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소설은 픽션이며, 등장하는 인물, 학교, 사건 등은 모두 사실이 아님을 밝힙니다. >
나오미는 수업이 끝나면 교실을 정리해두고 쪼르르 연구실로 달려갑니다. 그렇습니다. 새로운 학년이 되어 동학년 멤버가 바뀐 거예요. 이번 해에는 나오미를 친동생처럼 예뻐하시는 선배님이 같은 학년에 계셔서 나오미는 무척 기뻤어요. 그래서 휴식 시간이 생기면 무조건 연구실로 달려갔죠. 연구실에 안 계시면 선배님 교실로 총총총 걸어갑니다. 선배님은 나오미보다 1살이 많으시고 경력으로는 2년 정도 더 많으세요. 왜냐면 나오미가 대학교 졸업 후에 바로 교사가 되지 않아서 그래요. 선배라고 지칭하는 건 정말로 나오미네 대학교 선배이기 때문이에요. 재미있는 건 나오미와 선배가 대학교에서는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는 거죠. 나오미가 근무하고 있는 곳은 경기도이지만 두 사람이 졸업한 대학은 지방에 있거든요. 특별히 그 대학교는 8도의 학생들이 다 모이는 곳으로, 각 지역으로 발령 나서 가게 되면 동창이 거의 없으므로 선배님은 같은 학교를 졸업한 나오미를 정말 예뻐하셨어요.
두 사람은 또래인 데다 좋아하는 것도 비슷해서 금새 친해졌어요. 이야기란 이야기는 모두 좋아하는 나오미에게 선배님은 프리즌 브레이크라는 미드를 알려주셨어요. 한참을 프리즌 브레이크 이야기로 이어가던 두 사람은 만화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나이가 비슷하다 보니 어릴 적에 보던 만화도 비슷해서 깔깔 웃으면서 재미난 이야기도 많이 했지요. 평소 학생과 교사의 관계에 대해 늘 고민하던 선배님이 꽂힌 만화가 있으니, 바로 '나루토'였어요. 이야기 속 '가이 선생님'과 '록리'의 관계를 보면서 늘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어 하셨지요.
몸속에 있는 차크라를 이용하여 각종 닌자 기술을 배우는 나루토네 동네에 차크라를 사용할 수 없는 가이라는 사람이 있었어요. 결국 그는 자신에게 있는 몸을 이용하여 닌자가 되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특수 능력을 쓸 때 오로지 체술, 즉 신체의 능력을 강화하여 무술을 연마하는 일에 집중하여 그 분야의 일인자가 된 거예요. 그런 가이 선생님에게 같은 처지에 있는 록리라는 제자가 생깁니다. 록리는 체력이 약해 체술을 배우는 것도 무척 힘들어했어요. 리에게 있는 것은 오로지 노력하는 의지뿐이었지요. 자신을 극복하기 위해 몇 날 며칠을 애쓰는 록리를 가이 선생님은 조용히 지켜보기만 합니다. 그리고 며칠 후, 록리가 쓰러져 울고 있을 때 가이 선생님이 그의 앞에 나타나셨어요.
"리야, 너는 노력의 천재다. "
그 한 마디에 록리가 다시 일어서게 됩니다. 그 후 두 사람은 세상에 둘도 없는 스승과 제자 사이가 되고 함께 성장해 나가게 됩니다.
바로 이것이 선배님이 No. 1 스토리지요. 그리고 늘 아이들에게 그런 기다려주는 사랑, 한없이 지지해주는 사랑을 주고 싶어 하셨어요. 나오미는 그런 선배님이 참 좋아 보였어요. 자신이 원하는 것을 확실히 말할 수 있는 선배님이 멋져 보였고, 좋아하는 것을 당당히 말하는 그 모습을 배우고 싶었지요.
두 사람은 맡은 일이 많아 퇴근 시간 후에도 학교에 남아있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럴 땐 교무실에 함께 모여 일을 하곤 했어요. 어느 날, 학교 행사 준비를 위해 단순 반복 작업을 하게 되었어요.
"선배님, 그거 아세요?"
"뭐?"
"거북이라는 그룹 있잖아요. 그 사람들 노래 중에 '빨간 꽃 노란 꽃'하는 거 아시죠?"
"응, 사계?"
"맞아요, 그거. 그거 미싱 나오잖아요. 70년대 공장에 다니던 여공의 이야기래요. 쉴 수 없이 일하던..."
"나도 들은 거 같아. 그런데 그거 너무 우리 같네."
"저도 그 이야기하려고 했어요. 어떻게 일이 해도 해도 끝이 안 나네요."
헛웃음을 웃던 두 사람은 눈을 마주치며 노래하기 시작했어요. 빨간 꽃 노란 꽃 꽃밭 가득 피어도~ 그 후에도 학교에 남아서 일을 하다 두 사람만 남게 되면 늘 그 노래를 불렀어요. 끝없는 학교 업무가 힘들었지만 거북이의 노래는 두 사람에게 노동요가 되어 주었고, 함께 노래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나오미는 무척 행복했어요.
그리고 그런 날이면 나오미와 선배님은 꼭 저녁도 같이 먹었어요. 선배님과 나오미의 단골집은 학교에서 약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돈가스 집이에요. 몇 개월 전에 개업을 했는데 들어가 보니 인테리어도 깨끗하고 맛도 깔끔해서 자주 오게 되었어요. 먹을 만큼 먹고 신나게 떠들고 난 뒤 가게를 나오기 직전, 두 사람은 서로 말을 하려고 눈치 게임을 시작하죠. 그리고 둘 중에 입이 빠른 사람이 말합니다.
"잘 먹었어요!"
"잘 먹었! 앗, 내가 졌네. 하하하하"
"잘 먹었어요, 선배님. 흐흐흐흐"
"그럼 오늘은 내가 내겠어."
"네~!"
사실 이건 놀이 같은 거라서 실제로 '잘 먹었다'는 말을 나중에 한 사람이 늘 밥을 사진 않았어요. 둘 다 직장인이라서 식비는 충분했지요. 다만 재미를 추구하는 선배님과 나오미 두 사람의 놀이일 뿐, 실제로는 나오미를 예뻐하시는 선배님이 밥을 더 많이 사주셨답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나오미보다 2년 일찍 학교에 오셨던 선배님은 2년 일찍 다른 학교로 가야 할 시기가 오고 말았어요. 나오미는 너무나 속상했어요. 또래이기도 하고 정말 친구처럼 재미있게 지내던 선생님이 떠나셔서 많이 서글펐지요. 하지만 그리 멀리 가시지는 않았기에 가끔 만날 수 있었답니다. 몇 차례 만났지만 각자 더 바쁜 일이 많아져서 선배님과는 문자나 전화로만 연락을 하게 되었어요. 그러다 선배님이 보내신 청첩장을 받게 되었어요. 선배님은 나오미를 따로 만나 결혼하게 된 스토리를 들려주셨지요. 그러면서 나오미에게 부케를 받아달라고 부탁하셨어요! 아, 근데요. 선배님은 여자분이에요. 혹시 남자인 줄 오해하고 계신 분이 있을 실까 해서요. 하하하하. 나오미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선배님의 제의에 흔쾌히 응락했죠. 선배님이 얼마나 나오미를 사랑하시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니까요!
그렇게 선배님은 결혼 후에 나오미가 사는 동네에서 좀 더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가시고 학교도 옮기셨어요. 나오미도 다른 학교로 가게 되었고요. 그러면서 두 사람은 자주 볼 수가 없게 되었어요. 선배님의 첫 번째 아기가 태어났을 때 예쁜 꼬까옷을 보내드리고 나서는 거의 연락을 못한 것 같아요.
선배님께
안녕하세요, 선배님^^ 잘 지내시죠?
너무너무 보고 싶어요.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지내고 계실지 궁금해요.
혹시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 중에 선배님이 계시다면 제게 꼭 연락해주시길 바라요.
제가 그동안 전화번호도 자주 바뀌고 싸이월드도 연결이 중단되어 연락드릴 길이 없어서 결혼하면서도 알려드리지 못해 계속 맘에 걸리더라고요.
철부지 같던 저를 사랑해주고 이끌어 주신 은혜 잊지 못할 거예요.
정글처럼 위험천만하던 교직 사회에서 선배님을 만날 수 있어서 저는 무척 행복했어요.
선배님은 제가 만났던 그 어떤 선생님들보다 더 좋으신 분이었고 저의 그 어떤 스승들보다 더 사랑이 많으신 분이셨어요.
그나마 제가 10년쯤 버틴 건 선배님의 공이 크다는 걸 지금 깨닫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어떤 방법으로든 꼭 연락이 닿길 바라요.
사랑합니다.
늘 건강하셔요. 고맙습니다.
2021. 6월 어느 날
나오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