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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Jul 06. 2020

딸의 어금니를 잡아 빼다

시시콜콜 육아 이야기 4

  며칠 전부터 딸아이 어금니가 흔들린다고 하더니 아프단다. 어제 과자를 먹다가 그쪽으로 씹었나 보다. 입안을 보니 오른쪽 어금니가 잡아 빼면 바로 톡 빠질 정도로 흔들리고 있었다.


  토요일 오후 5시가 넘은 시간이라 치과를 가기도 애매하고 남편은 낮잠을 자고 있고 해서 딸아이에게 아빠가 일어나면 빼 달라고 하자며 조금 기다리자고 했다.


  그랬더니 딸아이가 피맛이 자꾸 나면서 아프다는 것이다. 안 되겠다 싶어 "그럼 엄마가 실로 묶어서 빼줄게"라고 하니 엄청 무서워하는 거다. 아빠, 엄마 어릴 적에는 흔들리는 이는 다 집에서 뺐다며 얘기해주고 아픈이라서 빨리 빼야 편하다고 다시 한번 잘 얘기해주니 그럼 빨리 빼 달라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나한테 있었다. 딸아이의 이가 흔들릴 때마다 치과에서만 이를 빼었지 집에서 빼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일단 실을 가져왔다. 어금니를 묶어보려니 구석 쪽이라 잘 되지가 않자 딸아이를 눕혔다. 그리고 실을 갈고리처럼 만들어서 어금니에 넣었다. 그런데 자꾸 빠진다. 서너 번의 시도 끝에 드디어 실로 이를 완벽하게 감쌌다. 이제 확 당기기만 하면 되는데 내가 더 긴장되고 겁이 나고 무섭다.


  '한 번에 못 빼면 엄청 아파하고 울 텐데. 어떡하지. 그럼 또 시도도 못하게 텐데'

  딸아이는 나보고 "엄마, 이아프고 실도 불편하니까 빨리 당겨줘"란다.

'그래, 나는 엄마다. 이까짓게 뭐가 무섭다고, 애가 아프다는데.' 라며 다시 맘을 다잡아 본다.


  잡고 있는 실만 당기면 돼. 실만. 근데 안된다. 손이 자꾸 떨린다. 어쩌지.  애꿎은 실만 계속 붙잡고 있었다. 그때 옆에서 구경하고 있던 네 살짜리 둘째가 말하는 거다.

"엄마, 변기(거실에 있던 아기 변기)에 응가했어. 빨리 닦아줘"

"어, 그래" 하며 나도 모르게 실을 확 잡아당겼다.

  빨리 응가를 안 닦아주면 난리부르스를 치는 둘째이기에 급한 맘에 나도 모르게 실을 자연스럽게, 빨리 확 잡아당긴 거다.


  그리고 딸아이의 어금니는 실에 매달린 채 빠졌다. 딸아이도 나도 신기. 흐흐


  잠시 후 남편이 낮잠 자고 일어나자 나도 딸아이도 남편에게 달려가 이를 뺐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서 딸아이가 하는 말

"엄마, 다음부터는 집에서 이를 뺄 때, 동생이 응가할 때만 빼야겠다."

흐흐흐.


실로 뺀 딸아이의 어금니(충치치료로 한쪽이 까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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