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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Jun 22. 2020

두구두구두구 소리에 눈물이 펑펑

파란만장 난임극복 이야기 열여섯 번째

  내 생애 마지막 5차 시험관에 성공하고 피검사 두 번을 정상으로 통과해서 2주 후 드디어 심장소리를 들으러 남편과 병원으로 향했다.


  진료실 앞에서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가슴을 부여잡고 이십여분을 기다리는데 왜 이리 시간이 더디 가던지. 

10번 이상의 인공수정을 하면서 6번의 유산을 겪었는데 심장소리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이유였다.


  드디어 진료실로 들어가 선생님을 뵙고 굴욕 의자에 앉았다. 초음파 기계를 넣자마자 바로 들리는 건


"두구두구두구두구....."


  엄청 크고 빠른 아기 심장소리. 콩알보다도 작은 아기는 정말 심장이 빨리 뛰었고 소리도 컸다. 그 소리를 듣자마자 남편과 동시에 눈물이 왈칵. 이 소리를 듣기 위해 그렇게 멀리멀리 돌아왔구나 싶었다. 결혼 6년 만에 6번 유산 끝에 처음 들어본 우리 아기의 심장소리였다.


  선생님은 우리 아기를 꼭 같이 잘 지켜보자고 하셨다. 우선 임신 3개월까지가 중요한 시기니 무조건 안정하고 조심 또 조심하라고 하신후 초음파 사진과 심장소리를 녹음해 주셨다. 집에 와서 아기 심장소리를 얼마나 자주 들었는지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가 않는 기분 좋고 신기한 소리였다.


  진료실을 나오자 그렇게나 받고 싶었던 산모수첩을 간호사분이 주셨다. 또 그렇게 듣고 싶었던 말

"산모님, 다음부터는 산모수첩 꼭 가지고 오세요."라고 하시는데 기분이 정말 묘하기도 하고 마냥 좋았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양가 부모님께 기쁜 소식을 알려드렸다. 아직 완전하게 안심할 때는 아니고 넘어야 할 산들이 많았지만 심장소리까지 들었으니 그나마 조금 안심이 되어서 빨리 알려드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양가 부모님들 모두 기뻐하셨지만 또 한편으로 걱정하시는 것이 느껴졌다.


  피검사 이후 시작된 입덧이 심장소리를 듣고 온 날부터 점점 심해지기 시작했다. 무엇이든 먹고 나면 바로 토를 했다. 물만 먹어도 토를 해서 하루 종일 변기를 잡고 살았다. 그런데 참 신기한 건 6번의 임신을 했을 때는 입덧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이었다. 아기가 약해서 정말 6번 모두 유산을 한 것이었을까.


  어른들 말씀에 '입덧하면 아기가 건강하다'라는 말이 자꾸 생각이 나서 저는 입덧을 심하게 하면서도 '아기가 건강하게 잘 있구나'라고 생각하니 입덧도 감사하며 잘 버틸 수 있었다. 그리고 입덧을 하니까 오히려 마음이 놓이고 안심이 되었다. 그래도 유산이 또 될까 싶어 무조건 누워 지냈다.


다음 편에 계속.


그렇게도 갖고 싶었던 산모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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