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에 소개팅을 주 4회 한 남자

착하고 괜찮은 분인데 왜 안 만나냐구!

by 달글이

자만추 vs 인만추


나는 딱 두 번의 연애 경험이 있지만, 늘 수동적인 만남을 이어왔다. 만화나 드라마처럼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랑이 싹트는 인연보다는 소개팅을 통해 연애를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평소 주변에서 "첫인상이 좋다", "자기소개를 잘한다", "직진을 잘한다" 등의 평가를 받아왔기에, 소개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려 할 때는 꽤 자신감이 넘쳤다.


사실 '자연스러운 만남 추구(자만추)'를 시도해 본 적도 있었다. 이성을 만나기 위해 독서토론회에 가입했는데, 그곳은 남녀 성비가 적절했고 나는 적극적으로 모임에 참가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이성보다는 독서 토론 자체에 더욱 몰두했다. 책이 너무 좋아져 버린 것이다! 처음의 목적이 완전히 전도되어 뒤집혀버린 셈이었다. 모임에서 나는 이성 대신 "아, 내가 이런 걸 좋아하는구나" 하며 독서의 재미에 푹 빠져들었다. 심지어 그룹 형태의 운동 모임에도 참여하며 이성과 어떻게든 섞여 보려 했지만, 이번에도 연애보다는 운동 자체가 더 좋았다. 이때 직감했다. '나는 자만추는 안 되겠구나.'


결국 나는 익숙한 '인위적인 만남 추구(인만추)'를 선택했다. 혼자 살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내가 연애를 하고 싶다고 하자, 주변 지인들이 많이 놀랐다. 연애 공백기는 무려 3년이 넘어가고 있었다. 늦기 전에 연애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조바심이 피어올랐다. 친구, 직장동료, 부모님의 지인까지, 가릴 것 없이 소개팅을 받았다! 아직 나이를 '30대 중반'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기에, 소개팅 제안은 끊이지 않았다. 비슷한 나이대는 물론, 연하에게서도 꾸준히 소개팅 제안이 이어졌다.


그때마다 빠짐없이 소개팅을 받아들였고, 일정을 잡았으며, 최상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정성을 다했다. 지인들의 조언과 유튜브, 인터넷에서 찾은 소개팅 팁들을 섭렵하며 상대방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자 노력했다. 그렇게 나의 '인만추' 대장정이 시작되었다.


성공 확률 0%의 비극


소개팅을 하고 나면 애프터에 성공할 확률이 열에 하나는 있을 줄 알았다. 애프터 신청이 불발될 때마다 "괜찮아, 원래 이런 거지 뭐"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애써 상처받은 마음을 숨긴 채 다음 소개팅에 나섰다.

하지만 문득, 마치 패턴처럼 정형화되어가는 나 자신에게 괴리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인사, 취미 공유, 주말 계획 묻기, 요즘 볼 만한 것 추천, 그리고 마지막 '집에 갈까요?'까지. 무려 40번 가까이 반복된 루틴이었다. 하지만 그 수많은 만남 중 애프터로 이어진 경우는 고작 두 번뿐이었다.


"내가 이렇게 매력이 없나?"


애프터가 실패할 때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찾으려고 애썼지만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유튜브에서 봤던 대로 대사를 외워 열심히 써먹었고, 분위기도 좋았다. 지인들의 조언대로 곰 같은 인상으로 편안하게 다가갔지만 모두의 반응은 차갑기만 했다. 이때마다 분명 뭔가 잘못되었음을 인지했지만,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애프터 거절. 이 지긋지긋한 패턴이 계속 반복되었다! 너무 힘들었다. 지치고 또 지쳐서 더 이상 소개팅을 이어갈 수 없었다. 모든 것을 멈추고 진지한 고민에 빠져들었다.


나를 소개해준 주선자들 역시 고개를 갸우뚱했다. "착하고 재미있는 사람인데, 대체 왜 애프터로 이어지지 않을까?" 소개팅 상대들도 하나같이 "착하시고 괜찮으신 분인데, 저랑은 잘 맞지 않아요"라는 아쉬운 평을 남겼다. 그것도 늘, 길고 정중한 장문의 카톡으로.


100kg이라서 그런가? 피부가 나빠서? 너무 나이 들어 보이나?


이런 질문 끝에 결국 "진정한 내 모습을 좋아해 주는 사람이 없어서"라는 엉뚱하면서도 슬픈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서 결혼정보 회사에 웃돈을 주고 가입했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나다 보면 결국 진짜 내 사람 한 명쯤은 찾을 수 있을 거라는 터무니없는 믿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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