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쉬운 발명은 보태기다
거리의 수많은 아픈 식당을 고치고 치료?했다. 25년이 넘었고, 500개쯤이나 된다. 외람되고 건방질 듯 하지만 척 보면 착 안다. 그리고 별다른 수를 쓰지도 않는다. 이미 식당이 가졌던 장점을 조합하고 단점을 덜어내어 새것으로 바뀐 듯하게 만들어낸다. 콩나물찜으로 주던 아구찜에서 콩나물을 빼냈고, 야채뿐인 회덮밥에 회를 듬뿍 올렸을 뿐이다. 쟁반자장을 지글거리는 돌판에 올려 돌짜장을 만들었고, 1인분에 한 마리를 주던 코다리를 2마리로 바꿨을 뿐이다.
한번은 더 먹을 양이 남았다. 아내에게 설날이니 떡국으로 바꿔보자고 했다. 떡을 불려서 시금치된장국에 다시 끓이면 끝이다. 아들은 기겁?을 했지만, 나는 의심하지 않았다. 충분히 매력있는 떡국이 될거라 생각했고, 아내는 검색해보더니 “의외로 이렇게 많이 해먹나봐”라고 자신감을 가졌다.
뽀얀 사골국에 다진 소고기가 올라간 떡국이나 계란고명에 실파가 올려진 떡국은 살면서 숱하게 먹어봤다. 그래서 그 떡국은 식당에서 팔만한 상품성으로는 적당하지 않다. 메뉴판에 넣으면 어쩌다 팔리겠지만, 그것만 먹으로 오는 손님을 줄 세우기에는 어림도 없다.
그냥인 떡국과 시금치떡국은 궁금함에서 다르다. 하지만, 시금치에 대한 호불호가 문제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메뉴를 펼치면 훨씬 상품가치가 있는 떡국이 되어버린다. 시금치된장떡국이다. 이름을 그렇게 지으면 시금치(어렸을 때 그렇게 먹기 싫었던, 그래서 늘 뽀빠이가 필요했던)의 호불호를 희석시킬 수 있다. 시금치된장국은 살면서 많이 먹어봤기에 아는 음식인 탓이다.
훨씬 색다르게 먹었다. 충분히 이것만 팔아도 되겠다 싶었다. 재주가 없는 일반인이 식당을 차린다면 곰탕, 육개장을 만들어 파는 것보다 훨씬 수월한 시금치된장떡국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떡을 불리지 않고, 칼국수를 삶아서 다시 끓이면 시금치된장칼국수가 된다. 흔한 칼국수가 아니라 이색적인 칼국수가 탄생되는 것이다. 라면을 삶아 그걸 넣으면 시금치된장라면도 될 수 있다. 수제비 역시 마찬가지다. 시금치된장국 하나가 이렇게 다양한 메뉴를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그것도 경쟁력이 있는 상품성까지 갖춘 식당의 메뉴로 말이다.
비법 레시피로만 만들어야 하는 음식은 초보나 빈자의 창업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살아남으려면 비틀어야 한다. 비틀 때 가장 중요한 충분조건은 이미 흔할 것,이다. 흔하다는 건 대중적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문턱이 낮다. 대신 경쟁자도 빨갛다. 아주 시뻘걸 정도로 레드오션 시장이란 소리다. 하지만 이걸 비틀면 새로운 블루오션이 펼쳐진다. 새 판이 만들어지고, 거기에 첫 깃발을 꼽는 주인공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