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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차 맛집의 비밀

5가지가 남다른 노터치세차장

by 타짜의 클리닉

나는 눈이 나쁘다.

안경을 써도 0.8인데 그나마 한쪽은 실명이라 눈 하나로 세상을 봐야 해서 피로감이 빠른 편이다. 그래서 나는 깨끗함을 좋아하지만 광이 날 청도로 청결엔 유난을 떨지 않는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더러운 꼴은 보지 못하지만 손세차로 번쩍거리는 세차는 굳이다. 6만원이나 주고 차를 목욕시키는 일은 1년에 두세번이다. 주로 셀프세차장을 이용한다.



셀프세차장을 이용하는 부류는 둘이다.

하나는 정말 애지중지 차를 아껴서 제 손으로 차를 청소하는 쪽이다. 손세차 비용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더 꼼꼼하게 세차를 하기 위해 본인이 한다고 들었다. 다른 하나는 나와 같은 부류다. 더러운 건 싫고, 끔찍이 깨끗한 건 바라지 않는 사람들. 심지어 우리 부부는 물기도 닦지 않고 물만 뿌리는 셀프세차를 선호한다. 그래서 차를 목욕시키는데 3분이면 끝이다. 비용은 2천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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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노터치세차장을 알게 되었다.

셀프세차도 거품을 입히면 최소 7~8천원이 든다. 그런데 만원이면 차안에서 가만 있어도 해결이 되니, 적당한 청결을 바라는 우리에겐 정말 딱이었다. 그래서 새로 생긴 노터치세차장을 도장 깨듯 이용했는데 작년 추석에 생긴 집에서 가장 가까운 세차장으로 인해 더 이상 도장을 깰 필요가 없어졌다. 심지어 집 근처 노터치세차장 덕분에 세차 습관이 바뀌었다. 세차 후 물기도 닦지 않던 우리 부부가 어느새 외부 물기는 물론 내부까지 청소를 했다. 매번 발매트도 세척(손세차장이나 이용해서 하던)을 하고, 강력한 청소기를 사용해 트렁크까지 치워도 지출하는 비용은 겨우 12,000원이다.



20250201_081001.png 퍼펙트로도 충분하고 하부는 무료다.



최신식 기계와 넓은 시설인데도

오픈 초기 손님이 없던 그 세차장은 어느덧 세차 맛집이 되었다. 이제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 세차를 할 정도가 되었다. 그만한 대형 자동세차장을 창업한다면 엄청난 부자일 게 분명하지만 나는 매번 이 세차장의 서비스에 감탄을 한다.



첫째, 하부세차는 무료다.

다른 곳은 그걸 포함해 돈을 더 받거나, 따로 2천원 정도를 받지만 여긴 하부세차는 무료다. 노터치세차 만원에 하부까지 포함이니 일단 싸다. 둘째는 강력한 수압이다. 차 안에서 들어도 간담이 서늘할 정도로 강력한 수압으로 차의 때를 벗긴다. 묵은 때가 벗겨질 정도의 수압은 그간 다녀본 노터치세차장 중에서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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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Talk_20250131_163825739_05.jpg 곳곳에 수건을 쌓아두었다.


KakaoTalk_20250131_163825739_04.jpg 지난 가을엔 주인이 직접 시원한 캔음료를 2개씩 줬었다.


20250201_081132.png 에어건 이동에 차 상할까, 천으로 감았다.



첫째와 둘째는 기능적인 장점이다.

이 장점으로도 세차맛집이 되기에 충분하지만 컨설턴트인 내 눈에는 다른 것이 더 매력적이다. 셋째 이유가 넉넉한 수건 제공이다. 그것도 노랑과 흰색으로 구분해서 세차 후 물기를 마음껏 닦을 수 있게 놔두었다. 세장까지만,이라고 적어 두었는데 차의 물기를 닦는데는 2장도 충분하기에 3장을 상한선으로 둔 것이 야박한 게 아니라 인심으로 느껴진다. 넷째는 개수대안에 비치한 음료 냉장고다. 보리음료와 커피, 꿀물을 비치해두고 1캔씩 꺼내 드시라고 적어 두었다. 주인 입장에서 따지면 3~500원의 비용이고, 손님의 입장에선 1인당 2개쯤 꺼내도 모르니 만원짜리 세차를 한 손님은 천원을 이득 본 셈이다. 사소?하지만, 차에 기스가 날까 이동되는 대형 에어건을 두꺼운 천으로 감싼 소소한 배려도 눈치 빠른 손님에겐 감동이다.



KakaoTalk_20250131_155353765_02.jpg 어제도 기다린 후에 세차가 가능했다.


이런 배려를 눈치 챘는지

추석에 오픈해 한동안 한가하던 세차장은 이제는 여러대를 기다려야 하는 맛집이 되었다. 물론, 근방에 다른 서비스로 손님을 끄는 노터치세차장도 많다. 기계에 입고 되기 전에 특수 약품을 뿌려주는 곳도 있고, 세차 후 나오면 직원 둘이 차량의 물기를 휘리릭 닦아주는 곳도 있다. 그런데 나는 이곳의 배포가 가장 마음에 든다. 다섯가지의 남다름 외에도 마지막 한 방은, 10만원을 충전하면 125,000원을 사용할 수 있는 점이다. 25%를 덤으로 준 셈이다. 원래 자산가인 주인이 투자를 한 세차장이라 큰 욕심 없이 사업을 하는가 싶을 정도다.


KakaoTalk_20250131_155353765.jpg 고충전이 훨씬 이득이다.




내가 손대는 식당에서는

라면사리는 돈을 받지 않는다. 애초에 라면사리 가격을 포함해 가격을 매긴 후, 라면사리는 마음껏 먹도록 놔두라고 한다. 평균 그 값을 포함해 천원을 더 받지만, 손님은 3개를 먹어도 식당은 손해가 없다. 사리 원가는 300원쯤이라서다. 하지만 손님은 라면사리 3개니 3천원을 이득 봤다고 생각한다. 5개를 먹으면 5천원이나 먹어치운 셈이다. 하지만 실제 라면사리를 3개 이상 먹는 테이블은 열에 한둘이다. 나머지는 하나거나 두 개가 전부다. 손님입장에서는 하나만 먹어도 비싼게 아니다. 어딜 가나 라면사리 한 개는 천원이기 때문이다. 마치 세차장 맛집의 물기 제거 수건을 잔뜩 쌓아둠과 같은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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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밥도 천원으로 써두지만,

악착같이 받기 보다는 천원짜리 공기밥으로 손님의 맘을 흔들라고 조언한다. 세차장에서 제공하는 캔음료(보리,커피,꿀물)가 그런 점에서 공기밥 서비스다. 세차장이 고압세척기가 있는 장비를 사는 데는 큰돈이 든다. 식당도 좋은 입지와 예쁜 시설에는 큰돈이 든다. 그러나 넉넉한 수건 제공과 ‘물은 셀프에요’라는 세상에 공짜 캔음료라니, 거기에 차량 기스를 예방하는 천을 두른 에어건 배려가 맛집이 되는데 1번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손님은 마음에 흔들린다. 주인이 던지는 마음에 흠뻑 매료되기도 하고, 빈정이 상해 적이 되기도 한다. 그게 장사다. 돈으로 꾸미고 그걸 경쟁력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손님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 장사 내공이 쌓이질 못한다. 이곳에서 이 글의 의미가 깨달아질 때까지 세차를 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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