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라서 괜찮지않은 이유

외로움을 인정한 날

by 달글이

살면서 연애는 딱 두 번. 30대 후반의 나이에, 이제는 늦었다는 생각이 들 무렵. 오히려 ‘혼자’라는 단어가 더 편했다.

재정적 자유, 시간적 여유. 내가 하고 싶은 건 마음껏 할 수 있었고, 윤택한 솔로 생활은 생각보다 지루하지 않았다.

혼밥을 돕는 밀키트와 혼자여도 풍성한 삶을 지원해주는 세상 덕분에, ‘나는 충분하다’고 믿었다.


그 믿음은 예고도 없이 내 방의 문을 열고 고개를 내민 외로움을 보기 전까지였다.

슬슬 취미들이 하나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체력 부족.


비대해진 몸 때문이기도 했지만, 사실은 더 깊은 곳에 있었다. 미래에 대한 계획이 없었다.

노인이 되어서도 혼자 방랑하며 살고 싶다는 막연한 로망만 있었다.

그러다 보니 정신적인 체력이 먼저 고갈되기 시작했다.


퇴근하면 녹초가 되었고, 주말에는 친구들과의 만남을 기대했지만, 그들에게는 이제 가정이 있었다.

더는 내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렇게 완벽한 외톨이가 되었다.


그때 처음으로 외롭다고 느꼈다. 그리고 물었다. 이따금씩 찾아오는 이 외로움을 죽을 때까지 견딜 수 있을까?


다른 솔로들은 혼자만의 취미로 충만하게 사는 것 같은데, 나는 과연 그럴 체력이 있을까? 아니다.

머릿속에서 답은 빠르게 튀어나왔다. “안 돼.”

더 이상 ‘혼자’는 나만의 유토피아가 아니었다.


나를 가장 혼자처럼 느끼게 했던 건 좋은 것을 나눌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예전엔 맛있는 걸 먹고 친구들에게 자랑이라도 했지만, 이제는 돌아오는 건 육아 이야기뿐이었다.

나는 대화의 흐름에서 점점 밀려나 있었다.

가끔 친구 커플이 나를 불러주긴 했지만, 식사 자리에 낀 내가 방해물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었다.

그 조용한 어색함이 더 깊은 외로움을 만들었다.


이제 인정해야 한다.

혼자라서 괜찮지 않다는 걸.

머리까지 벗겨지고, 배가 나온 아저씨 하나, 혼자 집 거실에서 전신거울 앞에 서 있었다.

그때 생각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그날, 나는 외로움을 드디어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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