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가끔 날 아빠라 부르곤 했다. 아마도 오빠를 부르려다 실수한 것이리라. 아빠와 오빠. 비슷해서 그런 걸까.
그날도 널 조수석에 태우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기분 좋은 듯 흘러나오는 노랫소리에 맞춰 흥얼거리는 너. 그 흥얼거림에 내 기분도 덩달아 좋아진다.
갑자기 할 말이 생겼는지 넌 날 급하게 부른다.
“아빠! 있잖아….”
또 날 아빠라 부르고는 아무것도 모르는 듯 계속 얘기를 이어갔다. 아무래도 이번에는 주의를 줘야겠다 싶어 너의 말을 잘랐다.
“근데 왜 자꾸 날 아빠라 불러?”
너는 놀란 얼굴로 대꾸한다.
“내가?!”
“응. 방금도 아빠라고 그랬어.”
넌 전혀 모르겠다는 듯 큰 눈만 동그랗게 뜬다.
“진짜? 정말로?”
“응. 그러니까 좀 조심해. 이번이 처음도 아니야.”
너에게 아빠 소리를 듣는 게 기분 나쁘거나 그런 건 아니다. 오히려 애교를 부리는 거 같아 혼자 배시시 웃고는 했다.
“괜찮아 오빤데 뭐 어때.”
“너 집에선 아빠한테 오빠라고 그러는 건 아니지?”
내 말에 불현듯 뭔가 생각난 듯 넌 손뼉까지 치며 웃었다. 갑작스러운 너의 행동에 이번에는 내 눈이 커졌다.
“안 그래도 얼마 전에 아빠랑 같이 TV 보고 있는데 내가 아빠한테 오빠라고 그랬나 봐.”
난 할 말을 잃어 헛웃음만 나왔다.
“그래서?”
“그러니까 갑자기 아빠가 정색하면서 ‘누가 니 오빠냐?’ 그러는 거야. 그래서 내가 ‘내가 오빠라고 그랬어?’ 하니까 아빠가 ‘그래.’하고 갑자기 방에 들어가 버리시더라고.”
난 어쩐지 아버지의 입장이 이해가 갔다. 분명 금지옥엽 키운 딸일 텐데 어디서 굴러먹다 온지도 모르는 개뼈다귀 같은 놈과 자신을 헷갈렸으니 서운할 만도.
“그러니까 좀 조심해. 나한테도 아빠라고도 부르지 말고.”
넌 여전히 아무 걱정 없다는 듯 생글거리며 대답한다.
“뭐 어때. 어차피 오빠가 아빠 되고 하는 건데.”
난 할 말을 잃어 고개만 저었다. 넌 기분 좋은 듯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콧노래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