사 등등 각종 주사들을 일정한 시간에 매일 며칠씩 배에 맞아야 한다. 그래서 간호사님에게 주사를 셀프로 맞는 법을 배웠지만 집에서 막상 해보려고 내 배에 주사를 놓으려고 하니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


  나는 겉모습은 뭐든 잘할 거 같이 씩씩하게 생겼지만 나름 소심녀이다. 그래서 어차피 집에서 병원까지 30분 거리니 매일 병원으로 직접 가서 주사를 맞았다. 운동삼아 간다는 셈 치고 기분 좋게 다녔던 것 같다. 병원을 무슨 마실 다니듯 편하게 다녔다. 그러면서 간호사님들과도 친해지고 병원 갈 때도 불편하지 않고 긴장감도 덜 해져서 편하게 다닐 수 있어 좋았다.


  과배란 주사를 맞다 보니 나는 난포가 엄청 많이 잘 생기는 케이스였다. 난포가 많이 생긴 다는 건 난자가 많이 생긴다는 것이니 좋은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배란이 너무 잘되는 과배란으로 난포가 필요이상으로 너무 많이 생겨 복수가 차서 남산만 해진 배에 호스를 꽂고 복수를 빼내기도 했고 먹기 싫었던 이온음료도 열심히 먹었다. 이온음료를 먹어야 복수가 빠지는데 도움이 된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배가 엄청 힘들고 불편했지만 난포가 많이 생겨야 임신 확률도 높아지는 것이니 잘되었다 생각하면서 지냈다.


  인공수정을 10번 이상을 했는데 그중 6번은 임신이 되었다. 하지만 5번은 화학적 유산으로 흘러내렸다.

매번 임신 4,5주쯤에 출혈과 함께 자꾸만 흘러내리는 것이었다. 그중 한 번은 분명 출혈과 함께 화학적 유산이 되었는데 배가 자꾸 아파서 임신 피검사를 다시 받으니 피검사 수치가 불규칙하게 다시 올라가고 있었다. 정밀검사를 해보니 아기집이 두 개가 착상이 되었다가 하나는 흘러내리고 다른 하나는 나팔관에 붙어서 착상을 했던 것이었다. 그게 말로만 듣던 자궁 외 임신이었다. 그냥 두면 나팔관이 파열될 수도 있어서 나팔관 절제 수술을 했다. 그래도 쌍둥이였다니 너무 아쉽기도 하고 신기했다. 나도 쌍둥이 맘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때부터 온라인에서 쓰는 닉네임을 둥이둥이로 바꾸었다.

 

  6번 중 한 번은 8주에 유산이 되었다. 처음으로 심장 뛰는 소리도 들어서 너무너무 기쁘고 행복했는데 그다음 주에 가서 보니 아기 심장이 멈춰있었다. 즉 계류유산이었다. 이런 경우는 화학적 유산처럼 흘러내리지가 않으니 소파수술로 긁어내야 한다고 해서 또 수술을 했다.


  소파수술을 하려고 수술실 밖에서 누워 대기를 하고 있는데 바로 옆 수술실에서는 아기가 태어났는지 신생아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내 아기는 심장이 멈춰서 떼어내려 하고 있는데 옆에서는 건강한 아기가 태어난다니 인생은 참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을 했다.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지, 내 몸뚱이는 대체 왜 이러는 건지, 뭐가 문제인 건지 오만가지 생각들이 들면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그리고는 앞으로 다시는 울지 말자 다짐했다.


다음 편에 계속



아래 사진은 아기를 기다리며 만들었던 마트로시카. 이런 대가족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기도했다.


https://brunch.co.kr/@sodotel/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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