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혐오로 빠져들기 직전

알고리즘에 잠식당하기 직전, 나는 나를 구했다

by 달글이

자기혐오의 시작

"인연이 아니겠지."

"마음이 안 맞았겠지."

인연을 만들려고 했던 나의 입은 반사적으로 내뱉었다.

속마음은 타들어가는지도 모른 채 말이다.


소개팅에 실패한 과거를 되돌아보며 괜한 자책감에 빠져들었다.

내가 무엇이 부족해서 이런 걸까?

정말 내가 문제일까?

내가 문제라면 무엇을 바꿔야 할까?


사실 아직도 이 문제에 대한 답을 내지 못했다.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답을 내리겠느냐.

거울에 비친 내 외모는 점점 더 미워졌다.

쓸쓸한 내 모습이 안쓰러웠고, 그저 나를 탓하기 바빴다.

누군가는 내 모습에서 장점을 찾아주길 바랐지만, 그런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혐오가 답일까?

혐오는 순식간에 번져나갔다.

자기 혐오에서 시작해 상대방을 향한 원망으로, 그리고 결국 세상 전체를 향한 분노로 발전했다.

"남자가 결혼 안 하는 이유", "여자가 결혼 안 하는 이유", "연애는 여자의 허락이 필요하고 결혼은 남자의 허락이 필요하다", "사랑의 갑이 되는 방법" 같은 불필요한 콘텐츠들이 알고리즘을 타고 내 주변을 맴돌았다.

유튜브는 남녀 갈등을 다루는 영상들과 이성과의 만남과 대화법을 가르치는 강의들을 끊임없이 추천해왔다.


추천된 컨텐츠의 공통점으로 ‘극단적 일반화’라는 심연을 들여다봤다.

여자는 감성적이고 비이성적이며 생물학적 본능에만 충실하기 때문에 남자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하이퍼가미, 알파메일이 되어 오게 만들어야한다는 말이었다.

그런 컨텐츠를 볼 때마다 잘못된 연애관이 형성되어갈…뻔! 했다.


남탓을 하려고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란 말이다!


내가 이때까지 한 소개팅의 의미를 퇴색되게 만드는 결정적인 해답은 그곳에 없었다.

오히려 잘못된 눈을 가지게 만들어 나를 갉아먹는 것이었다.

이성을 바라보는 시각이 왜곡되어 갈수록 나 자신도 함께 무너져가는 게 느껴졌다.


위기는 기회!

인생에 있어서 사랑애찬을 소리치는 내가, 혐오에 대해 강한 거부감이 들자 곧바로 SNS를 끊고 컨텐츠를 제공하는 앱을 모두 지워버렸다.

자기혐오도 관두고 타인에 대한 혐오도 관뒀다.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서 보니 과거의 내 모습이 한없이 바보 같았다.

나를 부정하며 일반화된 남성에 나를 끼워맞추는 행동 따위는 관두기로 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회복해야 할 유일한 대상은 ‘나’였다.

소개팅이 아니라, 그 속에서 잃어버린 나의 색을 되찾는 일이 더 중요했다.


오히려 이런 경험이 내가 전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위로 하며, 평생 하지않았던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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