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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May 16. 2020

결혼식 당일날의 단상

15년 차 동갑내기 부부의 결혼생활 이야기 3

  우리 부부는 둘 다 교회를 다녀서 그런지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하는 것이 싫었다. 그래서 우리가 같이 다닌(연애할 때 내가 남편 교회로 옮겨서)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식장처럼 화려하고 밝진 않았지만 나름 꽃길도 만들고 이쁘게 꾸며주셔서 아주 행복하게 결혼식을 올렸는데 나중에 보니 아쉬웠던 점이 몇 가지가 있었다.


  우선 나중에 나온 결혼 앨범을 보니 사진들이 전부 어두웠다. 결혼식장처럼 화려한 조명들이 아니었기 때문인데 보정을 다 해주시긴 했지만 자연스럽지가 않았다.  


  그리고 목사님께서 주례를 해주셔서 예배형식이 되다 보니  자체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많은 분들이 다 결혼식을 끝까지 보지 않고 식사를 한 후 집에 가신 분들이 많았다.


  또 축가를 해주기로 했던 분들 중 한 팀이 결혼 예배시간이 너무 길어져 준비를 하고 있다가 다른 약속 때문에 못해주고 가서 정말 속상했다.


   이런 것들이 좀 아쉬웠지만 다 만족스러운 결혼식이었다. 그래도 교회에서 그날은 우리만 결혼식을 올린 날이라 시간 구애 없이 여유롭게 쓸 수 있어 좋았다.


  정말 결혼하는 날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꼭두새벽부터 메이크업, 결혼 본식, 폐백, 피로연까지. 너무너무 바쁘고 피곤한 날이었다.


  친구들과의 간단한 피로연을 마치고 호텔에서 하루를 묵었다.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샤워를 했는데 스프레이에 떡진 머리가 너무 싫고 답답해서 머리를 빨리 감으려는데 검은색 실핀들이 머리를 감지 못하게 방해를 했다. 머리 모양을 이쁘게 고정시킨 것들이었는데 혼자서는 도저히 안돼서 남편이 도와주었다. 그 실핀들이 40-50개나 나왔다. 어마무시한 실핀들. 이걸 빼다가 남편도 나도 지치고 더 피로해진것 같다.


  우여곡절 끝에 사워를 마쳤는데 자고 싶지만 너무너무 피곤해서 더 잠이 오질 않았다. 그래서 양가 부모님과 가족들 그리고 친구들에게 감사의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아버님이 써주신 편지를 함께 읽었다. 아버님의 사랑과 기도가 고스란히 담긴 편지의 내용을 보면서 남편과 나는 부모님들께 효도 많이 하고 이쁘게 잘 살자고 다짐했다. 그리고 부부로서 평생 지키자며 약속을 정했다.


첫째, 동갑이니 말조심하기(야, 너 또는 욕 같은 말 하지 않기)

둘째, 싸우면 그날 안에 풀기

셋째, 내일부터 자기에서 여보로 호칭 바꾸기였다.


  다음 편에 계속



우리 부부의 결혼식날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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