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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게 쓰는 천만원

오픈 전 마지막 투자 팁들

by 타짜의 클리닉

3장. 맛있는 마지막 천만원 쓰기


소품으로 인테리어도 다 끝냈다면, 이제 그릇이다. 정답을 먼저 말하자면 그릇은 시리즈가 아니어야 한다. 제각각이어야 한다. 크기는 들쭉날쭉이 좋고, 색상도 다양할수록 좋다. 가장 나쁜 그릇이 흰색에 통일된 사이즈다. 그래선 안된다. 먹는 재미가 없다. 눈으로 보는 재미가 없다.



그릇은 깨져야 한다. 그래야 바꾼다. 바꾸지 않는 게 미덕이 아니다. 그릇이 변해야 자주 오는 손님들도 질림 없이 먹을 수 있다. 그래서 그릇은 다이소에서 사는 게 좋다. 혹은, 여주나 이천의 도자기 아울렛에서 사는 게 좋다. 대신 단종된 그릇을 사야 한다. 그래야 싸다. 떨이로 듬뿍 구할 수 있다.



음식도 배워야 한다. 유투브에는 대단한 맛집 기술이 넘친다. 그걸 공짜로 배울 수 있고, 필요하면 돈을 지불하고 조금 더 나은 레시피를 얻을 수도 있다. 식당음식이 어려운 것이 대용량이다. 하지만, 테이블 5개인 식당에서는 그조차 필요치 않다. 2인분으로 5개, 3인분으로 5개쯤만 만들면 된다. 그 정도는 집안 잔치(집들이)에서 해 먹던 양이다. 능히 해낼 수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식당이 돌아가는 시스템이다. 손님을 받기 전에 주방에서 해야 할 일, 재료를 소분하는 요령, 팔다 남은 재료를 보관하는 팁 같은 것을 배워야 한다. 그건 메뉴가 같지 않아도 상관없다. 같은 메뉴라면 좋겠지만, 다른 메뉴여야 단골집에 빌 붙기 좋다. 주인과 눈인사나 말인사를 나누는 식당이 몇 개쯤은 있을 것이다. 만일 없다면 지금부터라도 그런 식당을 만들어두자. 서너달 집중적으로 다니면서 은근히 친해지는 건 해볼만한 수작이다.



가게를 구하고 잔금을 치루기 전에 단골 식당에 찾아가 사정을 설명하고, 값을 치룰테니 식당에서 며칠만 구경을 하자고 부탁한다. 레시피나 기술을 알려달라는 것이 아니라, 그저 식당이 오픈부터 마감까지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를 볼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이다. 100만원 정도면 구경하는 정도는 허락할 것이다. 그 값을 아끼거나, 그 시간을 단축하겠다는 욕심은 오판이다. 식당은 할 일도 많고, 정리해야 할 것들도 수십가지다. 일주일을 투자하는 건 아주 큰 준비다.



메뉴판을 멋지게 만드는 것도 필수조건이다. 예쁜 음식 사진이 있는 메뉴판이 아니다. 주인 대신에 음식을 설명하고 기대하게 만드는 그런 메뉴판을 만들어야 한다. 손님을 멈추게 하는 배너도 그래야 하고,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가게를 설명하고 궁금케 만드는 현수막이나 포스터에도 아끼지 말고 돈을 써야 한다. 그 값으로 2~300이 들어도 그건 해야 한다. 매력 있는 메뉴판과 현수막 한 장을 만들기 위해 컨설팅이라도 받는 게 낫다. 주인 대신에 일해주는 식당 컨셉에 돈을 아끼는 건 바보다. 그 작은 차이가 차별화를 만들고, 뒷골목까지 찾아오게 만드는 무기가 된다.




KakaoTalk_20250302_135629557_15.jpg 메뉴판은 가게를 설명하는 최고의 홍보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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