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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창업? 재취업(주방)이 먼저다.

by 타짜의 클리닉


거듭 말하지만, 경비일을 해서 200을 벌고, 택배로는 300 이상을 벌 수도 있다. 경비일은 남이 내 명줄을 쥐고 있다. 택배일은 내 몸이 버텨야 해낼 수 있다. 경비는 감정노동에 최악이고, 택배 역시 감정노동에 육체까지 소지하는 참 어려운 일이다. 그보다 덜 감정노동을 겪고, 그보다 육체적으로 덜 힘들고, 게다가 3년 5년 후 나만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걸 만일 알고 있다면 당신은 어떡할 것인가? 경비일 3년 후에 경비회사를 차릴 수도 있고, 택배일 5년에 택배대리점을 물론 차릴 수도 있지만 그보다 더 멋진 3년 후, 5년 후가 있다는 것을 안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식당컨설팅이라는 직업을 가진지 20년이 넘었다. 그런데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알아도, 연명하는 골목식당들에게 백종원이 하는 일을 실제로 해주는 컨설턴트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처럼, 식당을 차리면 망하는 것만 알지, 오십에 식당으로 인생을 역전하는 현실은 아마도 몰랐을 것이다. 화려한 시설에 큰 식당, 점심 저녁 내내 긴 줄을 세우는 식당은 대대로 내려오는 가업이거나, 돈이 많은 부자들이 차린 식당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 식당이 나이 오십에 차려 이제 막 5년만에 10년만에 일군 결과라는 것은 어쩌면 단 한번도 생각지 않았을지 모른다.



물론, 이 책을 통해 그런 식당에 도전하라는 말은 아니다. 경비일, 택배일을 선택해야 하는 나이 오십이라면 식당에 눈을 돌려서 내가 주인이 되고, 내가 일한만큼 벌어가면서 나이 60에, 70에도 남이 내 명줄을 쥐지 않는 직업을 가지라는 뜻이다.



식당은 젊은이들이라야 활기차게 일하고, 한식조리사가 있어야 능력껏 일하고, 여자들이어야 써주는 곳이라고 생각들 한다. 일견 맞는 말이지만, 그 말도 전혀 틀리진 않지만, 상당수의 식당들은 듬직한 중년의 남자직원을 구하려고 한다. 특히 주인이 남자일 때는 틀림없다. 자신과 살아온 인생도 비슷하고, 대화도 통하고, 나중에 서로 위로도 할 수 있는 남자를 구하려는 마음이 있다. 여자는 안된다. 불륜으로 번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아내가 있을 땐 더더욱 능력있는 오십의 여자에게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 여자가 아내의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이상할 게 없다.



오십의 남자가 홀에서 일하는 것은 어렵다. 주인도 아닌데 홀에서 일을 하는 건 주인도 원치 않는다. 주인은 남자가 주방에서 무거운 일, 기피하는 일 그러나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을 담당해 주기를 원한다. 대체로 오십의 남자는 음식을 모른다. 해본 적 조차 없다. 그래서 할 수 잇는 일이라야 재료 준비일과 설거지가 전부다. 그런데 그 일이 식당에선 아주 중요한 과정이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아무나 할 사람이 없다. 기술과 경험이 없어도 되는 일이지만, 그래서 누구도 하려하지 않는다.


바로 그곳이 당신이 공략할 지점이다. 주방에 허드렛일을 하겠다고 취업을 청하자. 그 경쟁률은 의외로 낮다. 당신의 눈빛이 선하고, 당신의 체격과 체력이 허술하지 않다면 당장 내일부터 나오라는 말을 듣게 될 것이다. 게다가 급여도 적지 않다. 설거지만 해도 250쯤은 최저시급으로 가능하다. 경비로 250이면 적지 않은 일이다. 아파트 주민의 종 노릇을 해가며 250인데, 식당에서 설거지로 250이면 천국이다. 택배 상하차 분류에 열시간 넘게 차를 운전해가면서 끼니를 건너뛰고 엘리베이터가 없으면 등짐을 지고 이어서 배달하고 받는 3~400과 비해도 천국이다. 그런데 식당엔 일할 사람이 없어 난리다.


물론, 이미 주방에 여자분들이 자리를 잡은 곳에선 오십의 남자 설거지를 꺼릴 수 있다. 남자 주인이 주방에 와서 거드는 것도 스칠까 닿을까봐 질색인 여자들이 분명 있다. 그래서 막상 필자의 말과 다르게 주방일자리가 쉽지 않을 수 있지만, 200만원 경비일에도 경쟁이 치열하다. 그 치열함을 생각해서, 주방에 오십의 남자를 구하는 곳은 반드시 있으니 그 수고에 지칠 필요는 없다. 그렇게 무엇보다 우선, 식당 주방에 취업을 해야 하는 게 순서다. 그래야 3년 후, 5년 후에 내 인생이 바뀔 수 있음을 확신해도 좋다.



KakaoTalk_20250523_140425462_03.jpg 주방은 아무리 커도 5~6평이다. 그곳에서 하루종일을 견딜 수 있는 근육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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