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라서 괜찮은 이유

비자발적 비혼주의 탈출기

by 달글이

혼자 있는 것이 내겐 너무 익숙했다.

글과 친하여 판타지 소설을 즐겨 보았고,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밖에 나갈 때는 영화관에 들러, 집에서는 맡을 수 없는 팝콘 냄새와 함께 문화를 접했다.

팝콘 멍꿀맛!

혼자서 산책을 하며 도시의 소음과 분주함 속에서 평화를 찾았고, 때로는 카페에 앉아 책을 읽으며 나만의 시간을 즐겼다.

홀로 보내는 시간은 나를 돌아보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소중한 순간이었다.

그렇게 나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집돌이'가 되어있었다.


물론 나는 늘 혼자만 지내지는 않았다.

이따금씩 독립적인 시간이 너무 많아지면 친구들과 만나 쓰디쓰고 달디 단, 술 한 잔 하며 하루를 마감했다.

대문자 'I'(내향형)였던 나는 3주에 한 번 그런 자리만 있으면 외로움 같은 건 느낄 틈이 없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친구들이 하나둘 결혼을 하기 시작했다.

만나면 그들의 잃어버린 '자유'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했다.

유부남들은 친구를 만나거나 치킨을 시켜 먹는 것조차 아내의 허락이 필요한 불편함 때문에 한숨을 쉬었다.

그럴 때마다 의문이 들었다.

"너희는 결혼이라는 제도를 선택했으니 그만한 다른 행복이 있어서 이런 불편함도 감수하는 거 아니야?"

"틀렸어, 이 자식아. 나는 다를 거라고 생각했지."

아, 결혼은 희생이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나에게 혼자라는 선택은 희생이 아닌 자유였다.

어쩌면 그 자유가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는지도 모른다.

자유를 누리기 위해 더욱 나에게 집중했다.

내가 좋아하는 IT에 빠져 1년마다 최신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폰으로 바꿨다.

tempImagefbM8Ff.heic 지금은 들고 다니는 핸드폰만 3개

해외여행도 가기 시작했다.

누군가와 조율하고 눈치 볼 필요 없이, 혼자 가서 배우고 얻고 경험했다.

특별한 일이 없는 날에는 집에 와서 넷플릭스를 보며 맥주와 피자를 먹었다.


이 자유야말로 혼자라서 누릴 수 있는 가장 좋은 점이었다.


이런 자유를 포기하고 결혼한다는 것은 수십 년을 각자의 삶을 살아온 사람과 서로를 맞춰가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맞춰간 사람과 결혼한다는 것은, 집도 마련해야 하고 쓸 수 있는 돈은 줄어들며 잔소리까지 들어야 하는 일이었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자발적 비혼주의자(사실은 비자발적 비혼자)가 되어갔다.


하지만 곧 30대 중반 즈음 내 안에 뭔가가 달라졌다.


주변 사람 모두가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이성과 사랑'을 하고 있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나도 모르게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혼자만의 시간이 주는 자유로움은 여전했지만, 그 자유 속에서 무언가 헛헛한 마음이 들었다.


그제서야 거울을 보았다.

배가 나오고 머리까지 빠진, 내세울 것 없는 아저씨가 서 있다.

tempImageYK1vhz.heic 이 아저씨도 나와 같은 생각일까?

나는 혼자라는 이유로 주어진 무한한 자유에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었다.

작은 후회를 하던 중에도 친구들은 결혼하여 자신을 닮은 아이를 키우며 가정에 열중하고 있었다.


내가 회사에서 진급했을 때 축하해달라는 의미로 예전처럼 술자리를 만들어도, 그들은 "아이 때문에" 혹은 "아내와의 기념일이나 데이트"를 이유로 나를 만나지 않았다.

힘들고 지칠 때보다 기쁠 때 나눌 사람이 없다는 현실이 외로움을 더욱 강력하게 느끼게 해주었다.


상황이 반복될수록 게임, 영화, 책, 여행 등 모든 취미가 재미없어졌다.

오히려 내 취미를 더 챙길수록 삶에 본질적인 공허함만 남았다.


혼자라서 괜찮다고 여겼던 이유들이 가치를 잃어가고 있었다.

이제 나도 결혼이 하고 싶어졌다.

늦은 30대 후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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