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공주에 새로운 4번타자

내 픽은 남천내집

by 타짜의 클리닉

모미가,가 가고, 남천내집이 왔다.

마을이 작아서인지 마을회관도 작았다. 그 옆에 식당을 차렸다. 그래서 주차는 가게앞에는 겨우 3대지만, 옆 마을회관 공터를 이용하면 열대쯤 댈 수 있는 자리다. 가게 앞에 실개천도 흘렀고, 시골이라서 사방이 나무에 꽃은 있었다. 다행이랄까 가게 가까이에 대전에서 최고로 바쁜 식당이 하나 있긴 했다. 넓은 주차장만 3칸을 쓰고도 모자랄 정도로 손님이 많은 식당이 있었다. 바쁜 식당의 그 손님을 주워 먹자고 차린 식당은 아니었다. 매운탕칼국수(수제비)를 파는 그 집하고 전혀 상관없는 메뉴인 고추장불고기를 팔았다. 테이블이 30개인 칼국수 식당에 비해 소박한 테이블 10개짜리 작은 가게였다. 대신 주방쪽을 제외한 3면을 통유리로 만들었다. 당연히 벽이 있어야 할 면에 창을 넣어서 개방감을 시원하게 만들었다. 가게 어느 쪽에 앉아도 바깥 풍경이 보여서 밥먹는 즐거움이 있는 가게로 만들었다.



KakaoTalk_20241016_155018532_04.jpg
KakaoTalk_20241016_155018532_20.jpg
통창이 최고의 인테리어다.


메뉴는 딱 한가지 뿐이다.

고추장불고기. 주방에서 다 구워서 내주는 고기다. 삼겹살 2줄이 1인분이다. 공기밥과 청국장을 포함해 5가지의 정갈한 반찬이다. 여기까지 읽으면 흔하디 흔한 식당이지 싶다. 아니다. 이 식당은 쌈을 차별화했다. 쌈밥집이 아니었지만, 8가지의 쌈채소를 수북하게 쇼케이스에 담아 마음껏 먹게 했다. 오이 5개에 만원이 넘는 요즘에 오이무침을 반찬으로 내놓았다. 물론, 그것도 셀프바에서 추가로 퍼와도 눈치가 없다. 고기집에서도 상추를 세어서 준다는 요즘에 수북한 쌈채소를 8가지나 먹을 수 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1인분에 14,000원인 밥상에 8가지의 쌈채소를 3번이나 리필했다. 미안한 마음에 고기 1인분(12,000원)을 추가했더니, 고기만 1인분은 삼겹살이 3줄이었다. 양심적인 계산에 고마워 유일한 사이드 식사메뉴인 열무국수를 시켰다. 5천원이라길래 맛보기인줄 알았는데 곱빼기만큼의 양을 내줬다.



KakaoTalk_20241016_155018532_05.jpg 메뉴는 오직 고추장불고기 하나다.


컨설팅을 받은 식당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아니, 컨설팅을 업으로 하는 나조차 배워야 할 식당처럼 여겨졌다. 테이블은 10개였는데 좁지 않았다. 2줄은 가로로 놓았고, 2줄은 세로로 배치해서 안정감도 있는게 썩 마음에 들었다. 테이블에 돌판을 올려서 주문과 동시에 돌판을 데우더니, 주방에서 100% 구워진 고기를 환경호르몬이 나오는 은박지가 아닌 유산지?에 올려내는 센스도 하루이틀 장사를 한 솜씨가 아니었다. 청국장은 특별한 재료가 들지 않아서 더 좋았다. 단순한 재료로 청국장다운 맛을 내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주인의 솜씨에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


KakaoTalk_20241016_155018532_22.jpg 쌈채소냉장고는 통이 커도 쉬운 결정이 아니다.



상호는 “남천내집”이다.

주인이 경주에서 살던 마을 이름을 가져온 것이라고 했다. 간판에 상호는 작게, 유일한 메뉴인 고추장불고기 6글자를 멀리서도 보여지게 크게 붙인 것도 일반인의 감각은 아니었다. 게다가 마지막으로 끌림은 하루 4시간 장사였다. 평일은 3시에 문을 닫는다. 주말은 8시지만 평일은 11시부터 2시반이 끝주문이다. 하루 4시간만 먹을 수 있는 귀한 고추장불고기로 스스로를 격상시켰다. 대단한 결정이었다.


KakaoTalk_20241016_155018532.jpg 길에서는 보이지도 않지만, 오픈런을 해야 한다.



습관적으로 하루에 1회이상 외식을 한다.

배를 채우기 위한 외식이 아니라, 장사공부를 위한 외식이다. 그래서 아무리 게을러도 1년에 200군데가 넘는 식당을 다닌다. 그 많은 식당을 다니면서 주인에게 먼저 말을 거는 경우는 한손가락도 되지 않는다. 내성적인 성격도 탓이지만, 괜한 아는 척에 컨설팅영업?이라는 오해가 싫은 것도 이유다. 그래서 여간해서는 먼저 식당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올 봄 도룡동에 쭈꾸미를 파는 집에서 계산을 하다가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여기 쭈꾸미 정말 맛있어요. 짱이에요”라고 해봤다. 그리고 어제 “여기 언제 오픈했나요?” “상호를 몰라서 고추장불고기로만 검색해서 나오지 않아 찾아오는데 애 먹었어요” 이렇게 먼저 말을 걸었다. 그만큼 마음에 든다는 뜻이다.



20250126_125327.png 제일 쎈 카드는 평일 3시까지만, 영업이다.



공주시 반포면에 애정하던 김치찌개집

“모미가”가 사라져 아주 서운했는데, “남천내집”이라는 보물을 발견했다. 도시의 번화가에서 아등바등 싸우는 식당들에게 고즈넉한 풍경속에서 나혼자 달려 1등한다는 게 뭔지를 보여주는 식당. 내가 추구하는 식당의 본이 바로 이거다. 하루종일,이 아니라 긴 점심을 팔면서 하루치를 장사해내는 식당. 여러메뉴가 아니라 그건 여기가 최고라고 인정받아 손님 스스로 멀리서도 찾게 되는 그런 식당. 시골이라고 싸게 팔지 않고 당당히 받을만큼 달라는 식당. 무엇을 시비로 섞어도 최고임에 분명하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빈자들의 액자 노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