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찾은 "타인"을 사랑할 수 있는 방법

자아성찰이라는 어렵고도 쉬운 단어

by 달글이

내가 나를 미워하던 시절

모든 것의 시작은 지독한 자기혐오, 그리고 그 미움이 만들어낸 이성에 대한 혐오였다. 사랑이 할퀴고 간 자리에 남은 건 나 자신에 대한 미움뿐이었다.

거울을 볼 때마다 스스로를 경멸했고, 상처는 어느새 나 자신을 잠식해버렸다.

상처받은 나는 더 이상 내가 아니었다.


진정으로 사랑해야 할 첫 번째 대상은 타인이 아닌 바로 나 자신이어야 했다.

하지만 망가질 대로 망가진 나를 사랑하는 법을, 나는 알지 못했다.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상처 위에 연고를 바르듯, 텅 빈 마음에 한 자 한 자 채워나가는 것이 나 자신을 되찾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었다.


나를 찾아가는 과정은 한 글쓰기 클래스에서 시작됐다.

그곳의 프로그램은 늘 인터뷰 방식의 글쓰기로 문을 열었다.

‘어릴 적 꿈은 무엇이었나?’, ‘결혼하는 가장 친한 친구에게 축사를 써본다면?’ 같은, 나 자신을 깊이 들여다봐야만 하는 질문들이 주어졌다.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막상 펜을 들고 나에게 답을 하기 시작하자 잊고 있던 감정들이 되살아났다.

이것은 단순한 글쓰기를 넘어, 나 자신과 대화하는 치유의 시간이었다.

잊고 있던 취향과 꿈을 더듬어가는 과정은, 세상이 규정한 ‘나’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마주하게 해주었다.

나이, 몸무게, 연봉 같은 숫자의 감옥에서 벗어나 내가 진정으로 행복했던 순간, 내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가치들을 비로소 찾아 나선 것이다.




나의 이상형이 ‘나’가 되다

나 자신과 가까워지자 놀라운 변화가 천천히 찾아왔다.

사람을 보는 기준이 송두리째 바뀐 것이다.

이전까지 나의 이상형은 그저 ‘착한 여자’였다.

얼마나 막연하고 의미 없는 기준이었는지.


하지만 내가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법을 배우자, 이상형은 한 문장으로 명확해졌다.


바로 ‘나 같은 사람’.


내가 나를 존중하게 되니, 상대방 역시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아는 단단한 사람이길 바라게 된 것이다.

내가 나를 대하듯 서로를 아껴줄 수 있는 관계, 그것이야말로 진짜 사랑의 모습이 아닐까.


나는 스스로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졌다.

“만약 지금의 내가 여자라면, 뭘 좋아할까?”

이 질문은 나의 이상형을 훨씬 더 생동감 있게 만들었다.


‘유머 코드가 맞는 사람’이라는 밋밋한 조건은, ‘MBC 무한도전 멤버들의 케미를 보며 배를 잡고 웃을 줄 아는 사람’으로 구체화되었다.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함께 웃을 수 있는 수많은 밤들을 상상하게 하는 놀랍도록 선명한 지표였다.


결국 좋은 사람을 알아보는 눈은, 나 자신을 제대로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내 안에 어떤 이야기가 있고, 어떤 것에 웃고 우는지 명확히 알 때, 비로소 나와 ‘쿵짝’이 잘 맞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진정한 자기애는 나를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최고의 파트너를 만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나침반이었다.


비로소 찾아온 기다림의 여유

‘나’라는 땅이 단단하게 굳어지자, 더는 세상의 속도에 발맞추려 허둥대지 않게 되었다.

특히 ‘결혼’이라는 두 글자에 얽매여 있던 초조함이 눈 녹듯 사라졌다.


이전에는 혼자 맞는 주말이 실패자의 증거처럼 느껴졌지만, 나 자신으로 온전히 채워진 지금, 혼자인 시간은 더 이상 결핍이 아닌 충만한 여유가 되었다.

누군가에게 기대어 행복을 구걸할 필요가 없어지니, 오히려 내 행복을 기꺼이 나눌 수 있는 사람, 그의 세계와 나의 세계가 만나 더 풍요로워질 수 있는 만남을 꿈꾸게 되었다.

조급함이 사라진 자리에 찾아온 평온함은 내가 나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었다.


결국 누군가를 사랑할 준비란, 나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는 것과 다른 말이 아니었다.

언제 찾아올지 모를 그 기적을 위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나를 더 아끼고 사랑하며 다가올 그 시간을 충만하게 채워나가는 것뿐이다.


그 시간은 결코 외로운 버팀이 아니다.

더 나은 내가 되어, 언젠가 내 앞에 나타날 소중한 인연을 웃으며 맞이할 준비를 하는 과정이니까.

그러니 괜찮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 인생에서 가장 멋진 사랑을 할 준비를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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