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숙성이고 나발이고

고기추가에 보답만한 전략이 없다

by 타짜의 클리닉

11인분의 고기에 아무런 보답도 없었다.

호동이가 특급호텔을 잡아준 덕에 설날을 대구에서 잤다. 게다가 녀석이 한우도 쏜다고 했다. 하지만, 명절 당일이라 문 여는 한우집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호텔서 제일 가까운 곳에 작고 아담한 한우집이 있었다. 1인분을 100g으로 팔았는데 12,900원부터 였다. 물론, 비싼 부위는 25,000원이 넘었다.



궁금했다.

어떻게 주길래 한우 100g에 12,900원인지 궁금했다. 블로그에서 본 것으로 알 수 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서 그 집을 픽했다. 호동이는 더 좋은 곳에서 먹자고 했지만, 나는 식당보는 게 공부며 맛이라서 고집을 부렸다. 호사스러운 한우는 다음에 먹자 했다.


20250131_063745.png



정육식당이었던 곳이라고 했다.

인테리어며 간판을 깔끔하게 해두었다. 남자 주인은 지나칠 정도로 단정한 머리를 하고 있었다. 상호도 기억하지 좋았는데 밝히지는 않겠다. 칭찬보다 흉이 더 많아서다. 5명이서 11인분을 먹었다. (엄밀하게 말하면 한우는 1인분이 150g을 팔기 때문에 정확히는 7인분쯤 되지 싶다) 모둠갈비 3인분을 시키면 육회를 서비스로 준다고 써뒀다. 3개의 갈비를 섞은 모둠갈비는 100g에 17,900원이었다.



20250131_063643.png


한우집이지만 먹을만한 반찬은 없었다.

반찬 종류도 적었지만, 그 양도 찔끔이었다. 명이나물은 한접시에 3장이 겨우였다. 고기도 1인분이 100g이니 푸짐할 리 없다. 오직 가격이 싸다는 장점만 있는 한우집이었다. 12개쯤의 테이블은 그래도 설날 저녁이라고 예약손님이 반은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11인분을 먹는 동안 새로운 손님은 들어오지 않았고, 우리가 일어선 8시에 주인은 슬슬 마감준비를 하는 눈치였다.



한심했다.

한우라는 이름이 부끄러웠다. 삼겹살 반찬보다도 못한 고기찬이며, 첫 3인분 외에 3인분, 3인분 마지막 2인분(한 명이 늦게 온 탓)을 시켰지만 그 어떤 서비스도 없었다. 모둠갈비 첫 3인분에 준 육회 한접시가 전부였다. 20만원을 넘겨 썼지만 다음에 또 올 마음이나 약속은 없었다. 그날로 끝인 식당이 되어버렸다.



20250131_063842.png
20250131_063826.png


싸게만 팔면 잘 줄 수가 없다.

식당은 장사다. 장사는 이문이 남아야 한다. 그저 박리로 다양한 손님들에게 다매할 것인가, 고마진을 챙기되, 그 돈을 쓸 수 있는 손님에게만 팔 것인가의 갈림길이 생긴다. 대부분은 팔릴 가격을 정한다. 팔리기 좋은 가격은 싼 포지션에 있다. 비싼 게 잘 팔릴거란 생각은 하지 못한다. 오죽하면 한우 1인분을 100g으로 줄이는 수를 묘책이라고 쓰겠는가.



고기집은 출발이 2인분이다.

혼자 고기를 먹는 손님도 없지만 있다쳐도 고기는 2인분이 예의다. 숯불을 피워야 하고 고기찬을 깔아야 하기 때문에 무조건 2인분부터 주문해야 한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고기집은 3명도 2인분 주문이 가능하다. 어지간히 줄 세우는 식당이 아니고선 “일단 2인분 먹고 시킬께요”라는 말에 별 투정을 부리지 않는다. 어쨌든 2인분이 팔렸고, 술과 먹는 고기니 추가도 나올 것이 분명한 탓이다. (물론, 실제는 인원수만큼 첫주문을 해야 하는 집이 대부분이다)


20250131_063707.png



그런데 손님은 고기추가를

여간해서는 하지 않는다. 고기 추가엔 고기만 딸랑 나오기 때문이다. 첫 주문에서는 줬던 반찬이며 찌개를 고기 추가에선 주지 않는다. 나는 그 계산법이 여전히 기괴하다. 왜 첫주문 2인분에는 주욱 깔아준 반찬이었는데 추가 2인분에는 고기만 주는지 안타깝다. 반찬을 한번 더 깔아주란 소리까지는 않는다. 하지만, 작은 보상이라도 해야 한다는 쪽이다. 그게 없을 때 우리는 추가를 단념한다. 차라리 2차로 옆 고기집을 선택한다.



KakaoTalk_20250102_185106958_03.jpg


그래서 고기집 클리닉은 의외로 쉽다.

고기집은 고기 추가가 나오는 것이 관건이다. 고기를 많이 먹어야 술병이 늘고, 그래야 2차 대신에 후식까지 달리기 때문이다. “고기 추가엔 반드시 보답합니다”라는 멘트는 그래서 내가 손을 댄 고기집엔 불변이다. 숙성이고 나발이고다. 삼겹살이건 한우건이건 다를 바 없다. 고기 추가에 보답만 진심으로 해줘도 손님이 늘 것이다. 설사 첫 고기찬이 부실하더라도 만회할 기회가 생길 것이다. 물론, 고기추가에 보답을 할 태도라면 애초부터 고기찬도 허술하지 않을 게 분명하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사악한 입지에 오픈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