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아침에 10살 먹기!
하루만에 떡국을 10그릇 먹었던 적이 있다!
10살쯤 먹었던 해, 구정이었다. 왠일인지 그 설에는 손님이 많으셨다. 명절날에만 뵐 수 있는 큰 집 식구들과 장터에 사시는 이웃들도 오셨다. 아무리 봐도 첨 보는 것 같은 분들도 계셨다.
조무래기들은 마당에서 놀고 있다가 손님이 오시면 쪼르르 집으로 따라 들어갔다. 손님들이 할아버지께 인사드리시고 나면 아이들도 큰 방에 들어와 줄을 서서 그분들께 세배를 했다. 한 손님 가시면 다른 손님 오셨다. 그때마다 할머니가 부엌에 '손님 오셨다' 하시면 엄마와 작은 엄마는 부엌에서 한 상씩 차려 들고 오셨다.
상 위에는 떡국 한 그릇, 전 한 접시, 오꼬시(쌀강정) 한 접시가 있었고, 먹어본 사람만 먹을 줄 안다는 '안동 식혜'도 한 그릇 있었다. 울 할머니표 안동식혜는 진짜 맛났다. 살얼음 동동 알싸하면서 시원한 그 맛! 땅콩 가루나 잣, 작게 썬 배를 숑숑 올려주면 고소함과 달달함이 가미되어 정말 신비로운 맛이 된다!
계속해서 들이닥치는 손님들 덕분에 오전부터 매우 기분이 좋았다. 놀고 세배하며 쉴틈 없이 올라오는 상을 받다 보니, 벌써 먹어치운 떡국이 4그릇. 점심때가 가까왔는데도 전혀 배고프지 않았다. 그래도 점심을 먹을 거냐는 질문에 이왕 먹기 시작한 거 10 그릇 채워보려 그런다고 했다.
새로운 손님들께 세배하고 그 옆에서 세찬을 같이 나누는 건 즐거웠지만, 6~7그릇이 넘어가니 10그릇 채울 수 있을까 싶었다. 배가 너무 불렀다. 그렇지만 어느새 사촌들 사이에는 자기 나이만큼 떡국을 먹어보겠다는 경쟁이 붙어있었다. 이에 질세라 부지런히 떡국을 흡입했다. 그때 먹은 떡국은 진짜 맛있었다. 하얀 떡국 위 송송 썰어 올린 대파와 노란 달걀지단. 두부와 함께 국물 자작하게 졸여 낸 소고기 고명과 바다향 담당하는 마른 김. 이 모든 것이 뽀얀 국물과 만나 만들어 내는 떡국 하모니! 소고기 고명을 조금 더 올려달라고 했지만, 엄마는 떡국을 많이 끓여야 돼서 안될 것 같다고 국물만 조금 더 따라주었다.
아!! 잊지못할 소고기 고명이여!!
아침부터 시작된 떡국 먹기 릴레이는 10그릇을 채우면서 끝났다. 대부분의 또래 아이들도 9~10그릇은 다 채울 만큼 손님들이 많이 오셨다. 우리는 10년 치 떡국을 미리 다 먹었다며, 자기 나이보다 10살 많게 불러달라며 키득거렸다.
그 해를 떠올리면 지금도 신기하다. 스마트폰 없는 시대에 다이얼 전화기가 몇 번 울리지도 않았는데, 기막히게 한 팀 가시면 다른 팀 오셨다. 세찬 한 상 내려가면 다음 상 올라왔다. 엄마랑 작은 엄마, 정말 힘들었겠다. 돌아보니 할아버지 앉아 계신 방으로 상 올려줄 때 밖에 엄마 얼굴 본 기억이 없다. 덕분에 떡국 10그릇 달성했구나 싶어 감사하고, 배 터지게 먹느라 엄마 생각 못해서 미안해진다.
그날 엄마는 떡국 몇 그릇이나 드셨을까?
그해엔 떡국 냄새 맡기도 싫으셨으려나....
(표지 사진은 한국관광공사에서 2015년 작성하여 공공누리 제1유형으로 개방한 떡국 이미지를 이용하였습니다. 해당 사진은 한국관광공사(https://www.gettyimagesbank.com/p/visitkorea/search)에서 무료로 다운로드하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