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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Jun 30. 2020

난임 병원 졸업

파란만장 난임극복 이야기 열여덟 번째

  내 생애 마지막 5차 시험관을 성공하고 임신 확인을 하자마자 지독한 토덧이 시작되었고 나는 유산을 막기 위해 계속 누워 지냈다.    


  단, 임신 3개월까지는 일주일에 한두 번씩 계속 다니던 수지침(손에 맞는 침)을 맞으러 다녔고, 임신 5개월까지는 매달 하루 4,5시간씩 면역글로불린 주사를 맞으러 다녔다. 그래도 일주일에 한 번은 남편과 장을 보러 가고, 병원에 정기검사를 받으러 가는 것 외에는 진짜 누워만 지냈다.


  그리고 감사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마치 진짜 이루어진 것처럼 감사기도를 수첩에 적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내일이 피검 사날이면 '피검사가 100 이상 나와서 통과하게 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아기집을 보러 가기 전 '아기집이 이쁘고 크게 잘 만들어지고 착상을 잘해서 잘 자라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심장소리 듣기 전 '우렁차고 튼튼한 심장소리를 듣게 하시니 감사합니다.'라고 적었다.


  이렇게 적으면 진짜 이루어진 것 같고, 희망찬 마음이 생기고, 두려움이 사라지고 기분이 좋아졌다.




  토하는 입덧을 3개월 내내 심하게 했는데 힘들었지만 안심이 되고 기분이 좋았다. '아, 아기가 건강히 잘 있구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모두 다 유산이었던 6번의 임신이 되었을 때 한 번도 입덧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니 입덧하는 게 얼마나 감사하던지.  


  그러던 어느 날 임신 3개월 무렵, 피가 살짝 비치기 시작했다. 남편이 미친 듯이 차를 몰아 바로 병원으로 달려갔다. 다행히 일시적인 출혈이었고 아무 이상도 없었다. 그리고 또 배가 살살 아프기만 해도, 조금만 이상해도 병원으로 갔는데 유산으로 아기를 또 보내기 싫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배가 아픈 이유는 아기집이 커지면서 자궁도 커지는 이유였다.




  집에서 내내 누워 지내면서 동화책을 소리 내어 읽으며 태교도 하고, 성경책의 시편과 잠언을 매일 소리 내어 읽고, 찬송가를 처음부터 끝까지 부르고,  재미있고 웃긴 tv 프로그램만 보고, tv 보다가 적은 금액의 불우이웃 돕기 소액결제 전화번호가 뜨면 무조건 전화를 들어 후원도 하고 감사 일기도 적고 하며 시간을 보냈다.


  드디어 임신 5개월째, 담당 의사 선생님은 그때서야 나에게 "ㅇㅇ씨, 이제 축하한다고 말할게. 정말 고생 많았어. 유산 걱정에서 확실하게 해방이야. 이제 여기 병원은 졸업이고 집 근처 출산병원 추천해줄게요."라고 하시고는 나를 꼭 안아주셨다.

  

  선생님께 안겨 또 눈물을 펑펑 흘렸다. 3,4년간 자꾸만 유산되는 내가 선생님도 얼마나 고민되시고 안타까우셨을까. 이모님처럼 늘 편하게 대해주신 선생님이, 포기하시지 않고 임신해서 유산되지 않게 유지 잘하게 해 주신 선생님이 너무너무 고맙고 감사했다.


  내가 다닌 병원은 난임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이라 임신 20주가 되면 졸업을 시켜 다른 출산병원으로 옮기는 시스템의 병원이었다.



다음 편에 계속.


임신 중 태교 위해 읽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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