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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식당)인데 우등생

1살짜리가 30년 노포처럼

by 타짜의 클리닉

부자집 아이가 공부도 우등생이라면?

인물도 출중한데 마음씨까지 착하다면? 평균치에 겨우인 우리들에겐 참 서러운 부러움이다. 그런 식당은 최소 노포 중에 있다. 모든 노포가 그런 건 아니지만, 정직한 노포 중에는 가성비가 놀라운 식당들이 있다. 그런데 그건 2~30년을 견뎌내고 돈을 번 자산이 있기에 가능하다. 새내기가 그걸 단박에 해낸다는 건 실로 놀라운 일이다. 심지어 컨설턴트로서 자괴감까지 들 정도였다.



네이버에선 “새로 오픈”한 식당이라고 뜬다.

그만큼 최신식이라는 뜻이다. 갓 오픈한 식당이 정직한 노포들이나 보여주는 배포는 부자집 아들이 전교 1등을 하는 것처럼 신기했다. 나에겐 정말 그것이 신기한 노릇이었다. 대부분의 부자식당들은 가성비 대신에 인테리어에 투자를 하고, 가심비 대신에 유명세에 편승한 투자를 더 우선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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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국장이 주메뉴인 온리원 식당이다



주인처럼 보이는 젊은 남녀가

부부인줄 알았는데, 아내는 남매 일거라 했다. 생김새가 비슷하다는 아내의 눈썰미는 대체로 정확하기에 그게 더 맞을 듯 싶었다. 그렇다면 그 건물은 부모가 지었다는 소리다. 이 말의 의도는 중요하다. 부모든 젊은 주인이든 결과는 부자라는 뜻이다. 7~80대는 너끈한 주차장을 가진 단독 2층 건물은 만일 월세를 치룬다면 그 자리가 지방 외곽이라고 쳐도 6~700은 넘게 주어야 할 규모다. 그만한 월세를 내는 것도 부자고, 그 월세가 없는 자가라면 더 부자다.



KakaoTalk_20250204_040744575_07.jpg 테이블이 30개가 넘는 대형식당이다.


부자집 아이는 공부를 못해도

먹고 살 수 있는데 공부까지 잘하니 더 큰 부자가 될 것이다. 부자 식당은 손님이 줄 서지 않고 평균치여도 잘 먹고 살 수 있는데, 손님까지 버글거린다면 더 큰 부자가 될 것이다. 그런데 다행히 부자가 차린 식당은 가성비쪽으로는 대체로 무심하니 세상은 공평 하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게 깨진 며칠 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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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수백개의 메뉴판을 직접 만들어봤지만, 감탄했다.



메뉴 욕심을 비우고

오직 청국장이라는 메인테마에 맞는 한가지 메뉴는 놀라웠다. 물론, 3가지의 가격대와 3가지의 상차림으로 구분은 했지만, 청국장이라는 근본은 포함이었다. 정갈하게 반찬을 담아내는 센스도 좋았고, 유명무실한 셀프바가 아닌 산더미로 쌓아둔 계란후라이와 떡볶이는 입을 떡하게 벌리게 만들었다. 그 외에 주방에서 내준 찬과 다른 찬으로 준비된 셀프반찬 코너는 요새 흔한 12첩 반상 생선구이집이 무색할 지경이었다. 11,000원인 기본 청국장으로 시켜도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 우리는 호기롭게 고등어조림이 포함된 16,500원짜리를 시켰는데 고등어는 손도 안대고 포장해서 저녁에 먹었다. 33,000원을 치뤘더니 2끼 + 4인분이 해결된 셈이다.


KakaoTalk_20250201_131256298_24.jpg 광주리 받침이 있고없고의 차이가 크다.
KakaoTalk_20250201_131256298_17.jpg 광주리밖의 반찬은 셀프코너에서 담은 반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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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이 컸다.


KakaoTalk_20250201_131256298_11.jpg 고등어조림은 먹을 배가 없었다.


KakaoTalk_20250201_131256298_09.jpg 포장한 고등어조림은 저녁 한끼가 되어주었다.



식당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손이 오그라든다. 리필하는 반찬도 돈이다. 그러나 손님은 그저 반찬이 몇푼이나 되냐고 서운해한다. 하지만 그런 재료비가 쌓여서 원가라는 항목이 된다. 결코 만만치 않은 재료비다. 그래서 일부러 맛없는 반찬을 만드는 집도 있고, 셀프코너에 반찬은 짜거나 싱겁게 만들어 여러번 담지 못하게 하는 식당도 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 새내기 온리원 식당은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건 컨설턴트로서다. 일반적인 손님들이야 대환영인 식당이다. 컨설턴트인 나로서는 이 식당을 보면서 오픈과 동시에 실탄 걱정을 해야 하는 빈자의 식당들에게 무슨 말을 해주어야 할까 난감한 마음에 속이 상했다. “이런 식당이 근방에 생기기 않기를 기도 하세요”가 지금은 전부다.


(이 식당을 홍보할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제가 컨설팅한 식당도 아닌데 그럴 이유는 없습니다. 앞으로도 제가 만든 식당을 홍보로 이용할 계획도 1도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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