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기사 아저씨께 '안녕하세요' 한마디로 시작된 나의 연애 준비
어느 날 문득, 사랑이라는 것이 과거의 나에게는 넘치도록 버거운 일이었음을 깨달았다.
온전한 나로 서지 못한 채 누군가에게 기대려 했으니, 그 관계가 얼마나 위태로웠을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 쓰라린 자각의 끝에서 나는 연애를 쉬기로 했다.
어쩌면 꼬부랑 할아버지가 되어서야 인연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상상까지도 기꺼이 받아들였다.
신기하게도 마음을 비우자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선물처럼 주어졌다.
가장 먼저 몸을 바로 세웠다.
100kg에 육박하던 몸에서 15kg의 무게를 덜어내는 일은 단순히 살을 빼는 행위가 아니었다.
몸이 가벼워지자 마음도 함께 날아오르는 기분이었다.
글자들로 텅 빈 마음을 채우고, 책장 사이에서 발견한 문장들로 희미했던 미래의 청사진을 구체적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외로움이 때때로 고개를 들었지만, 기다림의 시간은 고통 대신 충만함으로 채워졌다.
하루하루 단단해지는 나를 발견하는 기쁨이 그 어떤 감정보다 컸기 때문이다.
내면의 변화는 세상을 보는 시선도 바꾸어 놓았다.
이전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이들에게 온기를 건네고 싶어졌다.
매일 아침 마주치는 경비 아저씨께, 출근길 버스의 기사님께 먼저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그 짧은 한마디가 불러온 파장은 놀라웠다.
내 인사에 멋쩍게 웃어 보이던 그분들의 표정에서, 되돌아온 따뜻한 목소리에서 내 마음의 온도가 1도씩 올라가는 것을 느꼈다.
주변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일부러 '좋은 사랑'의 모습들을 찾아들었다.
비위 약한 친구가 갓난아기 기저귀를 갈며 벌이는 사투, 아이가 처음 "엄마, 아빠"를 내뱉던 순간의 벅찬 감동, 아내가 먹고 싶다는 빵을 사기 위해 왕복 두 시간을 달려간 어느 남편의 이야기까지.
그들은 하나같이 그 속에 '행복'이 있다고 말했다.
들뜨지 않고 차분하게 서로를 아끼며 결혼을 생각하게 되었다는 지인의 고백은, 나에게도 사랑하고 싶다는 마음을 다시금 불러일으켰다.
그러자 막연했던 사랑의 모습이 일상이라는 캔버스 위에 구체적인 그림으로 그려지기 시작했다.
길 위에서 다정히 손을 맞잡은 중년의 온기, 작은 화단에 함께 물을 주는 노부부의 평화, 버스에서 어떻게든 눈을 맞추려는 연인의 애틋함 같은. 그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순간들이 모여 내가 꿈꾸는 관계의 윤곽을 선명하게 만들어주었다.
예전 같았으면 '아, 부럽다'에서 끝났을 감정이 이제는 다른 길로 향한다.
'나도 저런 사랑을 하기 위해, 나를 더 깊이 사랑해야겠다.'
사랑할 준비는 상대를 찾는 여정이 아니었다.
오롯이 홀로 서서 나 자신을 단단하게 채워가는 그 시간 속에서, 사랑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나를 채우기 위해 보낸 시간들은, 역설적으로 나를 세상 밖으로 밀어내는 힘이 되었다.
이제 단단해진 두 발로, 안으로 향하던 시선을 돌려 조금 더 먼 곳의 풍경을 마주해볼까 한다.
다음 여정의 목적지는, 아마도 지도 위 어딘가의 낯선 이름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