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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Jul 03. 2020

저 할아버지도 마스크 안 썼어

시시콜콜 육아 이야기 3

  오후 4시. 네 살짜리 둘째를 데리러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집에서 갈 때 5분 거리의 어린이집이 둘째랑 오는 길은 참 오래 걸린다.


  지나가는 강아지랑도 인사해야 하고, 길가에 핀 꽃도 봐줘야 하고, 공벌레도 한 번씩 따라가 보고, 새들도 쫓아가 보고, 가끔 편의점 아이스크림도 사 먹고 말이다.


  오늘은 집 앞 커피전문점에서 망고 스무디를 사달란다.  누나와 먹던 기억이 났었나 보다. 그래, 오늘은 더웠으니 사주자.


  그리고 둘째와 약속했다. 먹고 싶겠지만 조금만 참고 집에 가서 누나랑 나눠먹자고 말이다.


  아파트 1층에 도착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초등 여학생이 한 명 오고, 할아버지 한분이 오셔서 같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그런데 둘째 갑자기 덥다며 마스크를 벗었다. 나는 마스크 쓰자며 둘째와 실랑이를 했는데 쓰기 싫단다.


  그러더니 할아버지를 손으로 가리키며

"저 할아버지도 마스크 안 썼어"라 여러 번 말을 하다니 울먹이고 떼를 쓴다. 헉. 할아버지도 민망해하시는 듯하고 나도 민망하고. 쿨럭.


  자꾸 떼를 쓰자 나의 최후통첩.

 "마스크 안 쓰면 망고 스무디 안 줄 거야." 이런 식으로 말하고 싶진 않지만 네 살짜리를 설득시킬 땐 이럴 수밖에 없다. 그랬다니 마스크를 잘 쓰는 둘째.


  집에 오자마자 손을 씻기고 망고 스무디를 큰애와 나눠주니 둘이 나란히 앉아 맛있게 먹는 둘째.


  그리고 드는 생각.

'하필 할아버지는 마스크를 안 쓰셨담. 그래도 속 시원하게 엄마가 할 말을 네가 해줘서 속이 시원하더라. 역시 우리 아들. 흐흐'


  마스크 꼭 고 다닙시다!


둘째가 좋아하는 뽀로로 마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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