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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의 다찌카세

작아서 더 매력적이다

by 타짜의 클리닉

상호 자체가 다찌**,이었다.

네이버는 일식집으로, 카카오에선 호프집으로 표시가 되었다. 오마카세로 파는 술집이라는 소개는 같았다. 정확히는 다찌카세다. 1인당 35,000원. 식사를 포함해 5~6가지를 내준다고 했다. 만원이 싼 메뉴도 있었다. 맡김안주라는 이름으로 25,000원이었다. 일식선술집에 어울리게 사케부터 일본 소주며 한국 고급술도 다양했다. 우리 5명은 뭐가 나올까 기대하는 즐거움을 가지면서 술잔을 기울였다. 화요 3병에 산토리생맥주며 하이볼을 여러잔 마셨다. 총금액은 30 얼마가 나왔다. 작은 술집에서 보기 드문 매출일까? 아니다. 아무 때고 그 정도는 쓸 수 있는 손님들이 매일 있을 것이다. 그게 핵심이다. 밥집보다 술집, 그것도 작은 가게라면 말이다.


자본이 적은 사람은

밥집보다 술집을 하는 게 낫다. 자본이 적으니 가게 자체를 작은 걸 얻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작은 식당에서 밥을 팔아본들 매출은 뻔하다. 그리고 식당이 작기 때문에 비싼 밥을 파는 건 과욕이다. 손님은 작은 식당에서 비싼 밥값을 쓰려는 맘이 애초에 없다. 하지만, 작은 술집에서는 다르다. 술값으로는 밥값의 몇배여도 기꺼이 지갑을 연다. 술 마시는 분위기로 따져도 작을수록 매력이 있다. 대형 호프집보다 아기자기한 공간에서 마시는 멋스러운 분위기는 규모가 작을 때 더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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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로는 엄격하게 기대하지만, 술안주로는 관대하다.


15평짜리 식당에서는

6개쯤의 테이블에서 만원 안팎의 밥을 팔 수 있지만, 15평짜리 술집에서는 테이블당 7~8만원을 팔아낼 수 있다. 게다가 점심은 열지 않아도 되니, 체력적으로도 유리하다. 저녁 장사만 열어도 작은 밥집의 서너배 매출을 올릴 수 있다. 게다가 술집은 인테리어가 꼭 세련되지 않아도 맛이 있다. 가장 맛있는 술안주는 바로 앞사람이기 때문이다. 밥도 그렇지만, 술을 적과 마시는 사람은 없다. 불편한 사람과는 술은 마시지 않는다. 절대다.


술집은 사람 왕래가 많은 앞길이

더 좋은 법도 아니다. 술 마시는 모습을 동네사람 모두에게 자랑하고픈 사람은 없다. 그래서 술집은 뒷골목도 좋다. 나만 아는 아지트 느낌이라서 외져도 술집은 소문을 내기에 좋다. 그래서 술집은 소자본일수록 도전하기 좋은 업종이다. 하지만, 대체로 술집보다는 밥집을 하고파 하는 이유는 오래된 편견 탓이다. 물장사 술장사는 인생 바닥이나 한다는 편견 말이다.



20250205_151624.png 작아서 좋은 건, 주인과 손님이 친해진다는 거다.


오마카세라는 거창한 단어는 사실,

우리나라 대포집에서 이미 봤던 그림이다. 내가 대학생이던 35년 전에는 대포집이 흔했고 “아무거나 주세요”가 제일 많은 주문이었다. 포장마차의 안주들도 사실 아무거나, 그쯤에 속한다. 꼼장어를 가지고 구이만 하는 건 아니었다. 그날 주인장의 컨디션에 따라, 손님과의 친분 정도에 따라 꼼장어는 별별 요리안주가 되었었다.



나는 온리원 식당을

오래전부터 주장한 사람이지만, 술집이라면 다르다. 술집은 온리원일 필요 없다. 매일 바뀌는 안주, 주인도 내일은 뭘 내줄지 모르는 그런 음식이 끌리는 술집이 되는데 1번 조건이다. 안주의 국적과 사연도 아무래도 상관없다. 술을 맛있게 마시게 해주는 도구로 사용되는 안주가 꼭 정통일 필요는 없다는 쪽이다. 그래서 음식 조예가 노련하지 않아도, 손만 빠르다면 작은 가게에서 술을 파는 저녁에 뛰어들수록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 자신한다.


20250205_151727.png 틀이 없다는 건, 손님에게도 매력적이다.


내가 아는 쉐프 중에 특별한 사람이 있다.

나는 살면서 생선회를 그렇게 멋지게 뜨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냉장고를 부탁해의 요리사처럼 아무 재료를 가지고도 근사한 상을 차려낸다. 심지어 데코레이션까지 탁월하다. 담음새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마술까지 부릴 수 있는 사람이다. 투자라면 질색하는 아내도, 그 쉐프라면 얼마든지 투자하라고 할 정도다. 다음 주에 술한잔 하기로 했다. 나는 넌지시 말해볼 것이다. 수익지분 20%만 갖는 동업을 제안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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