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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Jul 26. 2020

딸아이에게 받은 생일 대접

시시콜콜 육아 이야기 5

  7월은 내 생일이 있는 달이다. 10살 딸아이는 한두 달 전부터 엄마 생일이 점점 다가온다며 수선을 떨었다. 나는 속으로 '생일 케이크가 그렇게 먹고 싶나'라고 생각했다. 우리 집은 생일 케이크는 무조건 초콜릿 케이크를 준비한다. 초콜릿 케이크가 제일 맛있으니까.


   암튼 4살인 둘째도 누나가 엄마 생일을 이야기할 때마다 "내가 케이크 불 껄래."란다. 흐흐.


  드디어 내 생일을 며칠 앞두고 딸아이는 계속 질문을 한다. "엄마 먹고 싶은 거 있어? 갖고 싶은 거 있어? 내가 다 사줄게." 나는 생각해보겠다며 생일 전날이나 당일날 얘기해주겠다고 했다.


  그리고는 딸아이에게 용돈이 얼마나 있길래 다 사준다는 거냐고 장난으로 묻자 딸아이는 지갑을 가져오더니 자기가 모은 용돈을 보여준다. 헉. 파란색 지폐들이 내 지갑에 있는 돈보다 훨씬 많다. 허허. 양가 할아버지 할머니를 뵐 때마다 모은 이다.


   딸아이는 잊을만하면 먹고 싶은 거, 갖고 싶은 거를 묻는 질문을 자꾸 해댔고 나는 생일 전날 참다 참다 버럭 짜증을 냈다. 요즘 8월까지 교육받는 과정이 있어 다니고 있는데 아침 9시부터 오후 4시까지의 시간들이라 나름 바쁘고 피곤해 있었나 보다.


  내 생일날 아침에도 어김없이 나는 교육을 받으러 갔고 딸아이와 교육이 끝나면 중간 길에서 같이 만나기로 했다.


  교육이 끝나고 딸아이와 만나서 나는 먹고 싶은걸 말했다. "엄마는 일단 큐브 라테를 먹고 싶어. 그리고 간장치킨이 먹고 싶어." 그러자 집 앞에 있는 커피전문점에서 나는 큐브 라테를, 딸아이는 망고 스무디를 본인의 돈으로 샀다. 딸아이가 사준 큐브 라테가 얼마나 시원하고 맛있던지. 둘이서  흥얼거리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보집 청소가 깔끔하게 되어있고 생일 축하 레터링 풍선들이 벽에 붙여 있었고 엄마를 위한 상장과 수제 생일카드도 만들어져 있었다.


  어찌나 놀랍고 감동이던지. 눈물이 핑 돌았다. 이렇게 준비를 하려고 몇 날 며칠을 딸아이는 나에게 물어봤나 보다. 생일 전날 버럭 짜증을 낸 순간이 정말 미안하고 후회가 되었다. 나는 딸아이에게 엄마 최고의 생일날이라며 고맙고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안아주었다.


  그리고  식탁에는 딸아이가 편의점에서 미리 사둔 초코 미니케이크가 있었고 우리는 마지막으로 간장치킨을 주문했다. 물론 딸아이의 돈으로 말이다.


  언제 이렇게 다 컸는지. 이렇게 기특한 생각을 다 했는지. 이쁜 우리 딸이다. 나는 생일 대접받은 것들을 사진으로 다 찍어두었고 주변 친구들에게 보내 자랑까지 했다. 후후.

 

  이렇게 기특하고 이쁜 딸이 결혼 6년 만에 6번 유산 끝에 열 달을 누워 지켜 만난 아이다.(지금 연재중인 난임극복속 아기)

아 또 뭉클. 후후.


  남편은 케이크와 치킨을 먹으면서 옆에서 한마디 한다. "아빠 생일에도 이렇게 해줄 거지?"


*딸아이에게 받은 생일 대접들

큐브 라테


생일 축하풍선


집 정리와 청소



생일상장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장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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