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 집안 김치 떡국

by 김효주

"오빠, 저녁때 뭐 먹어?"

"떡국!"

"또?"

"그럼! 떡이 떨어질 때까지 먹는 게 우리 집 전통이야."


남편은 어디 가기 애매했던 이번 명절 연휴, 둘만 집에 있는데도 3일 내내 떡국을 먹겠다는 것이었다!


헉.

떡국 위에 올릴 달걀 고명, 국물 베이스, 두부와 고기 등을 생각하니 아찔했다.


"오... 오빠.. 진짜로?"

"응."

"어떻게 해 먹으려고? 집에 두부도 고기도 없어요."

"김칫국을 베이스로 해 먹으면 돼. 시원하고 맛있어."


그날 처음으로 '김치 떡국'을 실물 영접했다. 헉.

김칫국을 시원하게 끓인 것에 그냥 떡국떡만 퐁당퐁당 넣은 것이다.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가벼운 레시피에 생전 처음 만나는 요리를 앞에 두고 조금은 두려웠다. 맛이 없으면 어쩌지. 저러다 버리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 우리 집 간 담당이 남편이므로 믿어보기로 했다.


드디어 완성!

비주얼은 그냥 김칫국인데 하얗게 얇은 떡이 스리슬쩍 각선미를 뽐내는 그런 느낌? 먹어도 되는 거 맞겠지? 밥도 없이 멸치볶음 하나 놓고 드디어 시식 타임!


"오빠, 김치가 많아요."

"응. 많이 넣어야 제 맛이거든."


아무래도 걱정되어 남편이 먹는 걸 지켜봤다. 김치와 떡을 같이 집어서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으며 즐거워한다. 용기를 내서 보들보들 말랑해진 김치 한 조각과 매끈한 떡 한 개를 젓가락으로 집어 맛을 본다. 오! 이거 뭐지? 이런 떡국도 있다니!


떡국을 좋아하긴 하지만 '가래떡을 썰 때의 상황과 조건', '떡국떡을 물에 불린 시간'에 따라 떡의 상태가 달라지므로 자주 먹지는 않는다. 너무 말라버렸거나 물에 불린 시간이 짧을 경우 떡이 단단하여 씹기 불편하거나 소화가 잘 되지 않아서다. 게다가 직접 만들어 먹으려고 하면 각종 고명 준비가 번거로워 요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달가운 음식이 아니었다.


그런데! 김치 떡국! 이거 희한하다. 김치와 함께 씹기 때문에 식감 자체가 새롭다. 아삭거리는 김치와 쫀득한 떡은 궁합이 최고다. 좀 덜 불려서 살짝 질겨도 김치 조각과 얼큰한 국물을 함께 흡입하면 소화가 너무나 잘 된다. 게다가 만드는 것도 초간단!


1. 물에 멸치 또는 육수 티백을 넣고 끓인다.

2. 끓는 물에 신김치를 가위로 숭덩숭덩 잘라 넣는다.

3. 불려둔 떡국 떡을 쏟아붓는다.

4. 다시 끓으면 간을 보고 싱겁다면 집간장으로 간하기

5. 떡이 다 익으면 먹는다.


설 명절을 맞아 지인분께서 가래떡 썬 것을 많이 주셨다. 남편의 김치 떡국에 감사한 마음으로 일반 떡국도 끓여서 대접했다. 두부와 조미김이 있으면 고기 고명이 없어도 꽤 먹을만했다. 김치 떡국을 몇 번 더 먹은 건 안 비밀!


"김치 떡국 어때?"

"맛나요!"

"김칫국 베이스에 칼국수를 넣어도 되고 소면을 넣어도 돼."

"헉."

"김칫국이면 다 맛있지. 하하하."

"하하 근데 김치 떡국도 맛있으니까 그것도 맛있을 것 같아요. 만두 넣어도 되나?"

"그럼! 정말 맛있지. 다음번엔 김치 떡국에 만두 넣어서 먹자!"

"좋아요!"


이씨 집안 떡국 전통은 내년에도 이어질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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