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이 있어야 작은 가게는 살아남는다
꼭 들리는 곳이 근처에 괜찮은? 카페다. 1년에 300번쯤의 외식을 하니 카페도 얼추 200번은 넘게 가는 편이다. 일단은 주차가 좋아야 하고, 풍경이 있는 카페가 1순위 다음이 특색이다. 그러나 대게는 1번 뿐이다. 카페치고 특색이 있는 곳을 흔하게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카페는 특색이 거의 없다. 있다고 쳐봐야 소금빵 어쩌고 정도에 브런치카페라면 맛이 어떠니 저떠니가 전부다. 그게 아니라면 특색은 인테리어에 기반할 뿐이다. 하지만, 특색있는 인테리어는 인증샷을 찍고 나면 더 이상 별볼일 없다.
국도지만 고속도로에 준하는 길이 있어 초보 운전자인 나에게 좋은 길이다. 반면에 옥천은 대전 도심을 질러가야 하는 길을 선택하면 도로운전 연수처럼 쫄깃하고 재밌는 길이다. 옆에서 아내가 깜짝깜짝 놀랄 때마다의 즐거움이란 하하. 조수석에 앉아 그간의 묵은 잔소리를 쏟아내는 아내의 훈수도 때론 신난다. 운전으로는 10년 무사고 선배니 찍소리도 못하는 내 모습도 재밌다.
옥천 관광지내의 카페, 부소담악 가는 길에 카페, 옥천 어느 시골마을의 작은 가게였다. 셋 다 같았다. 특별한 게 없었다. 거기서 거기인 커피 솜씨로 승부할 뿐이었다. 있다면 가격차이뿐, 있다면 규모차이뿐인 카페들이었다. 나라면 그렇게 팔지 않을 거 같았다. 그래서 한겨울이지만도 직원이 너댓명이 있어야 할 정도로 바쁘게 할 거 같았다.
6,500원이었다. 찻잔 안에 담긴 대추 조각을 바라보니 나도 모르게 “대추 비빔밥을 만들어도 이것보단 많이 넣겠다”라고 튀어나왔다. 그만큼 부실하고 씁쓸했다. 물론, 커피 5,000원도 사실은 억울한 가격이다. 1,500원짜리 빽다방과 뭐가 다른지 사실 차이를 모르지만, 풍경 값으로 인테리어 값으로 우리는 지불하고 만다. 그런데 그게 문제다. 여간한 풍경이 아니고서는, 여간한 규모에 인테리어가 아니고서는 이제 거의의 카페들은 경쟁력 자체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가격을 내려본들이다. 이미 도시의 번화가에는 2천원도 안되는 커피집들이 수두룩하고, 편의점 커피도 천원이라는 가격을 감안하면 못먹을 맛은 아니다. 그렇게 경쟁도 못하고 사그러지는 카페들은 지금도 쌓이는 중이다. 이건 마치 예전의 PC방과 같다. PC방 전성기에는 규모가 이겼다. 컴퓨터가 20대인 곳과 50대가 생기면 손님을 잃었고, 50대는 100대가 생기면 20대와 같은 전철을 밟았다. 100대도 200대인 경쟁자가 생기면 그때부터 시간당 가격을 500원을 어쩔 수 없이 붙여야 했던 것처럼 카페는 이제 규모가 절대적이 되었다.
5,000원을 받는 걸 당연시 여긴 결과다. 그래선 안된다. 그럼 가격을 2,000원으로 내리면 될까? 역시 그도 통하지 않는다. 그보다 싼 커피집들이 거리엔 즐비하다. 마음을 팔아야 한다. 커피 가격을 내릴 이유 없다. 5천원을 받아도 된다. 다행스럽게도 사람들 머릿속에는 커피 한잔 가격으로 그정도는 쓸 수 있다는 경험치가 쌓였으니 가격을 애써 내릴 필요는 없다.
여기에 대입하면 된다. 커피를 시켰는데 밥때라고 라면을 끓여주고, 비빔밥을 내줄 수도 있다. 중고 오븐기를 50만원 주고 사서, 피자를 구워서 내줄 수도 있다. 주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때꺼리를 줄 건 즐비하다. 5천원 받던 커피를 손님이 없다고 2천원 받아본들이지만, 2천원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3천원(손님 둘이면 6천원, 셋이면 9천원)으로 솜씨를 부리면, 손님들은 환장할는지 모른다. 그런 카페가 있다면, 그런 소문이 자신에게까지 들린다면 찾아가는 게 사람들 심리다. 커피 한잔에 2천원은 이슈가 되지 못하지만, 커피를 시켰는데 라면을 끓여주는 카페는 이슈가 될 수 있다. 게다가 그 라면에 뭔가가 다름이 있다면 폭발력은 더 쎄질 것이다. 커피의 기술을 더 연마하기 보다는 라면을 잘 끓이는 비법에 도전한다면 그 카페는 더 매력적일 것이다. 대회에서 1등한 바리스타의 커피맛을 일반인들은 구분할 수 없으니 차라리 그게 더 나은 노력이다.
살고싶다는 마음만 가질 뿐 몸은 편하고 싶고, 손님도 줄지 않으면서 이익은 이익대로 다 보고 싶으니 답이 없을 뿐이다. 카페에서 커피와 브런치용 음식을 파는 건 당연하다. 당연하다는 것은 튈 소지가 없다는 뜻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반대로 팔아야 한다. 그게 영화의 반전이다. 반전일수록 관객은 입소문을 낸다. N차 관람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게 바로 반전이 주는 힘이다. 카페도 그래야 한다. 커피만 잘 만든다고 카페를 차리겠다는 건 참 아둔한 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