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사람에게 건강이 깃든다.
셀프 텔러(self teller)가 되자!
2021년 3월 27일 토 날씨 흐림
엄마는 혈액형이 분명 AAA형일 거다. 맨날 따라다니며 잔소리를 한다. 귀찮아 죽겠다.
양말 벗을 때 뒤집어 놓지 마라.
옷을 벗었으면 옷걸이에 걸어라.
손을 비누칠해서 뽀득뽀득 씻어라.
욕실을 썼으면 슬리퍼를 세워 놓아라.
아, 진짜 이제 그만 좀 해요, 엄마! 귀에 딱지 않겠네!
"엄마, 나 청소했어요!"
"어, 그런데 신발 정리는 안 했네."
"네... 그것 빼고 다 했는데."
"어, 그래. 신발 정리해라."
엄마 기쁘게 해 주려고 청소했는데 해놓은 건 안 보고 맨날 덜 한 것만 타박한다. 인제 청소 안 할 거다. 칫, 엄마 미워!
잔소리나 간섭하는 말들은 마음속에 저장되었다가 특정 상황이 되면 튀어나와 반복 재생된다. 그러나 그것이 '타인의 말'이라는 것을 깨달으면 쉽게 넘길 수 있다. 문제는 이런 말들이 '나의 말, 즉 셀프 토크(self talk)'가 되는 것이다. 마음속에 있는 여러 소리들 중 '내가 나에게 해주는 말'이 셀프 토크이다. 그런데 잔소리나 간섭하는 말이 셀프 토크로 바뀌면 그 말이 나를 채찍질하게 된다. 그런 말들로 인해 사람은 자존감을 잃게 되고 쉬지 못하게 된다.
'그렇게 살아서 어디 사람 구실 하겠냐?'
'갑자기 회사 그만두면 뭐 먹고 살 건데?'
'다른 일 할 거라도 있어? 그냥 좀 참아.'
'너만 힘드냐? 나도 힘들어. 별 것도 아닌 걸로 힘들어하냐?'
나 역시 이런 상황에 오래 놓여 있었기에 마음속에 있는 모든 말들이 내 말인 줄 알았다. 그러나 언젠가부터는 거부반응이 일어났다. '정말 직장을 그만두고 싶다.'라는 간절한 바람과 '그만두고 뭐 할 건데?'라는 말이 전쟁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하루 50초, 셀프 토크>라는 책을 보면서 셀프 토크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내 속에서 진짜 나의 말과 타인의 말을 구분할 수 있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말들을 해주는 셀프 텔러(self teller)가 되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요즘에는 여러 가지 일들이 생겨 혼날까 봐 어릴 때처럼 긴장할 때 스스로에게 말해준다. 별일 아니라고, 괜찮다고. 그리고 혼낼 사람 없다고. 내가 집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이고 지금 있는 그대로의 너를 남편은 정말 많이 사랑해준다고. 그렇게 말해주고 나면 긴장해서 올라가 있던 어깨가 내려가고 눈을 감게 된다. 사르르 녹아내리는 긴장을 맛보며 1~2분 정도 쉬어주면 마음이 가벼워짐을 느낄 수 있다.
코핑 리스트(coping list), 스트레스 관리법
'당신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어떤 일을 하시나요?'
심리 상담을 시작하고 얼마 안 되어 상담 선생님은 나에게 똑같이 물으셨다. 나는 자는 것과 먹는 것 외에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자 다음번 회기 전까지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최대한 많이 찾아오라고 숙제를 내주셨다. 없다면 새로 만들어 보라고 하셨다.
그래서 며칠 동안 스트레스 해소법을 연구했다. 스트레스를 받는 즉시 날려버리기 위해서는 일상생활 중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이 좋을 것 같았다. 하루 중 하고 있는 일들을 관찰하고 그중 스트레스에 해소에 도움이 된 것 같다고 생각한 것들을 추려냈다. 그리고 자주 하는 행동들 중에 기분이 좋아지는 것들을 해보면서 몇 가지를 더 찾아내기도 했다.
씻기 - 샤워할 때 따뜻한 물로 마사지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음악 감상 - 오케스트라를 듣거나 감미로운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를 들으면 힐링된다
눈감고 숨 고르기 - 갑자기 주변 사람들이 많은 일을 요구할 때 마음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다
걷기 - 아주 화가 많이 났을 때 15분~20분만 열심히 걸어도 그 문제에서 벗어나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산책 나가서 공원 벤치에 누워 있기 - 하늘을 바라보고 나무 가지를 보다 보면 땅만 쳐다보고 문제에만 빠져있는 나의 상태에서 벗어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러한 목록을 코핑 리스트(coping list)라고 한다. 코핑은 인지치료의 일종으로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심리적 기법 중의 하나이다. 먼저, 스트레스 해소법을 리스트로 만든다. 다음으로, 스트레스를 느낄 때마다 리스트를 실행한다. 마지막으로, 스트레스 해소 효과가 있었는지 체크하고 채점한다. 코핑은 이 순서를 반복하여 실행함으로써 스트레스 대처법을 기억하여 스트레스로 인한 악영향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상담 선생님과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고 이야기 나누면서 우울증이 온 이유 중 하나가 스트레스 대처를 잘하지 못하는 것에서 비롯됨을 알게 되었다. 코핑 리스트를 만들어 실행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것에 놀랐다. 그리고 스트레스 해소란 것이 단지 마음뿐 아니라 몸에 변화를 주고 쉬게 하는 것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나만을 위한 커피 브레이크, 20분
08:00 ~ 09:00 or 13:40~14:00.
딱 20분. 혼자 커피를 마시면서 글을 쓰는 시간. 달달한 커피 한잔의 여유는 훌륭한 휴식이 된다. 그 날 그 날의 스케줄을 따라 오전이나 오후에 갖는 커피 브레이크 딱 20분이 하루를 즐겁게 사는 힘이 되어 준다.
'오로지 나만을 위한 휴식 시간'을 제정한 이유는
첫째, 그러고 싶어서다. 집에서 생활하니 하루 종일 쉴 수도 있지만, 집안일을 하다 보면 한숨도 못 쉬는 날도 있다. 게다가 요즘엔 글도 쓰고 가끔은 상담도 하고 있어 은근히 바쁘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쉬는 시간을 만들었다.
둘째, 이 시간엔 아무도 방해를 하지 않아서다. 큰일이 없으면 가족들조차 각자 일로 바빠서 이 시간엔 연락을 잘하지 않는다. 커피를 한 잔 다 마실 때까지 아무 일 하지 않아도 큰일 나지 않는다. 그게 참 좋다. 가만히 앉아 어깨의 긴장을 풀고 눈을 감고 있으면 몸과 마음이 차분해지는 걸 느낄 수 있다.
셋째, 음료를 마시기 위해서다. 커피나 차를 마시면서 맛과 향을 음미하는 시간은 퍽 달콤하다. 계절에 따라 기분에 따라 음료를 바꾸는 편인데 이번 달은 카누 돌체 라테를 즐기고 있다. 체중조절을 위해 2개월 전부터 믹스 커피를 끊고 원두커피를 마시거나 차를 마셨다. 최근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일이 생기면서 자꾸 마트에서 병이나 캔에 든 커피를 하루에 몇 개씩 사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러다 친구의 추천으로 조금 돌체 라테를 사보았다. 그런데! 이 커피 진짜 맛나다! 그냥 달달하다는 차원을 넘어, 고품격 카페 커피를 믹스 커피 분량으로 먹을 수 있는 느낌인 거다! 그래서 하루 중 딱 20분, 달달한 이 녀석을 책상에 놓아두고 한 모금씩 마시며 글을 쓰는 느낌, 너무 좋다!
번아웃은 각성제의 부작용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것과 비슷하다. 학창 시절 시험 기간에 친구들이 몰래 먹던 각성제를 기억할 것이다. 중간, 기말고사가 끝나면 각성제를 먹고 밤을 새운 친구들은 학교에서 꾸벅꾸벅 졸았다. 내일과 모레에 쓸 체력을 오늘 당겨서 쓴 역반응인 것이다. 일이든 관계든 너무 오랜 기간 각성제로 버티고 있었다고 해보자. 번아웃이 오는 건 너무 당연한 일 아닌가.
사람은 오늘 쉬어야 내일을 살 수 있다. 주중에 계속 일을 하다가 주말에 폭잠잔다고 해서 피로가 모두 풀리지 않는다. 관계로 인한 스트레스는 밥 한번 같이 먹는다고 해결되기 힘들다. 잘 쉬는 사람이 행복하다. 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매일 충분히 먹이고 재우고 씻겨 줘야 한다. 의도적 '휴식 시간'은 우리 몸에 각인된다. 나의 몸을 위해 쉬는 시간을 갖고 있다는 말을 전달하는 것이다. 그러면 근육은 긴장을 풀고 부드러워진다. 몸이 느슨해지면 마음도 함께 자유로워진다. 자신을 위한 시간을 선물하는 것은 이제 다른 방식으로 살겠다는 고백이다.
살아오던 모든 것이 한순간에 변화될 수는 없지만, 변화를 시작하는 순간을 만들 수는 있다. 마음속에 섞여있는 셀프 토크와 잔소리를 분리하자.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을 30가지 정도는 계발하자. 그리고 자신만을 위한 휴식 시간을 만들어 의도적으로 쉬자. 건강한 마음과 몸이 형성되기 시작할 것이다.
당신은 오늘 충분히 일했다. 이제는 제발 좀 쉬자!
그래야 내일도 달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