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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가격과 압도적의 차이

논산의 강경해물칼국수 부여의 칼국수

by 타짜의 클리닉

논산과 부여에 줄 서는 칼국수집

유성에서 부여까지는 도로 선택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1시간 남짓 걸린다. 그에 반해 논산은 20분쯤 덜 걸린다. 지난 가을에 우연히 논산에서 칼국수 한 가지만 파는 집을 발견하고 찾아 갔는데, 어제는 부여에서 평일 3시까지 문 여는 칼국수집이 있어 다녀왔다. 논산이나 부여나 도시 인구로 치면 대도시에는 어림도 없다. 그런데 그렇게 작은 상권?에 있는 지역 식당에 손님들이 버글거리는 광경은 사실 흔하다. 지역 주민들이 인정한 맛집이라 서기도 하지만, 외지인들에게 궁금한 현지인 맛집이기 때문이다. 어제 부여는 외지인보다는 현지인들이 압도적으로 더 많았다. 먹다 일어나는 손님들은 옆 테이블과 인사하기 바빴다.



메뉴는 역시 심플했다.

해물칼국수와 해물수제비 그리고 수육이었다. 이색?적인 건 왕만두를 한 알 단위로 판다는 거였다. 물론, 좋은 전술이다. 한 접시보다는 한 알이 팔리기 좋다. 한 접시로 먹기엔 맛에도 걱정이고 배도 부를테니 말이다. 우리 부부는 수제비와 칼국수 중 선택이 갈렸지만, 수제비보다 안전한 칼국수를 선택했다. 메뉴판에는 2인이상이라고 써있을 뿐, 섞어서 주문 가능은 없었다. 하지만, 현지인들은 열에 아홉이 모두 섞어서 주문을 했다.




칼국수와 수제비를 파는 집들은

한 그릇으로 팔 때 요긴하다. 그러나 여기처럼 2인분 이상만 팔고, 냄비에 끓여내어 팔 때는 이런 구분은 손님에게 아쉬움이 더 크다. 그걸 해소하는 방안은 칼제비다. 칼제비로 팔면 자장면을 먹을까, 짬뽕을 먹을까의 고민에서 해방이다. 칼제비 1인분 만원. (칼국수만, 수제비만으로도 주문됩니다) 이렇게 메뉴판을 써두면 간단히 해결된다. 하지만, 식당에 색깔이 생긴다. 칼제비집이라는 틈새 시장을 갖게되는 것이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 수제비 만원, 칼국수 만원, 2인 이상 칼제비로도 주문됩니다.와 같지만 다르다. 전자는 칼제비집이고 후자는 수제비집이거나 칼국수집이 된다.



그게 뭐가 그렇게 중요한 문제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지금 당장 머릿속에 떠올려보자. 당신이 알고 있는 칼제비 전문점이 몇 개나 되는지. 이제 이해 되는가?



이걸 먹으러 간거였는데


9천원,에는 사실 훌륭했다.


굴칼국수를 먹기 위해서 간 거,였는데

식당안이 바빠서 덩달아 까먹었다. 메뉴판 하단에 붙은 겨울메뉴 현수막을 깜빡하고 해물칼국수 2인분을 시킨 거였다. 하지만 두 가지의 김치 맛은 충분히 느꼈고, 손반죽으로 직접 만든 칼국수면발의 맛은 왜 작은 도시 평범한 식당에 손님들이 줄을 서는지 이해하는데 충분했다. 며칠 내로 굴칼제비를 먹으로 가볼 생각이다.



부여의 해물칼국수를 보면서,

작년 가을에 먹었던 논산의 칼국수집이 떠올랐다. 여기는 단일 메뉴다. 온리 해물칼국수 한가지만 판다. 수육도 없고 만두도 없다. 오직 그거뿐이다. 가격도 비싸다. 가을에 12,000원에 먹었는데 12월 블로그를 보니 13,000원으로 올랐다. 하지만, 여전히 손님들은 한참을 기다려야 먹을 것이다. 그만큼 그 집은 압도적,이었다. 주황색 바가지를 주는데 2인분에 3개씩이다. 홍합을 비롯한 껍질을 건져내려면 그만한 바가지가 필요해서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더 오래된 소문의 식당이어서인지 논산은 외지인들이 더 많았고, 어제 부여는 현지인들이 훨씬 더 였다. 압도적이 주는 힘은 그런 법이다. 멀리서도 궁금해 찾게끔 하는 힘이다. 그게 진짜 장사다. 현지인 맛집도 소중한 열매지만, 외지인들이 궁금해 찾는 현지인 맛집이 되어야 건물을 올린다. 칼국수 하나 팔아서 시골?에서 건물주가 되는 건 흔한 일이다. 도시 사람들을 시골로 불러들여 수익을 창출하는 건 어딜 가나 쉽게 보는 풍경이다. 도시 안에서 도시 사람들에게 팔려고 빨간 경쟁으로 가격을 할인하는 자영업자들에게는 새로운 세상이지만, 가끔 콧바람을 쐬면서 외식을 즐기는 손님들은 이미 다 아는 세상이다.





조개껍질을 담는 바가지다. 기억에 남는다.


논산은 비싸지만 압도적으로 한가지로 팔아서 멋지고,

부여는 착한 가격에 가격 이상의 인심을 담아 평일 3시까지만 판다는 게 참 멋졌다. 그런데 왜 그런 멋짐이 도시에서는 결정이 힘든지 아쉽다. 여러 가지 메뉴를 밤 10시까지 팔면서 고생중을 선택하는 모습이 안쓰럽다. 그만큼 경쟁이 심해서라는 걸 이제라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기에 살려면 다르게 팔아야 한다는 것을 이제라도 결정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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