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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May 19. 2020

신혼여행 첫날의 사건사고들

15년 차 동갑내기 부부의 결혼생활 이야기 4

  결혼식 당일날 밤 남편과 평생 지키자고 약속한 것들이 있다.

첫째, 동갑이니 말조심하기ㅡ야, 너 또는 욕 같은 말 하지 않기

둘째, 싸우면 그날 안에 풀기

셋째, 내일부터 자기에서 여보로 호칭 바꾸기.


이것들은 지금도 거의 잘 지키고 있다.그리고 그 이후 지킬 것들이 더 생겼다.


넷째, 양가 부모님께 늘 똑같이 하기(용돈이든 연락이든 방문이든 등등등)

다섯째, 서로 고치려들지 말고 단점은 인정해주고 좋은 쪽으로 변화되도록 노력하기.


  결혼식 당일은 호텔에서 잤다. 국내에서 1,2등 하는 아주 비싸고 좋은 호텔에서 잤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리 비싼 곳에서 하룻밤을 잤나 싶다. 그래도 결혼해서 맞이하는 첫날이니 남편도 좋은 곳에서 하루 자보자 한 건데 참 돈이 좋긴 좋았다. 다행히 호텔이 남편의 직장 계열사라 할인을 받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그리고 결혼식 첫날밤은 둘 다 너무너무 피곤해서 아무 일도 없이 잠만 잤다. 흐흐흐


  그다음 날은 일요일이라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그날 저녁 신혼여행을 떠났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간 곳은 역시나 면세점. 공항에만 있어도 여행에 대한 설렘으로 마냥 기분이 좋은데 면세점에 있으니 더더욱 행복한 기분은 뭘까. 그냥 사지 않아도 구경만 해도 신이 난다. 물론 물건을 많이 사면 더 기분이 좋겠지만 말이다. 돈 쓰는 맛이 있으니 말이다.


  암튼 면세점에서 가족들의 선물을 사고 우리가 필요한 물품도 몇 개 사고 우리 부부가 벼르고 벼르던 최신형 디카를 현금으로 주고 구매했다.


  잠시 후 드디어 비행기를 탔다. 비행기 안에서 나는 디카의 기능도 익힐 겸 이리 보고 저리보고 사진도 찍어보고 하면서 갖고 놀았다. 그리고 몇 시간 뒤 우리의 신혼여행 도착지 필리핀 세부에 도착했다.


  후덥지근하고 끈적끈적해서 빨리 숙소로 향했다. 숙소에 도착하니 너무 좋았다. 침대도 이불도 깨끗하고 창밖 전망도 좋고 웰컴 과일도 맛있고 다 좋았다. 숙소 사진도 기념으로 찍자고 남편이 얘기하길래 디카를 꺼내려 했는데 내가 매고 있던 가방에는 없다. 다른 가방들, 캐리어, 쇼핑백 등 다 찾아보았는데 역시나 없었다.


  가방들을 다 엎어서 다시 찾아보고 또 찾아보았는데 디카는 나오지 않았다. 남편은 허망한 얼굴로 그만 찾으라고 했고 나는 포기가 안돼서 또 찾아보려고 했는데 그때서야 남편은 잃어 버린 거 같으니 포기하고 와인이나 먹자며 그만 찾으라며 소리를 빽 질렀다.


  눈물이 막 나기 시작했다. 그 비싼 디카를 읽어버린 내가 한심하고 화가 나고 남편이 소리를 지르니 그냥 눈물이 줄줄줄 났다. 남편은 그냥 잊자고 하는데 나는 포기가 안되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비행기 좌석에 팔걸이 쪽에 두었던 기억이 나면서 급하게 나오느라 마지막에 챙겨야지 하는 걸 잊고 나온 것 같았다.


  눈이 퉁퉁 부어서 남편의 위로를 받으며 와인 한잔을 하고 신행 첫날밤을 또 그냥 잠만자고 보냈다. 다행히 쓰던 디카를 가져갔어서 신혼여행 사진을 찍을수 있었다.


신혼여행가서 찍은 숙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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