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일정을 앞당겨 떠나기로 했다
러시아 정부가 '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해 3월 1일부터 한국민을 포함해 한국에서 출발하는 모든 외국인의 러시아 입국을 금지한다.
출처 : 녹색경제신문(http://www.greened.kr) 2020년 2월 27일.
갑작스러운 러시아 정부의 3월 1일 00:00 시간부터 한국발 모든 비행기를 전면 입국 금지를 시킨다는 청천벽력과도 같았던 소식과 동시에 제주항공의 일방적인 블라디보스톡행 비행기 CANCEL 소식
큰일이다.
나의 2020년 계획은?
가, 말아?
원래대로라면 2020년 3월 2일부터 시작이었던 나의 대장정이 대구 신천지 코로나 사태 덕분에 2월 29일로, 3일이나 앞당겨졌다. 러시아를 포기해야 하나.. 그럼 그동안 내가 준비했던 모든 것들은?
심지어 러시아 횡단 여행 후에는 어학연수와 영국 워킹홀리데이가 예정되어있다. 어학연수 취소수수료만 백 단위가 깨지게 생겼는데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언제 상황이 좋아질지는 그 누구도 예상조차 할 수 없다. 계획을 미루더라도 결국 한국발 비행기라며 강제 입국 금지당할 판인데 정말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다.
머리에 쥐가 날 정도로 고민하고 또 고민해봐도 나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결국은 일단 가보자 였다. 4년마다 딱 한번 돌아온다는 2월 29일에 그나마 감사할 따름이지 28일 출국이었더라면 아마 엄두도 못 냈을 거 같다. 괜히 둘러대는 핑계 같지만 사실이다.
미처 떠날 마음의 준비가 안된 내게 어서 가라고 등을 떠미는 기분이었지만 아쉬운 사람인 내가 결국 일정을 앞당겨 떠날 수밖에.
엄마, 아빠는 이런 뒤숭숭한 시국에 출국을 할 수밖에 없는 나를 걱정한다.
지금 안 가면 안 되겠냐고
우리 부모님 만큼은 아닌 줄 알았는데,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 틀린 거 하나 없더라.
29일 출국하는 날 공항까지 직접 배웅해주겠다며 ktx로 세 시간이나 걸리는 거리를 기어코 달려와준 엄마. 얼굴은 세상 걱정하는 표정이었으면서도 조심히 다녀오라 말해줘서 고마워.
솔직히 지금 말하자면 공항 출국심사 때 찔끔 눈물 한 방울 정도 나올뻔했는데, 걱정 마숑~ 내가 누구 딸이게
돌아올 곳이 있기 때문에 떠날 수 있는거야. 비록 나를 편안하고 익숙하게 해주는 것들로부터 잠시 달아나는 거지만, 무엇이 이렇게나 떠나가라고 부추기는 건지 내가 직접 무사히 다녀와서 들려줄게. 살면서 이런 일을 겪어본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 의외로 최악은 아닌걸
여행 시작부터 내내 순조롭기만 하면 지내온 일상과 완벽하게 멀어지지만도 못할 거 같아. 내 생각은 그래. 오히려 러시아를 통해 후회와 미련 투성이던 나의 인생이 다시 새롭게 시작될 것만 같은 희망이 들어.
오랫동안 세운 나의 러시아 여행과 어학연수, 그리고 워킹홀리데이. 퇴사하기 전 함께 근무하던 동료들과 친구, 가족들에게 나 드디어 떠난다며 큰소리치던 그런 내가 겨우 입국 금지란 이유 하나 때문에 나 홀로 러시아 횡단 여행하기 꿈을 완전히 어그러트릴 순 없지!
이렇게 돼버린 이상
모 아니면 도다
2020.02.29 기준
인천> 블라디(제주항공) 184,6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