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소설은 픽션이며, 등장하는 인물, 학교, 사건 등은 모두 사실이 아님을 밝힙니다. >
이번 주는 날씨가 좋아서 아이들이 무척 기분이 좋아요. 덩달아 나오미도 가벼운 마음으로 지내고 있었죠. 근데, 오늘 아이들이 정말 이상해요. 평소와 뭔가 다른데, 얼굴은 같은데 아예 다른 사람 같은 아이들이 많아요.
"자, 그러면 이번에는 민우가 대답해볼까요?"
평소에 발표하는 것도 좋아하고 늘 선생님과 친구들을 도와주는 걸 좋아하는 진우기에 당연히 도와줄 거라고 생각하고 불렀는데, 민우 얼굴에 먹구름이 꼈어요.
"민우... 가 기분이 안 좋아 보이네.. 그럼 다른 친구들 중에 이야기해볼 사람 있나요?"
그러자 진서가 싱긋 웃더니 손을 번쩍 듭니다.
"오, 진서. 좋아요. 발표해 주세요."
늘 입을 꾹 다물고 수업시간에는 말이 없는 진서가 손을 들어서 나오미는 깜짝 놀랐어요.
"저는 화면에 나온 사람들 중에 노란 옷을 입을 사람이 마음에 들어요."
"오, 노란색 옷을 입은 사람? 왜 그런지 말해 줄래요?"
"네, 왜냐면 제가 노란색을 제일 좋아하고, 오늘도 노란 점퍼를 입고 왔기 때문이에요."
"우와, 우리 진서가 노랑을 좋아하고, 오늘도 노란 점퍼 입고 와서 이 사람이 젤 좋았구나. 발표 잘했어요."
진서는 좀처럼 보여주지 않는 자부심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앉았대요. 늘 도와주던 민우는 입을 꾹 다문 사람이 되고, 항상 불안감 가득한 얼굴의 진서는 활짝 핀 꽃처럼 미소를 지으니 나오미는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정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오랜만에 연구실에 갔어요. 이런 건 선배 선생님들께 물어보면 잘 아시니까요. 친절한 NJ 선생님이 계시길래 나오미는 얼른 여쭤봤어요.
"선생님, 있잖아요. 저희 반에 민우랑 진서 아시죠?"
"응, 둘은 무척 유명하잖아. 착실하고 모범적이어서."
"맞아요. 그런데요, 오늘 그 둘이 엄청 이상했어요."
"무슨 일 있었어?"
"별 일은 없었는데요, 민우한테 발표를 시키니까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있지 뭐예요. 그래서 당황했는데 다른 사람 있냐고 하니 진서가 번쩍 손을 들어요."
"하하. 재미있었겠네. 아이들이 평소랑 달라서 놀랐구나."
"네, 엄청요! 대체 왜 그런 걸까요?"
"오늘 비가 와서 그래."
"네? 비가 와서요?"
"응. 비 오면 아이들이 좀 다른 사람이 되지. 실은 선생님들도 조금씩 다르고."
"아... 그렇군요. 몰랐어요. 저는 갑자기 아이가 달라져서 깜짝 놀랐거든요. 비가 와서 그렇군요."
"하하. 앞으로도 그럴 거야. 장마 때 되면 많이 그럴 거니까 관찰해 보세요."
친절하신 NJ 선생님의 조언대로 정말 비가 올 때마다 아이들은 희한하게 달라졌어요. 젤 걱정스러운 건 비 오는 날 뛰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많다는 거예요. 그때 당시에는 미세 먼지나 코로나 등으로 인한 문제가 없었으므로 비가 오지 않으면 아이들은 무조건 운동장에 나갈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 비가 오면 밖에 나갈 수가 없어서 학생들은 안달이 나나 봐요. 그러다 보니 가끔 학급 친구들끼리 싸우기도 하고요, 화장실에 만난 다른 바 친구들이랑 시비가 붙기도 하더라고요.
어휴, 비 오는 날은 날씨만 흐린 게 아니라 아이들도 흐려지나 봐요. 물론 비 오는 날만 유일하게 맑은 아이들도 있지만요. 그래서 나오미는 초임 교사일 때는 비 오는 날이 무척 싫었대요.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는 것이 너무 시끄럽고, 자꾸 싸우니까요. 그런데 조금 더 지나서 알게 된 건, 나오미도 비 오는 날에 흐려진다는 거였어요. 눅눅하고 어두컴컴해서 기운이 나지 않고 울적해지나봐요.
그걸 알고 나서는 비 오는 날이 그리 싫지 않았대요. 그래서 비가 오면 먼저 말해둡니다.
"여러분, 오늘은 비가 오네요."
"선생님, 밖에 나가고 싶은데 못 나가서 답답해요."
"비는 언제 그칠까요?"
"내일은 맑았으면 좋겠어요."
"선생님도 얼른 해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비가 와서 선생님도 꿀꿀하네요."
"저도 그래요."
"저도요!"
그러다가 흐린 아이들을 발견하면
"어머나, 우리 영국이 오늘 흐리네. 비가 와서 그런가?"
"선생님, 국이는 오늘 흐린 국이래요."
"그러게. 너 혹시 우리 영국이 아닌 거 아니니? 얼굴만 똑같은 것 같아. 우리 영국이 어디 갔니?"
"하하하하"
이렇게 농담을 하다 보면 아이들도 왁자지껄 웃어대고 흐린 영국이도 씩 웃습니다. 그리고 가끔은 맑은 날에도 영국이가 먼저 농담을 합니다.
"선생님, 저 오늘 흐린 영국이에요."
"그래? 흐린 영국이야?"
옆에서 현경이가 끼어듭니다.
"선생님, 오늘 날씨 맑은대요?"
"그러게. 그런데 영국이가 흐리고 싶은 가봐."
"하하하하 영국이가 흐리대"
이러면서 영국이는 기분이 좋아집니다. 옆에 있던 사랑이도 말합니다.
"선생님, 저는 오늘 맑아요."
"사랑이는 맑구나. 좋다!"
미소 짓는 사랑이를 보면서 나오미는 이렇게 말합니다.
"자, 영국이도 사랑이도 미소 짓는 걸 보니 맑아졌나 봐요. 우리 그럼 수학책 꺼내서 어디 배울 차례인지 알아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