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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술과 비싼 술을 팔아라

술은 주인이 만들지 않는다. 보관만 할 뿐이다.

by 타짜의 클리닉

대한민국 식당에 가면 소주와 맥주뿐이다.

복분자와 매취순 그리고 산사춘 정도도 가끔 볼 수 있지만, 있어봐야 그쯤이 전부다. 한국사람처럼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없을텐데 식당들은 별 생각이 없다. 음주를 조장하는 건 아니다. 그건 선택의 문제일 뿐이다. 마트에 가면 셀수도 없이 다양한 술들이 이미 지천으로 팔리고 있다.



잔술을 팔면 좋다.

잔술을 팔아서 남는 이익이 좋다는 뜻이 아니라, 손님의 기분이 반주로 나아진다는 말이다. 소주를 잔술로 팔아도 괜찮다. 딱 한잔만, 하고픈 손님은 의외로 많다. 이미 막걸리나 동동주는 잔술로 팔고 있다. 맥주는 잔술이 어려울까? 생맥주라면 가능하다. 500cc는 양이 많으니 300cc 잔으로 팔면 된다. 그 외에도 잔술은 다양하다. 와인 한잔도 좋고, 위스키 한잔도 좋다.



근사한 분위기라야 와인한잔, 위스키한잔이

어울린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상식은 대체로 고정관념이다. 혹은, 편견일 때도 있다. 물론, 분위기로 조합되지 않으니 많이 팔리지 않을 게 분명할 수 있다. 그럼 소주하이볼을 만들어 잔술로 파는 건 어떨까? 와인과 위스키는 도저히 자신이 없다면 소주하이볼 한잔 2천원에 팔아보는 거다. 다시 말하지만 2천원을 더 팔자는 게 목적이 아니다. 거기서 남는 게 천원이라는 사실도 중요하지 않다. 내 가게가 갖는 특색,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그 작은 틈이 차별화가 되어지는 것이다. 탁주 한잔 1,500원 / 소주하이볼 2천원(샷추가 천원) / 담근주 한잔 2,000원도 좋다.



그러나 진짜는 이제부터다.

잔술은 술이 강하지 않은 음식을 파는 식당에 한해서다. 술을 팔아야 하는 식당이라면 이제 메뉴판에 소주, 맥주만은 버려야 한다. 소주 대신에 일품진로를 놓고, 화요도 놓아야 한다. 연태고량도 괜찮다. 작은 공부가주도 딱이다. 그런 술을 팔아야 한다. 소주를 4병 마시면 2만원이다. 둘이서 소주 4병을 테이블에 쌓으면 술꾼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화요 2병이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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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는 사입가격이 2천원이 안된다.

화요는 사입가격이 만원이 넘는다. 그래서 화요는 한병에 25,000원을 어디나 받는다. 문제는 팔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식당으로서는 마땅히 받아야 하는 가격이지만, 손님은 술 한병을 25,000원에 마시려니 아까운 거다. 서로의 이해충돌이다. 그런데 지갑의 주인은 손님이다. 손님이 열지 않으면 그만이다.


소주 4병을 팔아서 얻는 이익은

13,000원쯤이라고 치자. 그런데 소주를 4병씩 마시는 테이블은 흔치 않다. 잘해야 소주 2병쯤이 팔리고, 그걸 팔면 6천얼마가 남는다. 그렇다면 화요 2병을 팔아 6천얼마가 남아도 사실은 문제될 건 없다. 모든 식당이 화요를 25,000원에 팔 때 30,000원을 받는 거다. 대신 2병을 준다. 결국 1병에 15,000원이다. 그런데 1병 가격으로 15,000원은 문제가 생긴다. 25,000원에 파는 식당들에게서 화살을 맞아야 한다. 오히려 가격을 3만원으로 받아내면 화요를 파는 옆집들이 뭐라고 할 말이 없다. 그 가격에 1+1병을 주는 건 이제 본인의 결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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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를 팔면 3만원의 매출이 오른다.

음식 3만원을 파는 수고보다 쉽다. 음식과 포함하면 5~6만원이 수월하다. 전체적으로 매출의 볼륨이 커진다. 무엇보다 손님들이 내 식당을 찾는 이유가 비싼 술을 저렴하게 마시기 좋은 집이라서,라는 특징이 더 생긴다. 그래서 술은 다양하게 구비하는 것이 좋다. 현재는 10가지를 정하고 그것 위주로 냉장고를 채우는데, 주인이 성의가 있다면 더 특색있는 술을 구비하면 훨씬 더 좋을 것이다.



손님의 입장에서도 나쁠 것이 없다.

오로지 소주만 마시는 사람이라면 소주를 마시면 그만이다. 그 술도 준비되어 있으니 그걸 마시면 된다. 하지만, 좋은 시간을 증폭시키기 위함이거나, 한턱 제대로 쏘고 싶은 그런 날 도움이 된다. 하다못해 아내가 술꾼이 남편 건강을 생각해서 희석식 소주 4병을 마시지 말고, 증류주로 2병 마시라고 할 수도 있는 일이다. 소주 4병값인 2만원으로도 남다르게 마실 수 있는 술의 종류는 다양하다. 쎈300이라는 일본 사케는 원가가 3,600원이고 보통 만원에 팔고 있다. 12,000원에 2병을 준다고 정하면 손님은 횡재고, 식당도 고맙다. 순한 사케에 양이 적어서 4병은 순식간이라서다. 손님은 4만원에 먹을 사케를 24,000원에 마셨으니 26,000원을 이득봤다고 생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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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필자의 예상대로

모든 손님이 계산해주는 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그건 그 식당이 팔려고 만든 그 어떤 음식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좋아할 게 분명해서 파는 음식은 없기 때문이다. 팔릴거 같아서 만들었다. 마찬가지다. 이 비싼 술 컨셉도 팔릴 거 같기에, 좋아할 거 같아서 하는 컨셉이다.


당장의 효과가 없어도 그만이다.

결정적인 계기가 터지기 전까지 끈기있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차피 술은 썩지 않는다. 아무리 나가지 않아도 언젠가는 팔릴 것이다. 정히 안 팔리면 주인이 많이 먹는 손님에게 인심으로 써도 되고, 주인이 지인들과 마셔도 그만이다. 오로지 소주와 맥주 5천원뿐인 식당보다는 훨씬 술냉장고가 든든해진다. 뭐든 긍정으로 하는 사람의 몫이다. 부정이 습관인 사람은 등을 떠밀어도 행복의 열쇠를 건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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