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를 바꾸시면 카페창업,도 좋습니다
수년 전부터 외곽에 대형 카페가 우후죽순으로 생겼다. 풍광이 좋은 곳이야 당연하다 쳐도, 뭘 볼 것도 없는 시골길에 덩그러니 수백평 규모의 카페에서 커피와 빵을 파는 걸 보면 어처구니가 없다. 아무리 유행이라 쳐도, 갓구운 빵을 판다고 쳐도, 커피맛이 뛰어나다고 쳐도 풍광이 없는 국도길에 카페라니 그저 암담하다.
문제는 규모가 작은 카페들이다. 수백평 규모의 카페를 차린 사람들은 망해도 걱정이 없다. 전재산이 아니라, 잃어도 좋은 재산으로 차린 사람들이라서다. 전부를 걸고 차리는 수백평 카페 창업자는 없다. 법인이거나, 법인을 능가하는 개인들이 차리는 빅사이즈 창업이다. 그러나 30평, 50평 정도의 작은 카페는 전재산을 걸었다고 봐도 좋다. 그게 망하면 인생이 망하는 거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색깔이 없는 장사를 한다. 그저 인테리어가 동화속 그림처럼 , 프로방스 스타일로 아기자기 이쁘면 될 거라고 착각한다. 커피맛이 좋으면 경쟁력이 있다고 오해한다. 수제로 만든 브런치 메뉴 몇 개면 손님이 좋아할 거라 믿는다.
카페는 원래 이뻐야 한다. 이쁘지 않은 카페를 찾을 손님은 없다. 그래서 이쁘다는 것은 장점이 아니다. 무기도 못되고, 매력도 잠깐이다. 예쁜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는 그때 뿐이다. 규모가 엄청나게 크고, 인테리어가 럭셔리하거나 독특한 카페로 손님은 발길을 더 자주 한다. 거기 가봤어! 라는 인증샷이 우쭐한 명소 카페는 대형이거나, 풍광이 끝내주는 장소에 위치했다. 시골길 한적한 작고 귀여운 카페는 우연히 맞추진 가을바람에서나 어쩌다일 뿐이다.
그러나, 시골길 한적한 작고 귀여운 인테리어가 있는 식당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식당이 그렇게 이쁘다고? 식당인데 프로방스 스타일이라고? 식당에서 카페의 감성을 흠뻑 맛볼 수 있다고? 이렇게 전파되는 작은 카페형 식당은 도드라진다. 대한민국 대부분의 식당은 참 식당답다. 가려진 주방에 줄지어 선 테이블들, 그리고 적당한 인테리어와 때로는 그도 없는 허술한 분위기가 식당이라고 손님을 부른다. 그런 식당을 주로 가본 사람들에게 아기자기 귀여운 카페같은 재미난 분위기라면 손님은 반드시 궁금해진다.
여기서 잠깐, 그럼 애초에 식당을 그렇게 꾸미면 될 거 아닌가?라고 물을 수 있다. 하지만, 식당을 그렇게 공들여 이쁜 인테리어로 시설을 하자면 비용이 많이 든다. 식당은 음식을 파는 곳이니까, 분위기에 그처럼 돈을 들이긴 쉽지 않다. 반대로 카페는 본인 스스로도 커피와 차의 변별력이 적다고 생각하니까, 분위기에 신경을 쓰고 돈을 쓴다. 식당 창업자가 카페 창업자의 마인드를 가지면 이 이야기는 쓸모가 없는데, 대한민국 식당 창업자들은 식당인테리어에 평당 수백을 쓰려하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 이 이야기는 시골길에 작고 귀여운 카페를, 음식을 파는 식당으로 바꿔야 한다는 말이다. 줄 서지 않는 카페를 줄 서는 식당으로 바꾸는 게 목적이다. 손님은 드문 50평 작고 이쁜 카페를, 손님이 찾는 50평 근사한 식당으로의 안내다. 카페라서 커피와 음료 메뉴가 수십가지다. 거기에 약간의 수제 브런치를 만들어본들 하루에 다 팔아도 기십만원 정도다. 그런데 메뉴가짓수가 많으니 혼자는 버겁고 둘이나 셋이 있어야 한다. 그러다 차와 음료만으로는 3명의 인건비가 감당되지 않음을 깨닫고, 큰 노하우가 필요치 않은 볶음밥이나 돈까스(반조리로 가능한)같은 가벼운 식사류를 메뉴에 넣는다. 그래서 실제 필자가 방문한 카페의 테이블 수는 10개쯤이었는데 음료와 브런치 메뉴가 44가지에, 식사류가 6가지였다. 3명이 그걸 준비하고 팔았다.
3명이서 6가지의 음식을 만들어도 바쁘다. 6가지 음식 재료를 준비하는 일도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점점 더 간편한 음식을 조리하게 되고, 그 음식은 멋모르고 시킨 손님에게 씁쓸함을 던져줄 뿐이다. 다시 그 음식을 찾지 않을뿐더러, 그 카페를 그 음식 때문에 찾지 않는다. 결국 44가지의 메뉴에 쓸모없이 일만 늘어나는 식사류 6가지가 더 생긴 셈이다.
카페에서 커피는 당연하다.
식당에서 커피는 어떨까?
카페에서 이쁜 인테리어는 당연하다.
식당에서 예쁜 인테리어는 어떨까?
카페에서 커피를 5천원 받으면 4,500원쯤 남는다.
식당에서 그 커피를 팔지 않고, 식사에 후식으로 제대로 준다면 어떨까?
카페에서 3명이 50가지의 차와 음료, 브런치, 식사류를 만드느라 바쁘다.
식당에서 3명이 두세가지의 음식을 만들면 어떨까?
등심돈까스를 시켰다. 20분 전에 근처 식당에서 올갱이탕을 먹었음에도 시켰다. 아내는 커피 한잔을 시켰다. 돈까스는 9천원, 커피는 5천원인데 음식을 시키면 천원이 할인이라 13,000원을 썼다. 그리고 반조리급의 돈까스를 먹었다. 먹다 말았다.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역시인 음식이 9천원이라 아까웠다.
예전엔 경양식집에서 커피도 팔고, 돈까스를 팔았다. 오무라이스나 돈까스를 먹으면 그 커피는 공짜였다. 후식이라 공짜였다. 이 카페에서 파는 커피만 원가가 500원이 아니다. 어디든 그쯤이면 된다. 커피 원가가 천원이 넘진 않는다. 그걸 5천원에 다들 파니까, 사먹는 사람도 그러려니 하고 먹을 뿐이다. 5천원을 받고 500원을 썼으니 4,500원이라는 90%의 마진을 챙긴 셈이다. 문제는 그 커피를 하루에 몇잔이나 파냐, 이거다.
반조리 돈까스가 아니라, 제대로인 돈까스, 제대로 가성비가 담긴 음식을 팔면 어떨까? 9천원이 아니라, 12,000원 정도 받는다면 어떨까? 시골길 차를 몰다 가을 바람에 어울리는 작은 카페같은 식당에서 돈까스 12,000원이 그렇게 억울할까?
3명이 공들여 만든 돈까스라 가성비도 뛰어나다면!
카페에서 쓰던 커피 장비를 이용해, 자판기가 아닌 바리스타 커피를 후식으로 내려 준다면!
그렇다면 그 돈까스는 12,000원으로도 그 손님을 사로잡을 것이다. 또 오게 할 것이다.
바닷가에서 다들 조개와 회를 판다. 거기서 뒤늦게 회집을 차리면 그들을 이길 수 있을까? 이미 선배들이 수십곳인데, 수십한번째로 회집을 차려서 도대체 어쩌잔 말인가 묻고 싶다. 물고기 그림 그리기 대회에서 머리를 왼쪽에 그렸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100명의 참가자가 똑같이 왼쪽으로 그렸다. 거기서 등수에 들려면 그림 솜씨가 탁월해야 한다. 그러나 쉬운 방법이 있다. 바로 머리를 위로, 아래로, 오른쪽으로 돌려 드리면 나혼자 튄다. 원래 그림 솜씨가 부족해 좋은 등수는 어려워도, 발상의 전환에 대한 상으로 입선 정도는 할 것이다. 바닷가에서 회를 팔아서 등수에 들려면 고도의 실력과 선배들을 압도하는 규모나 분위기, 위치가 필요하겠지만 삼겹살을 판다면 위치도, 시설력도, 회 솜씨도 필요치 않을 게 분명하다.
장사는 그렇게 하는 거다. 똑같은 시장에 뛰어들어선 버텨낼 능력이 당신에겐 없다.