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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과 돌려주는 것

가격은 신뢰의 기준이다

by 타짜의 클리닉

나는 백선생을 싫어한다.

골목식당들에게 싸게 팔라고 해서다. 비싸게 팔아선 손님이 없다는 말에 실망했다. 물론, 당신의 성공엔 평균보다 싼 가격으로 일어선 근거가 있다. 그러나 그건 그때의 이야기지, 지금처럼 경쟁이 치열한 때가 아니었다.


나는 백선생을 좋아한다.

식당은 자고로 442전술(점심과 저녁 그리고 특선메뉴로 구분한 골고루인 메뉴판)이 좋다고 말해서다. 나는 관여도를 깨우친 그 후부터 스트라이커 한 명인 식당이 옳다는 주장을 했는데, 백선생이 골고루,인 메뉴로 팔라는 말이 반가웠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 내 지론처럼 메뉴를 줄이라고 노선을 바꾼 게 오히려 아쉬웠다.



KakaoTalk_20250201_131256298_28.jpg 가성비는 비싸보이지만 먹어보니 싸게 느껴짐,이다.


나는 가격할인을 끔찍히 싫어한다.

할인전 실제 가격 자체가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혹여, 앞으로의 새 상품 가격도 할인되기 전에 구매하는 건 바보라서다. 얼마 안되는 밥값 할인도 그래서 질색이다. 그런 수작은 절대로 해선 안된다고 말한다. 가격에 신뢰를 잃은 식당은 강도가 세지는 마케팅이라야 겨우, 그것도 연명하는 수준일 뿐,이기 때문이다. 내가 볼보를 3대를 구입했지만, 한 번도 할인은 받아본 적이 없다.



1위 기업이 만든 스팸에 비해

규모가 작아서 생산단가가 높다.는 말에 아내가 숨도 쉬지 않고 피식거렸다. “그럼 뭐하러 만들어?” 맞는 말이다. 생산규모가 작아서 단가가 높아지는 게 마땅하다면 시장에선 경쟁 자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애초에 가격 경쟁력도 없으면서 공장을 돌려 제품을 만든다면, 그건 미쳤거나 일부러 작정하고 망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우승을 절대로 하면 안 되는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그 기업처럼 말이다.



생산단가가 높아서

한 세트를 팔아봐야 1,500원 밖에 남지 않아서 회사운영비조차 되지 않는다면, 햄을 만들지 않으면 된다. 왜 이익도 나지 않는 사업을 애써 벌리는가. “한돈농가를 위해서 손실을 감수하고”라고 말하는 부분은 정말 개그가 따로 없다. 누가 본인더러 한돈농가를 책임지라고 했는가? 팔리지 않는 비선호육(후지)를 자신이 써준다고 한돈농가가 살아날 거란 허세는 이제 신물이 난다.



고기 함량이 적은 것에 대한 변명도

구차하다. 찌개로 먹을 때를 위해서,란다. 일부러 그런 거지 고기 몇g 덜 넣은들 원가로 100원도 어쩌고는 정말 초라했다. 누가 스팸을 찌개로 먹던가? 먹는다고 쳐도 찌개에 스팸만 들어가면 그게 맛이 날까? 다른 양념이나 파, 마늘은 없어도 찌개가 된단 말인가? 변명을 보는 내내 부끄러웠다. 내 일도 아닌데 내 얼굴이 빨개졌다. 하지만, 당사자는 이게 무슨 문제거리나 되는지 모르겠다는 어깨짓과 심드렁한 얼굴로 일관한 걸 보니 이제 정치를 해도 되겠다 싶었다.



20200528_060806.png 보통 좌우측은 배너로 팔아 돈을 번다.


20년을 운영한 맛창(맛있는 창업)에

나는 배너광고를 팔지 않았다. 무수한 프랜차이즈들이 배너광고를 달아달라고 했지만, 돈을 거절했다. 프랜차이즈를 해서 좋을 거 하나 없다고 말하는 내가, 프랜차이즈 홍보배너를 광고해준다는 건 Yang아치나 하는 짓이다. 내 맛창에 배너를 달지 못하는 회사들이, 맛창을 검색어로 네이버에 광고를 대신 하고 있다.



2010년대 초반쯤은

창업기자나 창업컨설턴트들이 프랜차이즈 본사들의 홍보시녀 노릇을 왕왕 했었다. 그게 나는 너무 싫었다. 돈 몇푼에, 거마비 몇푼에 사업설명회에 참석해 그 브랜드가 좋다고 돌려권하는 그 작태가 너무 흉했다. 그 덕에 나는 그 바닥에서 따를 당했고, 어쩔 수 없이 마이너리거, 독립군,이라는 별칭을 얻어야 했다.



나는 컨설팅비를 깍아주지 않는다.

그러나 가끔 돌려줄 때가 있다. 적게는 기백에서 많게는 절반까지 돌려줄 때가 있다. 여러번 컨설팅을 받았거나, 그 일 자체가 너무 쉬울 때, 돈 크기에 비해 내가 해주는 일이 너무 작다,고 생각될 때는 그만큼을 돌려줬다. 깍아줌은 정상적으로 다 낸 손님들에게 신의를 잃는 일이지만, 다 받아놓고 일부를 다시 돌려주는 건 내 결정이니 정상가?를 치룬 사람이 시비를 걸지 않았다.


KakaoTalk_20250131_155353765.jpg 할인이라는 빼기보다 더 좋은 전략은 덤,이다.


잘못했다. 죄송하다. 어리석었다.

이 3마디면 명쾌할 일이 지저분해져 버렸다. 논현동에서 쌈밥집 하나를 하던 식당 아저씨였다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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