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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칠일 Oct 29. 2021

아 옛날이여

내 삶을 구성하는 '아'



1. 이선희 - 아 옛날이여

설거지를 끝낸 아빠가 꾸벅 잠이 든 나를 흔들어 깨운다. 우리 엄마 데리러 가자.    

밤 10시, 우리 가족이 처음으로 장만한 은색 아반떼를 타고 자율학습 감독을 마친 엄마를 데리러 가는 것이 아홉 살 꼬마의 마지막 일과였다. 학교로 가는 20분 남짓한 시간 동안 카세트 플레이어에는 늘 이선희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아, 옛날이여

지난 시절 다시 올 수 없나 그날

아니야 이제는 잊어야지

아름다운 사연들 구름 속에 묻으리

모두 다 꿈이라고


뒷좌석에서 목청껏 따라 부르던 노래가 20년이 지난 지금 문득 그리워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그리운 건 노래가 아니라, 하교하는 수많은 학생들 사이에서 누가 먼저 엄마를 찾나 아빠와 내기하던 그때 그 시절 일 수도 있겠다.







 2. 이상은 - 언젠가는  

"삶은 편리해졌지만 행복해지지는 않은 것 같아."

물음표를 띄운 표정이 나를 돌아본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예전엔 가진 것이 없어도 서로 나누며 살았는데, 이제는 아무리 많이 갖고 있어도 조금도 뺏기지 않으려 온 가시를 세우고 산다는 느낌이 들어. 삭막해진 세상에 대해 말하려 했지만 너를 보는 순간 그만두었다. 꼭 애늙은이 같다며 웃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래도 아직은 살 만한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까무잡잡한 그 얼굴을 따라 나도 그저 웃었다.







3. 김광석 - 사랑했지만  

요즘 들어 김광석의 노래처럼 수더분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옛날 가사를 닮은 사람들을 만나 술 한잔 기울이며 같이 새벽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도. 오글거린다고 묻어두었던 감수성을 하나씩 꺼내어 함께 듣고 노래하고 울고 웃고 싶다. 언제쯤 그런 밤을 보낼 수 있을까. 보고 싶은 당신들과 앞으로 인생에서 만날 미지의 사람들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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