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너 없는 바다에서 우리의 프러포즈
오늘, 우리 둘이 약속했던 그 바닷가에 와 있어.
네가 꼭 와보고 싶다고 했던 이곳, 파도 소리가 너의 웃음소리처럼 귓가에 맴돌아.
아직도 그날이 꿈처럼 느껴져.
우리는 사소한 일로 다퉜고, 나는 괜히 예민하게 굴었지.
네가 내게 미안하다고 했을 때 그 미안함을 풀어주고 싶어서 네가 좋아하던 메로나를 사러 새벽길을 나섰어.
가게들은 거의 다 닫혀 있었고, 나는 한참을 걸어 겨우 아이스크림을 샀지.
그때 네가 보낸 마지막 문자, "아까 미안했구 올 때 메로나!" 이 짧은 메시지가 내가 받은 마지막 네 목소리였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아.
네가 나를 마중 나왔다가, 그렇게 갑자기 내 곁을 떠날 줄은 정말 몰랐어.
내가 조금만 더 빨랐더라면, 조금만 더 일찍 네게 돌아갔더라면 하는 생각이 한 달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네가 떠나기 전, 우리는 정말 힘든 시간을 함께 견뎠지.
백혈병이라는 무거운 이름 아래 너는 점점 기운을 잃어갔고, 얼굴이 창백해지고, 계단을 오르기만 해도 숨이 차서 한참을 벽에 기대 쉬곤 했지.
팔과 다리에 멍이 쉽게 들고, 아침마다 코피를 닦는 네 모습에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마음속에선 불안이 점점 커져만 갔어.
치료를 받으면서 입맛도 없어지고, 먹던 밥숟가락을 내려놓을 때마다 나는 어떻게든 네가 한 숟갈이라도 더 먹게 하려고 네가 좋아하던 반찬을 만들어주곤 했지.
하지만 네 입술은 점점 더 하얗게 마르고 체중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어.
어느 날 밤, 네가 "오늘은 그냥 같이 있어주면 안 돼?"라고 했을 때 나는 아무 말 없이 네 손을 꼭 잡았어.
너는 내 어깨에 기대어 "내가 혹시라도 더 아파지더라도 무섭다고, 도망치지 말아 줘"라고 작게 속삭였지.
나는 네 앞에서는 항상 괜찮은 척, 밝은 척을 했어.
네가 힘들어할 때마다 "우리, 이겨낼 수 있어.
네가 포기하지 않으면 나도 절대 포기 안 해"라고 말했지만 사실은 나도 무서웠고, 네가 아파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나 자신이 너무나 원망스러웠어.
그래도 너는 마지막까지 "그래도 살아보자, 끝까지 해보자"라고 나를 안심시키던 그 미소를 남겨줬지.
오늘, 이 바닷가에 너에게 주지 못한 반지와 이 편지를 남긴다.
너와 함께 이 바다를 걷고 싶었는데 이제는 혼자서 걷게 됐어.
혹시 너도 저 하늘 어딘가에서 이 바다를 보고 있다면, 내 마음이 닿기를 바란다.
사랑해, 그리고 정말 미안했어.
몇 달이 지났지만 내 마음은 아직도 너에게 머물러 있어.
언젠가 다시 만날 때 이 반지를 꼭 전해주고 싶어.
너를 영원히 사랑하는 너의 반쪽이.
(프러포즈 반지를 모래에 묻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