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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는 술을 팔아야 한다

밥집은 고생만 하고, 액자노릇만 할 뿐이다

by 타짜의 클리닉

4장. 밥보다는 술


밥보다는 술이다. 이견은 있을 수 없다. 저녁 장사를 해야 한다. 5천쯤을 들인 5개 테이블이 전부인 식당이 살 길은 그거다. 물론, 대단한 음식솜씨를 가졌다면 예외다. 누구나 감탄사를 날릴 비장의 음식을 만들 줄 안다면 그걸 팔면 된다. 하지만, 그렇다라도 저녁이 낫다. 점심에 밥을 많이 팔아본들이다. 테이블이 5개라서다. 점심가격엔 상한선이 있어서다. 물론, 밥을 먹이는 것이 즐거움이고, 5개 테이블에 뭔 욕심이냐면서 점심 밥을 파는 건 자유다.


이유는 단순하다. 점심은 지갑에 한도가 있다. 점심은 이제 만원이 평균이다. 그 정도를 넘는 외식이 되려면 여러 가지 조건이 따라야 한다. 접근성이 좋고 규모도 커야 하고, 인테리어도 괜찮아야 한다. 5천쯤으로 창업한 작은 식당이 그걸 가질 리 없다. 손님을 음식 맛 하나로 당겨야 하는데, 먹는 손님 입장에서도 맛을 보태는 여러 가지 부가조건이 있기에 말처럼 쉽지 않다.


저녁은 점심의 한도에 비해 크다. 최소 2~3만원은 생각하고 술이 맛있다 싶으면 5만원 이상도 얼마든지 쓸 태세는 누구나다. 게다가 저녁의 술자리는 꼭 인테리어가 근사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접근성이 좋거나 주차장이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허름한 인테리어는 어릴적 아지트 느낌 같은 추억이라 좋고, 규모가 작으면 우리끼리만 아는 사랑방 같아서 좋다.


이런 단순한 이유를 굳이 깨부술 필요는 없다. 수긍하고 따르면 된다. 작고 허름한 가게에서 낮에 밥을 팔아서 손님을 줄 세우겠다는 의지는 노트에나 적자. 소설로 생각하면 인생이 고달프지 않을 것이다. 저녁에, 술안주가 되는 음식을 팔겠다는 계획이어야 한다.


그래야 팔 것이 많아진다. 선택지가 다양해진다는 뜻이다. 고기를 팔 수도 있고, 볶음을 팔 수도 있다. 솜씨가 좋다면 심야식당처럼도 좋고, 음식은 아예 할 줄 모른다면 가맥 스타일도 괜찮다. 그 모두의 교집합은 술이다. 술이 있기에 그 모든 변수를 풀어나갈 수 있다.


누군가는 술안주를 중히 여기기도 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조용한 분위기, 색다른 분위기, 추억의 분위기면 되는 사람도 있다. 거기에 테이블 5개라서, 작아서, 주인과 인맥도 쌓을 수 있는 곳이라면 늙어가면서 점점 각박해지는 일상에서 좋은 단골집이 될 수 있기에 손님은 그곳을 매력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제 5장부터 어떤 메뉴를 선택하면 좋은지, 가격대는 어떻게 설정하면 좋은지 풀어 설명하겠다. 25년의 경험을 토대로 뽑자면 오마카세, 닭갈비, 수입고기, 돼지 주물럭, 가맥, 이 5가지가 대표적으로 테이블 5개로 팔기에 좋으니 하나하나 풀어 설명하겠다. 심지어 가격대까지 어때야 하는지 콕 짚는다.




밥은 상한선이 있고, 술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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